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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심+배금주의=최악의 스트레스
지난해 우리나라 사람의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405잔이었다.
세계 평균치보다 2.7배 이상 높다. 양은 매년 느는 추세다. 커피에 들어있는 카페인 성분은 세로토닌이나 도파민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촉진해 스트레스를 완화해 준다. 커피 소비량이 많다는 건 그만큼 스트레스 지수가 높다는 뜻이다. 둘은 양(+)의 상관관계를 갖는다. 우리는 지금 감당하기 힘들 만큼 큰 스트레스를 견디기 위해 다량의 카페인을 투여하며 살고 있는지 모른다. 미국 작가 마크 맨슨(Mark Manson)은 ‘한국인은 유교적 가치 중 하나인 수치심을 내면화해 자신에게 끊임없이 채찍질을 주식자문
가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한다. 게다가 ‘자본주의의 가장 안 좋은 측면인 배금주의가 사회 전반에 퍼져 있다. 이 둘이 결합하면서 최악의 조합을 만들어 냈고, 그 결과 다수의 시민이 우울증에 노출되어 있다’라고 진단한다. 서늘한 지적이다.
이 말이 맞든 틀리든, 우리 사회의 공기가 맑지 않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그 속에서 24시간야마토동영상
을 살아가는 이들의 정신과 육체가 건강할 리 없다. 우리는 아프다. 몸도 마음도 병들었다. 아프지 않은 척, 괜찮은 척 가면을 쓰고 살 뿐이다. 마음은 상처투성이다. 마음을 꺼내 살펴보면 여기저기 찔리고 베인 곳들이 많을 것이다. 이런 사실을 잘 알면서도 삶이 바쁘다는 이유로 마음을 돌보지 않았다. 마음의 소리를 듣고 대화를 나누는 일에 인색했다. 후반부에랩스
접어든 이들의 마음 상태는 어떨까. 퇴직과 정년, 은퇴의 강을 건넌 이들에겐 대체로 두 가지 감정이 똬리를 틀고 있음이 감지된다. 하나는 ‘불안감’이고, 다른 하나는 ‘상실감’이다. 전환기에 맞닥뜨리는 일종의 심리 증후군(syndrome)이다.
전두엽 ‘REST 유전자’ 수명에 영향
중장년층 다수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기준가
두려움을 안고 살아간다. 중병에 걸려서 모아둔 돈을 까먹으면 어떡하지. 너무 오래 살아서 자식한테 부담을 주면 어쩌지 같은 불안감이 내면에 침잠되어 있다. 이런 염려는 발생하지 않은 미래의 일을 당겨서 걱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무용(無用)하다. 근심이 우리를 붙잡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근심을 붙잡고 있는 꼴이다. 걱정 바이러스는 스트레스만큼 해롭다. 황금성나비
걱정과 근심, 불안과 공포가 생명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흥미로운 연구가 있다. 미국 하버드 의대 연구팀이 80살 이전에 사망한 그룹(A)과 80살 이후까지 장수한 그룹(B)의 뇌 조직을 검사해 보았더니, 그룹(B)의 뇌 전두엽에 특정한 유전자 단백질이 많이 분포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 유전자의 이름이 ‘REST’다. 휴식(REST)이라는 유전자가 인간 수명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이 유전자는 신경 자극을 줄이고 억제하는 일을 담당한다. 뇌의 활성화 정도를 조절하는 감지기(sensor) 역할을 하는 셈이다. 뇌가 활성화되어 있다는 건 신경회로가 활발히 작동되고 있다는 뜻이고, 비활성화된 상태라는 건 뇌가 쉬고 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REST 유전자가 적다는 건 뇌가 그만큼 혹사당했다는 뜻이다. 반대로 이 유전자가 많다는 건 뇌를 자극하는 요소를 차단함으로써 뇌가 덜 피로한 상태였음을 의미한다. 걱정이 쌓이면 뇌가 활성화되고 그럴수록 생명은 단축된다. 머릿속의 잡념을 없애는 게 생명을 연장하는 비결이라는 말이다. 스님들이 장수하는 이유는 맑은 공기와 채식, 규칙적 생활 탓이 아니라 명상과 참선을 통해 잡념을 없애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비우고 내려놓는 것의 참 의미를 일깨운다.
