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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1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 중국 주석이 방한하기로 해 한중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시 주석이 방한, 경주 APEC에 참석하는 것은 물론 서울 신라호텔에서 머물면서 ‘국빈 방한’ 행사를 가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주한 중국 대사관이 예약을 취소함으로써 가장 높은 의전(儀典)이 수반되는 국빈 방문은 어렵게 됐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우리 정부는 시 주석의 국빈 방한을 적극 추진해왔는데, 최근 미·중 갈등과 트럼프 정부의 대한(對韓) 주가상승종목
관세 압박 등이 맞물리면서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박근혜의 ‘드레스덴 선언’과 시진핑의 호응
시 주석의 방한은 11년 만인데, 2014년 7월 시진핑 주석의 한국 방문은 한중 관계가 절정기를 구가하던 시기에 이뤄졌습니다. 당시 양국의 우호적인 관계를 상징하는 사례가 ‘드레스덴 선언’을 둘러싼 신성에프에이 주식
일화입니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2014년 3월 독일 드레스덴 공과대학교에서 한반도 통일 구상을 담은 이른바 ‘드레스덴 선언’을 발표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인도적 문제 해결, 민생 인프라 구축, 동질성 회복을 위한 인적 교류 확대 등 세 가지 통일 협력 과제를 제시하며 남북 간 신뢰 회복을 강조했습니다. 이 선언은 남북 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통일 담론을 트레이더모집
펼치려는 전략적 제안으로 평가받았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이를 체제 전복 시도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이에 박근혜 정부는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 측에 ‘드레스덴 선언’을 언급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중국을 통해서 북한의 입장을 변화시켜 보자는 노력의 일환이었습니다.


주식강의

2014년 7월 4일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그의 부인 펑리위안(오른쪽) 여사가 서울 성북구 한국가구박물관에서 정미숙(가운데) 관장으로부터 건물과 주변 경관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두 정상은 이날 한국가구박물관에서 가진 특별오찬에서 일본 문제와 북핵, 한반도 문제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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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에도 중국 정부는 이에 응해 한중 공동 성명 7항에 “한국 측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통해 남북 간 상호 신뢰를 형성함으로써 남북 관계를 발전시키고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기를 희망하였다. 또한 남북한 주민들의 인도적 문제 해결, 공동 번영을 위한 민생 인프라 구축, 남북 주민 간 동질성 회복을 위한 노력이 한반도 평화통일과 동북아 공동 번영에 기여하게 될 것임을 강조하였다”는 표현을 포함하는 데 합의했습니다.
또한 “중국 측은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기울인 한국 측의 노력을 적극적으로 평가하였다. 남북이 대화를 통해 관계를 개선하고 화해와 협력을 해나가는 것을 지지하며,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에 대한 한민족의 염원을 존중한다”는 문구도 넣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평화 통일 노력을 중국이 ‘적극적’으로 평가한다는 표현은 중국이 상당히 배려했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한·중 FTA와 해양 경계 협상
2014년 한·중 정상회담에서 제가 가장 주목해서 본 것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었습니다. 당시는 한·미 FTA가 발효된 후여서 한·중 FTA 타결 시점이 초미의 관심사였습니다.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은 정상회담에서 “한·중 FTA 연내 타결을 위해 협력을 강화한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해 3월 네덜란드 핵 안보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난 양국 정상이 ‘한·중 FTA 금년 타결’을 언급했지만, 정상 간 공동 성명서에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한·중 FTA가 연내 타결되면 한국 경제에 긍정적 효과가 기대됐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FTA 타결 후 10년 뒤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3% 늘어나고 한국 제품에 대한 중국 측의 수입 관세가 철폐돼 중국 내수 시장 공략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중국 측은 한국과의 FTA 체결로 중국산 농산물의 대한(對韓) 수출을 늘리는 효과를 얻을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한국 입장에서는 자동차가 대표적인 수혜 업종으로 꼽혔습니다. 22.5%인 한국 자동차 관세가 철폐되면, 한국산 제품의 대중 수출이 크게 늘어날 것이 분명했기 때문입니다.
한·중 정상회담 5개월 만인 2014년 11월 10일, 양국 정상이 실질적으로 타결을 선언하며 마무리되었습니다. 협상은 2012년 5월 시작하여 2년 6개월간의 교섭 끝에 타결되었고, 이후 2015년 6월 1일에 최종 정식 서명되었습니다.
서해에서의 해상 경계선 설정도 주목받은 의제였습니다.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은 정상회담에서 배타적 경제수역(EEZ)으로 대표되는 양국 간 해상 경계선을 확정하기 위한 협상을 2015년부터 재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한·중 양국은 이날 공동 성명 부속서에서 “양국 간 해양 경계를 획정하는 것이 두 나라 관계의 장기적이고 안정적 발전과 해양 협력을 추진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우리 정부는 이어도 관할권 문제와 중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 문제를 이른 시일 내에 해결하기 위해 2011년 이후 사실상 중단된 한·중 간 해양 경계 협상의 재개를 중국 측에 요구해 왔는데, 이에 대해 공식 합의한 것입니다. 이 문제는 그동안 역대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다뤄졌지만 구체적인 성과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또 고질적인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문제도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왔습니다.



