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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GONGSA 제공


#‘과도한 부채는 위기로 연결된다.’
이론에서나 실무에서 국내 최고의 재정 전문가 중 한 명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안일환 전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이 세계가 부채에 대한 공포로 뒤덮이고 있는 2025년 가을, 한 권의 책을 들고 돌아왔다. 그게 책 전체를 관통하며 이야기하고 싶은 말은 본인이 쓴 권두언((卷頭言)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자본주의 경제는 부채 사이클(Debt Cycle)로 움직이지만 지나친 부채 직업군인대출한도 는 결국 위기를 부른다.”
올해 6월 기준으로 부채가 37조 달러를 넘어선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250%를 넘어선 일본은 이런 상태가 지속되고 미국과의 관세 협상의 댓가로 천문학적인 대미 투자까지 나설 경우 과연 나라의 존립이 가능할지 자체에 대해 의문이 제기될 수도 있다.
유럽도 소액적금 상황이 별반 나을 것은 없다. 최근 영국에서는 4대 일간지 중 하나인 ‘텔레그래프(The Telegraph)’가 1주일 전쯤 ‘영국이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Britain ‘heading towards IMF bailout’)’고 보도해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프랑스는 재정적자와 부채를 줄이겠다는 총리의 계획에 반대해 내각이 소상공인창업지원센터 붕괴되고,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됐다. 프랑스 국민 여론은 공휴일을 줄여 일을 좀 더 하고, 재정적자와 부채를 줄이기 위해 감축예산안을 편성한 총리에 반대했다. 그러나 그 총리가 이끄는 내각을 불신임했다고 해서 해결된 문제는 전혀 없다. 앞으로 모든 문제는 결국 프랑스 국민이 감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오 어리석은 인간의 고민이여!(O insensata c 차량유지비기준 ura dei mortali!, Dante, Paradiso)’
#‘너 자신의 이야기다.’
나라가 쓰는 돈을 줄이고, 공휴일을 감축하자는 총리를 불신임한 프랑스 국민과 정파의 사례에서 보듯 재정 확대에 대한 욕망을 인간(국민)이 스스로 억제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내 일이 아닌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예금이자 안 전 수석의 시간의 두 번째 키워드는 “너 자신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저자는 국가채무 급증에 따라 국채 이자율이 높아지면, 주택담보대출, 회사채, 신용대출 등의 금리에 영향을 줘서 우리의(국민의) 부담을 증가시키고, 소득 재분배와 경제 불평등도 악화시킨다고 지적한다. 설령 부채 증가가 경제 위기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일정 수준을 넘어선 국가 부채는 이자율의 급등 등을 통해 국민의 일상 생활 곳곳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다만, 국가 부채가 일정 수준일 때까지는 이런 현상이 잘 눈에 보이지 않고, 임계점(臨界點)을 넘어서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겉잡을 수 없게 될 뿐이다.
#“미국조차 부채 위기를 걱정해야 할 때”
올해 8월 19일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가 세계적으로 저명한 저널 ‘포린 어페어스(Foreeign Affairs)’에 ‘미국의 다가오는 붕괴(America’s Coming Crash)’라는 글이 게재했다. 포린 어페어스라는 저널이나 케네스 로고프 교수라는 경제학자 모두 세계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고 얘기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글에서 로고프 교수는 미국 경제의 현 상황에 대해 간단하게 현실을 진단한다. 그는 “부채위기나 금융위기는 △재정 상황이 불안정하고 △금리가 높으며 △정치가 마비돼 있고 △충격(shock)이 발생했는데도 정책 결정자들이 보수적으로 행동할 때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들 4가지 조건 중에서) 미국에서 아직 나타나지 않은 것은 충격 한 가지 뿐”이라고 단언했다. 다른 말로 하자면, 미국 경제는 지금부터 어느 시점에 위기가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라는 뜻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팍스 아메리카나’를 구축하고 세계를 이끌어온 미국 경제의 위기는 곧 현재 구축된 세계 경제 체제의 파국을 의미한다. 로고프 교수는 미국발 경제 위기 가능성의 진원지도 부채라고 진단하고 있다.
#위기 확률이 0.001%라고 하더라도 한 번 발생하면 결과는 수십 년, 수백 년 이어진다
인간이 위기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쉽지 않은 것은 인간 본성이 그렇기 때문일 수 있다. 향후 10년 내에 위기가 발생할 확률이 0.01%라고 하자. 1만 번 중에서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한 일을 걱정하고 싶은 사람을 발견하기란 어려운 것이 당연한 일이다. 당장 위기 징후가 보이지도 않고,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선진국에 비해 아직까지는 재정 건전성 지표가 양호한 것도 사실이다. 예산을 아껴쓰면서 내핍 경제를 하자는 주장이 국민에게 인기가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인간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다만, 최고의 전문가의 경고를 일찍 받아들이지 않는 국민은 위기에 대한 위험(리스크)을 회피할 수 있는 가능성을 그만큼 갉아먹는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안 전 수석은 서울대에서 국제경제학을 전공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과 캐나다 오타와대에서 석사학위, 가톨릭대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89년 행정고시 32회에 합격에 공직에 입문한 뒤 경제기획원·기획예산처와 기획재정부에서 예산총괄과장, 예산총괄심의관, 예산실장, 2차관 등 재정 운용의 핵심 보직을 두루 역임했다. 그 뒤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을 거쳐 주OECD 한국대표부 특명전권대사로 활동하면서 한국의 목소리를 대변해왔다. 재정에 대한 소신이 뚜렷하고, 원칙을 지키는 처신으로 공직 안팎에서 두터운 신임과 지지를 받고 있다. 과거에 집필한 주요 저서로는 ‘한국의 재정 2010’(대표 집필) 등이 있다.
조해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