출구만 있고 입구 없으면 상실감
상실감은 무언가를 잃었을 때 깃드는 마음이다. 무엇을 잃었다고 느끼는 것일까. 명함과 직업, 설 자리와 머물 공간 같은 것들이다. 퇴직과 정년의 강을 건넌 이들 상당수가 바닥으로 추락한 듯한 느낌. 쓸모없는 존재가 된 것 같은 자괴감에 휩싸인다. 이런 증상은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즉 자신의 가치를 타자의 평가에 의존하는 습성이 강한 사람일수록 두드러진다. 무너진 자존감에 대한 보상 심리가 작동해 화살의 방향을 ‘밖’으로 돌려 세상을 비난하거나, 거꾸로 화살을 ‘안’으로 돌려 자기를 공격하기도 한다. 바쁘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에 휩싸여 과도할 정도로 몸을 혹사하거나, 삶의 중심을 잃고 여흥(entertainment)만 좇는 사람도 있다. 상실감에서 벗어나려는 눈물 나는 몸부림이다. 하지만 이는 극복이 아니라 도피에 가깝다. 목이 탄다고 바닷물을 마시면 더 큰 갈증을 불러일으키는 법이다.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정혜신은 ‘우리나라에서 직장 생활은 회사가 필요로 하는 도구로 살아온 시간이며, 사회적 성공이란 자기 억압의 결과일 수 있다’라고 말한다. 나아가 ‘그런 삶의 끝에서 만나는 은퇴란 몸에 밴 자기 억압이 한꺼번에 풀리는 일대 사건’이라고 이야기한다. 은퇴란 ‘정해진 삶에서 벗어나 어디로든 발을 뗄 수 있는 자유로운 상태, 비로소 내 삶으로 돌아오는 순간’이라는 것이다.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맞는 말이다. 정년과 은퇴는 사회가 정해준 삶에서 벗어나 마침내 내 삶으로 돌아오는 순간이다. 그런데 바로 이 지점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전반부를 마친 이들 중 상당수가 출구(出口)만 있고 입구(入口)가 없는 상황에 직면한다. 자유는 넘치는데 나아갈 방향을 모를 때, 상실과 불안은 증폭된다.
관성과 족쇄에서 풀려나는 것과 목표와 지향을 갖는 건 다른 문제다. 목적지가 없는 배는 항구를 떠날 수 없다. 큼지막한 가방을 들고 환승장에 모인 이들은 두 모둠(group)으로 나뉜다. 어디로 가야 할지를 몰라 우왕좌왕하는 ‘다수’와 갈 곳을 정해 둔 ‘소수’다. 이들은 누구일까. 일찍부터 후반부를 예비한 사람들. 동료들이 정상에 오르려고 애를 쓸 때, 어떻게 잘 내려갈지를 고민한 이들. 마음의 소리를 듣고, 세상을 관찰하면서 새 항해를 위한 지도와 나침반을 마련한 사람들이다. 목적지가 어딘지는 중요치 않다. 좌표를 가진 이들은 불안과 상실이 아니라 기대와 희망을 품고 바다로 나아간다.
은퇴 뒤 할 일 찾기 전 알아야 할 것
전환기에 맞이하는 심리적 굴곡 즉 불안감과 상실감은 정체성의 회복을 통해서만 극복될 수 있다. 정체성(identity)이란 ‘나다운 것’이다. 세상이 만든 틀에 자신을 가두거나 타인의 시선에 예속되면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없다. 그러므로 반환점을 돌기 전 혹은 그 이후라도 ‘나는 누구인가, 어디로 가려고 하는가?’라는 화두를 던져놓고 진지한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번데기 안으로 들어가 길고 지루한 탈피(脫皮)의 과정을 인내한 애벌레가 새 몸과 날개를 얻듯, 변신을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우리가 있어야 할 곳은 객석이 아니라 무대이기 때문이다. 스코틀랜드 철학자 매킨타이어(Macintyre)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려면 그 전에 ‘나는 어떤 이야기의 일부인가?’라는 물음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내가 어떤 이야기의 일부인지를 아는 것. 이 서사적 탐색이 우리의 삶을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할 것이라 믿는다.
덧) 나를 회복하는 것을 치유(cure), 남을 살피는 것을 돌봄(care)이라고 합니다. 치유와 돌봄은 순환됩니다. 누군가로부터 돌봄을 받은 이는 자신을 치유할 힘을 얻습니다. 치유도 돌봄도 혼자 하는 게 아니라 같이 하는 것입니다. 다음 회차는 ‘마음의 치유와 돌봄’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문진수의 당신이 몰랐던 진짜 은퇴 이야기는?

문진수 작가는 학원 강사, 대기업 간부, 보험 판매원, 중소기업 임원, 사회적기업 대표, 비영리 재단 활동가, 공공기관 상임이사 등 다양한 섹터를 넘나들며 살아온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입니다. ‘은퇴의 정석’ ‘은퇴 절벽’을 출간했고, 정년을 앞둔 분들을 대상으로 생애 설계에 대한 강연도 하고 있습니다. 돈이 선하게 쓰이는 세상을 탐구하는 사회적금융연구원 대표이기도 합니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인생 주기(life cycle)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정년과 은퇴, 노후에 대한 궁금증이나 고민이 있는 분은 ‘당신이 몰랐던 진짜 은퇴 이야기’의 문을 두드려 주세요. 한겨레 이메일([email protected])로 질문을 보내 채택되시면, 문진수 작가가 격주 월요일마다 생애 후반부 ‘좋은 삶’을 살아가기 위한 소담한 지혜를 나누어 드립니다. 한겨레 로그인 콘텐츠 ‘오늘의 스페셜’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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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몰랐던 진짜 은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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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