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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 가져가실 아름다움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박 감독님이 옆에 있었다면 물어봤을 것 같습니다. “예쁜 게 그렇게 좋으세요?” 자세한 리뷰는 다음에 따로 말씀드리기로 하고, 오늘은 아래에 간단하게 말씀드릴게요.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어쩔수가없다'/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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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수가없다’는 처음 제목 들었을 때부터 탄복했습니다. 화살처럼 날아와 그대로 귀에 꽂히지 않습니까. 이번에 부산 내려오면서 가장 기대했던 두 작품 중 하나였는데(다른 하나는 ‘그저 사고였을뿐’) 오, 역시나. 조용필의 ‘고추잠자리’ 장면은 가히 올해의 장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명불허전. 이건 직접 보셔은주식
야해요.
25년 다닌 제지회사에서 하루아침에 그야말로 느닷없이 해고된 만수(이병헌)의 고군분투 재취업기인데요, 첨엔 3개월 만에 반드시 재취업하겠노라 호언장담하지만 그렇게 됐다면 영화가 안 나왔겠죠. 잘 안 돼요. 급기야 본인과 비슷한 스펙을 가진 구직 경쟁자를 제거하려 나서는데, 그 과정에서 소동이 빚어집니다. 그 절정이 ‘고추잠자리’예엘앤피아너스 주식
요. 이병헌 이성민 염혜란 새 배우의 웃기지만 웃지 못할 활극에 웃다가 찡하다가 정신없이 즐거우실 거에요. 어쩌면 이런 선곡을. 이병헌이 연기 잘한다는 말은 밥 먹으면 배부르다처럼 들리지만, ‘어쩔수가없다’에선 이성민의 연기 역시 명불허전의 정점을 완성합니다. 그가 연기하는 범모가 저는 제일 안쓰러웠어요. 그토록 다정했던 남자가 결국 맞닥뜨린 운명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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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을 탐미주의자라고 하죠. ‘어쩔수가없다’를 보면서 박찬욱의 깐깐한 탐미주의에 새삼 탄복했습니다. 장면 하나하나 다 그래요. 만수가 사는 집부터 그렇지만, 이를테면 만수가 소동을 벌여놓고 도망갈 때도 그렇거든요. 어쩌면, 참, 박찬욱은 쫓고 쫓기는 추격전도 저렇게 예쁜 그림으로 담아야할까 감탄했습니다. 이병헌이 염혜란에 쫓겨 허둥지둥 차에 타는 장면. 그럴 때도 화면은 그림같더군요. 정신없고 어수선해야 하는데, 예뻐요.
만수는 ‘헤어질 결심’의 해준(박해일)이 그랬던 것처럼, 손에 총들고 사람 잡으러 뛰어다닐 때도 정장에 넥타이 매고 뜁니다. 면접 보러 다니다보니 그래야하기도 하지만, 정장이 주는 미감이 아마도 박 감독님한테 맞지 않았나 싶어요. 덕분에 관객은 눈이 즐겁습니다. 장면 하나하나 그림책 넘기며 보는 거 같아요. 보다보면 귀에 쟁쟁합니다. “아, 염혜란씨는 여기 이 길로 이렇게 뛰어내려 오시고, 이병헌씨는 저기서 이렇게 뛰어서 이쪽으로. 아니, 그쪽 말고 좀 더 오른쪽으로. 아니 좀 더. 좀만 더. 음, 좋았는데 한 번 더.” 예를 들면 이런 식으로 다시 찍어서 만들어낸 게 아닐까 상상이 되는 집요함, 철저함까지.



영화 '어쩔수가없다'/CJ ENM


저는 원작을 연초에 읽었는데, 원작과 다른 부분이 많습니다. 손예진이 연기하는 만수의 아내 미리는 거의 새로 만들어낸 캐릭터에요. 원작에선 아내가 별로 하는 게 없거든요. 저는 손예진의 미리가 맘에 들었습니다. 만수가 자신의 해고 사실을 알렸을 때 그녀의 답변부터 그랬어요. 손예진씨가 “영화를 처음 보면 만수가 보이겠지만 두 번 세 번 보면 미리도 보일 것”이라고 했는데 첨부터도 상당히 보인답니다.
‘어쩔수가없다’를 보면서 피터르 브뤼헐의 ‘이카루스의 추락’이 떠올랐습니다. 주제 말고 이미지에서요. 박찬욱의 이카루스는 이병헌이 되겠군요. 16세기 명화 보면서 이카루스 찾기, 박찬욱 영화 보면서 이병헌 찾기. 그런 재미도 주는 영화가 ‘어쩔수가없다’입니다.
혹시나 ‘기자들은 박찬욱 봉준호만 나오면 추천부터 하고 보는 것 아니냐’고 하신다면, 아니요. ‘그 영화 어때’ 구독자라면 아시겠지만, ‘미키17’ 땐 제가 이런 말씀 안 드렸지요. 22일 월요일에 서울에서 언론 시사회가 있어요. 더 자세한 건 월요일에 한 번 더 보고 레터로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워낙 여러 해석과 의견이 풍부하게 나올 수 있는 작품이라서요. 오늘은 우선 ‘어쩔수가없다’를 망설이지 말고 예매하시라는 말씀을 드리면서 마무리할게요. 그럼, 다음 레터에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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