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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7일 윤석열 정부 들어 세 번째 국정감사가 시작됐다. 이날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대법원 국정감사를 시작하며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발언대로 나와 인사해 달라고 했다.
“존경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님 그리고 위원님 여러분…사법부는 올해도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구현하여 실질적인 법치주의를 확립하고자 모든 역량을 집중해 왔습니다…사법부가 미처 살피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질책과 충고를 아끼지 말아 주시고 더욱 추진해 나 소득금액증명원 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는 격려와 지지를 보내 주시면 이를 깊이 받아들여 국민의 두터운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밑거름으로 삼겠습니다.”
인사말을 마친 조 대법원장은 “이석 하셔도 된다”는 정 위원장의 말에 바로 국감장을 떠났다. 국감에 출석한 대법원장은 짧은 인사말만 하고 퇴장하는 것이 ‘관례’였다. 구체적 사안에 대한 질문과 추궁은 대법원장 한국 항공사 지휘를 받아 사법행정 사무를 관장하는 법원행정처장(대법관)과 행정처 간부 등이 ‘기관증인’으로 출석해 대신 받는다.
조 대법원장이 이석하자 기관증인으로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발언대에 나와 오른손을 들고 대표로 증인 선서를 했다. “기관장으로서 성실하게 감사를 받을 것이며 또한 증언을 함에 있어서는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소상공인협회 사실 그대로 말하고, 만일 진술이나 서면답변에 거짓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서합니다.”
조 대법원장이 복귀한 것은 이날 밤 10시 넘어 국감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국감을 마무리하며 이날 제기된 사안에 대한 ‘종합답변’을 하기 위해서였다. 명칭은 종합답변이지만 구체적 사안을 비껴간 의례적인 마무리 인사말을 하는 것이 ‘관례’로 굳어졌 하나다올자산운용 다.
“오늘 주신 충고를 깊이 새기고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구현하여 실질적 법치주의를 확립하기 위한 밑거름으로 삼겠습니다…대법원이 구체적인 사건의 재판 과정이나 결과 등에 대하여 답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으나 법관을 포함한 사법부 구성원들은 충실한 심리를 바탕으로 공정한 재판을 할 수 있도록 항상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음을 말씀드립니다 경기농협 .”
대법원장 국감 출석에도 인사만 한 뒤 퇴장
대법원장의 국회 국정감사 출석은 ‘관행’으로 굳어 있다. 국회법 제121조는 ‘특정한 사안에 대해 질문하기 위하여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중앙선거관리위원장, 감사원장 또는 그 대리인의 출석을 요구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법사위는 이를 근거로 해마다 대법원장과 헌재소장의 국정감사 출석 요구를 의결해 왔다. 다만 출석을 요구할 뿐 구체적 사안에 대한 질문과 추궁, 답변은 없었다. 대법원장과 헌재소장은 국정감사 시작과 끝에 인사만 한다. 질문에 대한 답변은 대법원장 대신 법원행정처장이, 헌재소장 대신 헌재 사무처장이 한다.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을 규명하겠다며 두 차례 청문회를 열었던 법사위가 올해 국감에서는 아예 대법원장을 ‘일반증인’으로 채택했다. 과거처럼 인사말 정도로 만족했던 출석 요구가 아닌 증인으로 채택해 본격적으로 질문하고 답변을 받겠다는 것이다.
국회는 국정감사 대상기관에 소속된 증인(기관증인, 통상 기관장과 부서장) 외에 관련 질의를 위해 일반증인과 참고인을 채택한다. 기관장인 천대엽 처장을 기관증인으로 채택했기 때문에 조희대 대법원장 등은 일반증인으로 출석을 요구하게 됐다고 한다. 국정감사 일정이 없는 날에 대법원 현장검증도 추가했다. 올해 대법원 국감은 10월13일(여의도 국회), 15일(서초동 대법원 현장검증) 두 차례 열린다. 조 대법원장은 13일과 15일 모두 출석하는 것으로 법사위에서 의결됐다.
앞서 조 대법원장은 헌법·법원조직법·국정감사조사법·국회법 등을 들어 두 차례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그러면서 “사법 독립” “합의 과정 비공개” 등을 이유로 댔다. 국민의힘은 조 대법원장의 국정감사 증인 채택과 대법원 현장검증에 격하게 반발한다. “삼권분립 사망” “정치보복” “망신주기”라는 것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대선개입 의혹 청문회가 열린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왕적 대법원장 답변 듣는 것이 삼권분립”
국정감사에 대법원장을 증인으로 채택할지 여부는 여야를 막론하고 20년 넘은 묵은 주제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2년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여당이던 새천년민주당 주도로 최종영 대법원장과 윤영철 헌재소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하기로 합의했다. “국회법에 따라 기관의 장인 대법원장 등을 증인으로 출석시킬 수 있다” “이미 종결된 재판에 대해서는 법원행정처장이 아닌 대법원장의 책임 있는 답변이 필요하다” “그간 법원행정처장이 대리 답변을 해 내실 있는 국감이 이뤄지지 못했다” “사법부가 신성불가침 성역으로 돼 있지만, 상당수 국민은 재판 과정과 결과를 불신한다” “대법원장이 국감장에 출석하지 않는 게 관행이었지만 법적 근거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반론도 거셌다. “국회사무처 국감에 국회의장이 나오지는 않는다” “삼권분립 정신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대법원과 헌재 반발도 컸다. 대법원장 등의 증인 채택은 결국 없던 일이 됐다.
