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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여왕’ 전옥을 기억하십니까. 백조가극단의 눈물 없이는 못보는 가극 ‘눈 내리는 밤’을 아십니까.

IMF 위기로 온 나라가 휘청거리던 1998년 3월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창작 대중가극 한편이 올랐다. 영화 ‘접속’주역으로 상한가를 치 중고차매매 던 전도연과 이혜영, 조민기에 원로 희극인 배삼룡까지 출연한 이 작품은 당시로선 이례적으로 2000석 넘는 극장을 3주 가까이 대관, 흥행몰이에 나섰다. 삼성영상사업단이 제작한 가극 ‘눈물의 여왕’이었다.
이윤택 연출, 정치용 음악감독에 상주 오케스트라까지 꾸렸다. ‘명성황후’ ‘겨울나그네’로 주목받은 에이콤에 이어 ‘삼성’이 만든 이 창 아주캐피탈 작 뮤지컬은 음악, 무대, 연출 등 완성도를 갖춘 수작이었다. 하지만 IMF 파도를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눈물의 여왕’ 전옥의 이름만 남기고 잊힌 작품이 됐다.



1998년 3월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올린 '눈물의 여왕'. 배우 전옥의 일대기를 소재로 한 대형 창작 자동차담보대출 뮤지컬로 전도연, 이혜영, 조민기가 출연한 화제작이었다. IMF파도를 넘지 못하고 잊혀졌다. 조선일보 1998년 3월27일자 광고


◇‘커다란 눈망울의 겁 먹은 표정에…’
전옥은 1920~1930년대 조선을 사로잡은 스타였다. 함흥 출신 열여섯살 소녀 전옥은 영화를 통해 먼저 대중에 개인회생전문변호사 게 알려졌다. ‘아리랑’으로 히트한 나운규는 영화 ‘잘 있거라’(1927) 주역으로 전옥을 발탁했다. ‘커다란 눈망울의 겁 먹은 표정에 어딘가 애수가 깃든 한 마리의 꽃사슴 같은 방년 17세의 덕례 처녀’(영화감독 이필우)는 비극적 주인공으로 적격이었기 때문이다.
전옥은 ‘이때까지 세상이 떠들어준 신일선(申一仙)보다도 훨씬 순진하고도 표정 하나은행 담보대출 하기에 자유스러운 얼굴과 기예를 가진 신진 여우 전옥양이 출연하여 ‘잘있거라’라는 영화 전체를 아름답게 꾸며놓았으며’(나운규 제1회 작품 잘있거라, 조선일보 1927년 11월5일)라는 호평을 받았다. 후속작 ‘옥녀’ ‘사랑을 찾아서’(이상 1928)에서 잇달아 주역을 맡았다. 나운규의 페르소나였던 셈이다.



나운규는 비극적 여주인공으로 전옥을 발탁, '잘있거라' '옥녀' '사랑을 찾아서'에 출연시켰다. '사랑을 찾아서'에 출연한 전옥(사진 가운데)과 나운규. /한국영상자료원


◇토월회 주역 배우로 활약
나운규의 영화가 침체기에 빠지자 전옥은 1928년 하반기 토월회에 들어가 연극배우로 변신한다. 박승희 작, 박진 연출 ‘아리랑고개’에 주연배우 석금성 대신 대타로 출연, ‘홈런’을 날렸다. 일제에 농토를 뺏기고 북간도로 떠나는 비극의 여주인공을 제대로 해낸 것이다. 무대 경험이 거의 없는 그가 대타로 나선 배역으로 연출가까지 눈물짓게 했다. 타고난 배우였던 셈이다.
토월회 주역 배우로 자리 잡은 전옥은 극단에서 만난 부잣집 출신이자 미남 배우 강홍식과 사랑에 빠져 1930년 결혼했다. 토월회를 나와 ‘조선연극사’란 대중극단을 꾸릴 때였다. 결혼 6년여간 3남1녀를 낳아 키웠다. 1932년생 배우 강효실(최민수 어머니)이 그의 딸이다.