서울대학교가 중앙도서관에 만든'시진핑 기증도서 자료실'. 이 자료실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기증한 책을 비롯해 시 주석의 2014년 서울대 강연 영상등이 전시돼 있다. 최근 반중 정서가 퍼지면서 폐쇄 압력을 받고 있다./서울대 홈페이지


이례적인 시 주석의 서울대 특강
그런데, 2014년 시 주석의 방한이 좋은 결과만 남긴 것은 아닙니다. 시 주석의 방한에서 가장 화제가 된 것은 서울대 연설 입니다. 시 주석의 서울대 연설은 한중 관계의 ‘착시 현상’과 한국 사회의 약간 들뜬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습니다. 서울대 인터넷 홈페이지의 ‘서울대 소식’에 실린 글은 당시의 분위기를 잘 보여줍니다.
“7월 4일, 서울대학교는 분주했다. 200여 명의 학생과 박원순 서울시장, 남경필 경기도지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4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1946년 개교 이래 가장 강력한 세계 정치 지도자를 맞이했다. 중국 국가주석이 우리나라에서 국회가 아닌 일반 대중을 상대로 연단에 선 것은 이번 서울대학교 강연이 처음이다.”
시 주석은 서울대가 이렇게 의미를 부여한 특강에서 한·중 양국이 지난 역사에서 일본과 대적한 이야기를 많이 하며 공동 대응을 강조했습니다.
“20세기 상반기에 일본 군국주의가 중·한 양국을 야만적으로 침략해 한반도를 병탄하고 강점했으며 우리 양국 모두 큰 고난을 겪었다”, “역사적으로 위험이 발생할 때마다 양국은 고난을 함께 극복했다. 임시정부 유적지나 상하이의 윤봉길 의사 기념관, 시안의 광복군 기념비는 잊지 못할 역사를 증명해 주고 있다.”
시 주석의 연설은 당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일제의 위안부 문제에 대한 관여를 인정한 ‘고노 담화’를 부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던 때와 맞물려 나왔습니다.
시 주석은 연설에서 임진왜란을 구체적으로 거론했습니다. 그는 “400년 전 임진왜란이 발발했을 때 양국 국민은 적개심을 품고 어깨를 나란히 해서 전쟁터로 같이 전진했다”면서 “명나라 장군 등자룡과 이순신 장군은 노량해전에서 나란히 전사했으며 이순신 장군과 함께 싸운 진린의 후손은 지금 한국에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시 주석이 일본에 맞선 임진왜란만 거론하고, 청나라가 조선을 침공한 병자호란은 언급하지 않은 점은 지식인 사회에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청와대는 당시 시 주석이 국빈 방문 중인 것을 고려, 이에 대한 언급을 회피했습니다.



명지대 한명기 교수가 시진핑 중국 주석 국빈 방문 전인 2013년 10월 발간한 '역사 평설 병자호란'.한 교수의 부인 유하령 작가는 비슷한 시기에 ‘화냥년-역사소설 병자호란’을 펴내 주목받았다.


