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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강원도 인제군 신월리. 6년 전 폐교한 신월분교 마당에서 잔치가 열렸다. 한쪽에선 오미자청과 말린 나물을, 다른 쪽에서는 유명 비건 음식점의 피자와 와인이 판매되고, 무대에선 바다거북·고래·새 등의 비인간 존재들을 재현한 하와이 전통춤 ‘훌라’ 공연이 펼쳐졌다. 폐교는 책을 읽고 동물권을 공부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소란스러운 잔치 마당 뒤편 언덕배기엔 몸무게 1톤, 키 2m가 넘는 소 다섯마리가 차분하게 방문객들을 맞았다. 대부분 3년을 넘기지 못하는 국내 다른 소들과 달리, 올해로 다섯살이 된 ‘꽃풀소’들이다. 도살 공모주
위기에서 벗어난 지 4년, 이들이 죽을 때까지 평온한 여생을 누릴 평생 보금자리(생크추어리)가 이날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국내 첫 ‘소 생크추어리’인 ‘달뜨는 보금자리’를 운영하는 동물권단체 동물해방물결은 지난 3~5일 강원도 인제군 남면 신월리에서 ‘뉴문 페스티벌’을 열었다. 달뜨는 보금자리와 북카페형 중고책 서점 ‘인제 풀무질’의 시HTS프로그램
작을 알리고, 비건마을 조성을 축하하기 위한 자리다.
대전에서 이곳을 찾은 이윤경씨는 “죽은 소는 많이 봤지만, 살아있는 소를 본 것은 처음이라 신기하다”며 “국내 축산업으로부터 유일하게 생존한 꽃풀소들이 이곳에서 늙어 죽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신월리의 생태적 전환은 활동가들뿐 아니라 마을 주민, 축산업자 등 다양한 nstock
주체들의 노력으로 이뤄낸 것”이라며 “소멸 위기를 겪는 다른 지역에도 좋은 모범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동물해방물결은 2021년 8월 인천 계양구의 한 무허가 축사에서 홀스타인종 수소들을 구조했다. 당시 근처 불법 개 농장을 찾았던 활동가들이 축사가 헐리면 도살될 운명에 놓인 소들을 발견하면서 소 구하기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옴니시스템 주식
들풀처럼 강하게 살라는 의미로 다섯마리에 각각 머위·메밀·부들·엉이·창포 등의 이름을 지어주고, 시민들에게 소들의 사연을 알려 구조 및 보금자리 비용을 마련했다.



지난 3일 강원도 인제군 신월리에서 열린 ‘뉴문 페스티벌’에서 김도희 동물해방물결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무료야마토릴게임
동물해방물결 제공


이후 2022년 신월분교 뒤편 부지를 소들의 보금자리로 정해 본격적인 ‘달뜨는 보금자리’ 생크추어리 건립에 들어갔다. 지난해 6월엔 행정안전부의 ‘생활권 단위 로컬브랜딩 지원사업’ 대상 지역에 선정돼 신월리가 국내 최초 비건마을로 거듭났다. 이 사업은 지역의 문화·환경·사람 등 고유 자원을 이용해 지역을 ‘살만하고 올 만하게’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지난 3일 개관식에서 최상기 인제군수는 “버려졌던 옛 분교가 동물과 사람이 함께 숨 쉬는 보금자리로 다시 태어나, 청년들이 정착하고 희망의 꿈을 키우는 공간이 됐다”면서 “지역과 청년, 사람과 동물이 함께 만들어낸 새로운 출발은 우리 공동체가 걸어나가야 할 미래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보금자리 장소 선정에 큰 역할을 한 정성헌 한국디엠지(DMZ)평화생명동산 이사장은 “범상치 않은 젊은이들이 찾아와 소를 살려내겠다고 해서 ‘그럼 한 번 도와보자’고 하다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했다. 그는 “신월리 ‘달뜨는 마을’이 성공하려면 스스로 (실천)해야 하고, 마음이 안 맞아도 화해하며 해야 하고 끈질기게 해야 한다”면서 “제일 중요한 것은 잘 모르겠다 싶은 것을 이웃과 친구에게, 하늘과 땅, 무엇보다 자신에게 되물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지난 8월 동물해방물결의 새 대표가 된 김도희 변호사는 “꽃풀소들 덕분에 비어 있던 학교가 생명 살림 배움터로 거듭나게 됐다”며 “소들이 그저 보호받는 대상에서 멈추지 않고 이 지역이 상생의 돌봄, 교육의 생태계로 순환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신월리 ‘달뜨는 보금자리’에는 지난 2021년 8월 인천 계양구의 한 무허가 축사에서 구조된 홀스타인종 수소 머위·메밀·부들·엉이·창포가 살고 있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사흘간 열린 ‘뉴문 페스티벌’에는 600여명이 참여해 ‘꽃풀소 영화제’, 요가·명상 클래스, 소 돌봄 프로그램, 라이브 공연 등을 즐겼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개관식에는 최 군수, 정 이사장과 함께 이춘만 인제군의회 의장, 전도화 신월리 이장과 마을 주민, 동물해방물결의 후원회원인 ‘살리미’들이 참여했다. 이후 사흘간 열린 축제에는 600여명이 참여해 ‘꽃풀소 영화제’, 요가·명상 클래스, 소 돌봄 프로그램, 라이브 공연 등을 즐겼다.
생크추어리가 정식 개관함에 따라, 일반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시작된다. 김 대표는 “현재 제작 중인 달뜨는 마을 누리집을 통해 생크추어리 방문·숙박·교육 등의 프로그램 참여 신청을 받아 운영할 계획”이라며 “복합문화공간인 인제 풀무질도 비건 빵집·책방으로 운영하면서 각종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제/김지숙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