이후에도 국정감사 철이 되면 법사위에서는 같은 요구가 반복됐다. 국회 법사위 회의록을 보면 2006년 국정감사를 앞두고 여러 의원이 대법원장을 증인으로 채택하거나, 증인은 아니어도 특정 사안에 대한 대법원장의 답변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제왕적 대법원장은 인사·행정 모든 것을 다 한다. 판결도 한다. 정당한 권한으로 국회가 물어보고 대법원장이 답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정감사 관행이 시정될 때가 됐다. 설사 진행 중인 재판에 대해 질의하더라도 대법원장이 답변을 거부할 권한이 있기 때문에 사법 독립에 대한 방어막이 다 되어 있다” “국회가 기존 판결에 대한 통제와 비판 기능을 해야 삼권분립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07년에도 “법원행정처장은 ‘대법원장이나 대법관이 아니기 때문에 알 수 없다’는 공허한 답변만 한다. 대법원장을 증인으로 채택해 직접 선서하고 답변하도록 해야 한다. 더 이상 부실 국감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요구가 나왔다.
‘증인선서 거부’ 생중계 피하려 불출석할 수도
증인으로 채택된 조 대법원장은 어떤 선택을 할까. 10월13일 대법원 국정감사는 예전처럼 의례적인 인사말만 하고 이석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당장 추미애 법사위원장으로부터 ‘위증하면 처벌받는다’는 설명과 함께 증인 선서 요구를 받게 된다. 조 대법원장이 오른손을 들고 국회증언감정법에 따른 선서를 하게 되면,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초고속 선고 과정에 대한 추궁을 받게 된다. 앞서 ‘조희대 청문회’ 불출석 사유를 보면 증인 선서를 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
이 때문에 조 대법원장이 아예 국회 국감장에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증인 선서 거부 장면이 생중계되는 상황을 피하려고 아예 인사말조차 하지 않는 쪽을 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 대법원장이 출석하지 않으면 법사위는 대법원장을 상대로 초유의 동행명령장을 발부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직접 동행명령장을 들고 서초동 대법원으로 향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동행명령이 불발되면 법사위는 조 대법원장을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을 수도 있다.
10월15일에는 법사위원들이 직접 서초동 대법원으로 가서 현장검증을 하게 된다. 법사위는 지난달 30일 현장검증 일정을 추가하며 △대선 후보 사건 파기환송 판결 과정의 정당성 확인 △대법관 증원 관련 소요 예산을 산출하겠다고 했다.
대법원 국감은 보통 국회와 대법원을 번갈아 가며 열린다. 2021년에는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국감이 진행됐다. 2022년에는 국회, 2023년 대법원, 2024년 국회에서 진행됐다. 다만 올해는 국회에서 하기로 했는데, 대법원 현장검증 일정이 추가됐다.
대법원에서 국감이 열릴 때는 대법원 청사 4층 대회의실이 국감장이 된다. 조 대법원장 집무실은 청사 11층에 있다. 조 대법원장이 국감장으로 내려올까? 국감에 출석하면 다시 증인 선서를 요구받게 된다. 조 대법원장이 출석하지 않을 경우 민주당 의원들이 조 대법원장을 찾으러 대법원장 집무실로 올라가겠다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왼쪽부터), 조희대 대법원장, 김상환 헌법재판소장이 1일 충남 계룡대 대연병장에서 열린 건군 77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75평 필요하다는 대법관 집무실…현장검증할 수도
법사위는 민주당이 추진하는 대법관 증원에 1조4천억원이 필요하다는 법원행정처 주장을 현장검증하려 할 수도 있다. 법원행정처는 대법관 1인당 평균 75평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집무실·부속실·개인실(침실·샤워실·화장실) 등이 포함된 면적이다. 법사위원들이 대법관 집무실 구조와 대법원 청사 내 유휴공간 등을 확인하려면 대법관 집무실이 있는 7∼10층 및 대법원장실이 있는 11층 등으로 이동해야 한다.
지난해 감사원 국정감사에서 법사위는 대통령 관저 감사 관련 회의록 등의 제출을 거부한 감사원을 상대로 현장검증을 진행했다.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 의원들이 자료 확인을 위해 감사위원실로 이동하려 하자 최달영 감사원 사무총장 등이 막아서며 충돌했다. 법사위는 최재해 감사원장과 최달영 사무총장을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대법원 현장검증에서도 이와 유사한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김남일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