청와대 “시 주석, 반쪽의 역사 이해”
시 주석의 서울대 연설이 있은 지 얼마 안 돼 청와대의 고위 관계자를 만났습니다. 이 관계자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을 평가하면서 “시 주석의 서울대 연설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시 주석이 임진왜란을 강조했지만, 병자호란을 배제한 것은 반쪽의 역사 이해”라며 당시 화제가 되고 있던 명지대 한명기 교수의 저서 ‘역사평설 병자호란’을 읽어보라고 했습니다.
한 교수의 이 책은 2013년 10월 초판이 나온 후, 2014년 6월 8쇄를 발간할 정도로 화제가 되고 있었습니다. 한 교수는 이 책에서 “병자호란은 과거가 아니다. 어쩌면 지금도 서서히 진행되고 있는 현재일 수 있으며 결코 오래된 미래가 되지 않도록 우리가 반추해야 할 G2(미국과 중국) 시대의 비망록”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책 서문에 청나라의 침략으로 인한 참상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준비 없이 맞이한 전쟁의 결과는 처참했다. 인조는 ‘오랑캐 추장에게 무릎을 꿇고 큰절을 올렸다. 수많은 백성이 죽거나 다쳤다. 포로로 잡혀 끌려간 백성도 수십만이었다. 끌려가는 도중 얼어 죽고, 굶어 죽고, 맞아 죽었다. 탈출하려다 실패하여 발뒤꿈치를 잘리기도 했다. 수많은 여성 포로가 청군의 첩으로 전락했다. 첩이 된 여성들 중에는 청군 본처에게 끓는 물 세례를 받은 사람도 있었다. 몸값을 치르고 돌아왔던 여성 포로들은 고국에서 다시 버림받았다.”
청와대는 당시 임진왜란만 강조한 시 주석의 연설에 문제가 있으며 논란을 만들 수 있다는 판단을 시 주석 귀국 후 주한 중국 대사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시 주석이 한중 간 대일 연대의 상징인 임진왜란만 강조하고, 조선을 유린한 병자호란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분명히 역사 인식의 불균형이라고 생각합니다. 시 주석이 임진왜란의 연대를 말하며 ‘공동의 기억’을 소환했지만, 그 기억은 절반에 머물렀습니다.
시 주석이 임진왜란의 공조만을 강조하고 병자호란의 참상을 외면한 것은 2017년 그가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한국은 중국의 일부였다”고 말한 것을 떠올리게 하는 씁쓸한 기억입니다. 시 주석은 이번 방한에서도 한중 양국의 공동 대응을 강조할 가능성이 큰데, 그가 어떤 발언을 할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P.S.
1. 시 주석의 세 가지 약속
서울대 강연에서 시 주석은 “중국은 평화를 지키는 국가가 될 것입니다. 중국은 협력을 촉진하는 국가가 될 것입니다. 중국은 겸허히 배우는 국가가 될 것입니다”라고 세 가지를 약속했습니다. 11년이 지난 지금, 시 주석이 과연 그 약속을 지키고 있는지 되묻게 됩니다.
2. 김정은의 방중 구애와 기록 영화 방영
시 주석의 2014년 7월 국빈 방한이 다가오자 북한은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그때까지 중국을 방문하지 못하고 있던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자신의 방중을 성사시키기 위한 적극적인 구애에 나섰습니다.
김정은은 7월 2일 조선중앙TV 황금시간대에 기록영화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이시며 당중앙위원회 비서이신 김정일 동지의 중국 방문」을 방영했습니다.
이 기록 영화는 김정은의 아버지인 김정일이 처음 중국을 방문해 중국으로부터 인정받고, 개혁·개방의 현장을 접했던 과정을 담은 내용이었습니다. 북한은 2010년과 2011년에도 김정일 방중 당시 같은 영화를 상영한 바 있으며, 2012년과 2013년에도 반복 편성해 김정은 방중 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
2014년 4월에는 ‘태양의 노래 울려 퍼지는 중국 동북 땅을 찾아서’라는 기행물을 길림편과 장백편으로 내보내며 북중 혈맹 관계를 상기시키려 했습니다. 이는 번번이 방중이 무산돼 ‘반쪽짜리 지도자’로 평가받던 김정은이 중국에 대한 의존과 외교적 존재감을 동시에 과시하려 한 시도로 풀이되었습니다.
김정은은 이 같은 노력에도 중국 방문을 못 하고 있다가 2018년 3월 문재인 대통령,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서야 방중에 ‘성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