1933년 가수 데뷔 직후 인터뷰한 전옥. 조선일보 1933년5월2일자


◇기쿠치 칸 소설 애독
1933년 빅터 음반사 전속가수가 된 전옥의 인사동 숙소를 기자가 취재했다. 딸 강효실을 함흥 친정에 맡겨놓고 연극에 이어 가수 활동을 막 시작한 전옥은 난감했던 모양이다. 연극을 계속할 것이냐는 질문에 ‘좀 어렵다’고 했다. ‘앞으로 이렇게 같이 있으니까 어린 아이가 몇이나 있을는지 알 수가 있어야지요. 아마 극계(劇界)를 떠날 것 같습니다.’ 취미를 묻자 ‘독서’라면서 당시 일본 인기작가인 국지관(菊池寬) 의 작품을 애독하고 있다고 답했다. (어머니가 된 전옥 여사, 조선일보 1933년5월2일)
◇1930년대 라디오 스타, 3개월에 1번꼴 출연
연극 주연으로 활약하던 시절, 전옥은 막간 가수로도 인기였다. 노래 솜씨가 뛰어났기 때문이다. 1933년4월 폴리도르 레코드사에서 ‘재즈의 멜로디’를 냈고, 1934년 4월 남편 강홍식과 음반 앞 뒷면에 나란히 녹음하기도 했다. 강홍식의 히트곡 ‘처녀총각’이 실린 음반이다. ‘실연의 노래’ ‘저 언덕을 넘어서’ ‘포구의 밤’ ‘탄식하는 실버들’ 등을 취입하며 인기를 구가했다. 부도 직전의 음반사도 전옥의 음반을 출시하면 회생한다는 얘기가 돌 정도였다.
전옥의 인기는 1930년대 경성방송국 라디오 출연 횟수로도 뒷받침된다. 1933~1940년 라디오 프로그램을 전수조사했더니, 전옥은 이 기간 16회 출연, 여자가수로는 강석연(25회) 다음이었다. 게다가 전옥은 강홍식의 외도로 가정이 파탄 나면서 1937년 6월을 마지막으로 더는 방송에 나오지 않았다. 4년 남짓한 기간에 16회 출연했으니 3개월에 1번꼴로 나선 것이다.



1941년 영화 '복지만리'에 출연한 전옥(왼쪽)/한국영상자료원


◇라미라 가극단 주역
전옥은 입에 대지 못하던 술에 의존해 살 만큼 낙심했다. 비극의 여주인공으로 이름을 얻었으나 자신이 비극의 주인공이 돼버렸다. 가까스로 몸을 추스른 그는 전창근의 ‘복지만리’에 출연하는 한편, 1941년 유치진이 이끌던 현대극장 창립멤버로 참여했다. 1942년초 악극을 주로 하던 라미라 가극단에 들어가 주역을 꿰찼다. 그는 와세다대 출신 지식층인 최일과 가까워져 결혼에 성공했다.



1958년 하한수 감독이 전옥 주연으로 영화화한 '눈 나리는 밤' 포스터.백조가극단의 대표 레퍼토리였다. 1969년 하 감독이 조미령, 허장강을 캐스팅해 리메이크했다. 원로배우 이순재, 전양자가 아들, 딸로 나왔다. /한국영상자료원


◇‘백조가극단’ 창단, 대본·연출까지 맡아
광복 이후 전옥은 1947년 5월 백조가극단을 만들면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남편 최일과 공동 대표로 나섰다. ‘목포의 눈물’, ‘청춘의 화원’, ‘천국에서 맺은 사랑’을 성공켰다. 1948년 5월 ‘눈 내리는 밤’을 동양극장에 올리면서 연출가로 나섰다. 이듬해엔 극본까지 써서 ‘유정 무정’을 연출했다. 이후 대본, 연출을 도맡아 작품활동을 했다.
전쟁과 가난에 찌든 대중에게 백조가극단의 악극은 위로가 됐다. 하지만 1960년대 들어 영화가 발전하고, TV가 보급되면서 악극은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건강까지 나빠진 전옥은 1969년 10월 쉰여덟살에 병으로 타계했다.(‘눈물의 여왕’ 전옥 여사 사망, 1969년10월23일)



1966년 2월 17~20일 서울 시민회관에서 무대 인생 4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을 갖는다고 인터뷰한 전옥. 조선일보 1966년 2월6일자


◇타고난 배우, 전옥
‘병중이긴 했지만, 우수에 젖은 듯한 퀭한 눈은 나를 사로잡고도 남음이 있었다. 수척한 얼굴이었지만 긴 속눈썹과 꿈꾸는 듯한 초점 잃은 눈과 파리한 입술, 계란형의 얼굴이 한국 미인과 서양 미인을 합쳐놓은 것 같았다.’
1966년 병중(病中)의 전옥을 만난 연극학자 유민영 단국대 명예교수는 ‘그녀야말로 타고난 배우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저런 배우가 유진 오닐의 ‘밤으로의 긴 여로’에서 여주인공을 한다면 세계 최고의 명연기가 나올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인물로 보는 한국 공연예술사’ 438~439쪽, 2025)고 회고했다. 20세기 전반 한국 영화, 연극과 가요, 악극 무대까지 종횡무진으로 활동한 예술가의 안타까운 죽음이었다.
◇참고자료
유민영, 인물로 보는 한국 공연예술사, 푸른나무, 2025
이동순, 한국 근대 가수 열전, 소명, 2022
박찬호 지음, 안동림 옮김, 한국가요사 1895~1945, 현암사,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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