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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막을 실은 5t 트럭이 마을 입구에 들어섰다. 적재함 밖으로 폭이 삐져나오는 육중한 철 구조물을 싣고 늘어진 나뭇가지를 요령 있게 피하며 트럭은 폭 3ｍ의 진입로를 돌아 들어왔다. 미리 와 있던 대형 지게차가 농막을 들어 바닥에 깔아 둔 6개의 주춧돌 위에 천천히 내려놨다. 창틀에 비닐 포장이 남아있는 6평 작은 집은 아침 햇살을 받아 해사해 보였다. 이제 일 하다 들어가 쉴 수 있는 곳이 생겼다. 안정적으로 ‘5도 2촌’ 할 수 있는 생활 인프라를 갖춘 것이다.
농막을 들여놔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2019년 늦가을이었다. 과일나무를 심고 몇 년간 주말에 개인급전대출 풀 관리를 하러 내려왔는데 불편한 게 참 많았다. 일하다 땀을 식히거나 씻기도 어려웠고, 점심 먹을 곳도 마땅치 않았다. 할 일이 좀 남았어도 저녁이면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마침, 우리 밭으로 이어진 도로가 그해 가을 넓어지고 시멘트로 포장도 됐다. 밖에서 농막을 주문해 트럭에 싣고 올 수 있게 된 것이다.
복층에 목조까지 다양하지만 가 농협 농특세 설건축물
어떤 농막이 좋을까? 인터넷 카페와 유튜브를 돌아다니며 공부했다. 농막(農幕)은 원래 농기구나 농자재를 보관하던 창고였다. 초기 농막은 해상 화물을 싣는 철제 컨테이너를 개조한 게 주종이었다. 여기서 낮잠도 자고 쉴 수 있었으나, 단열이 안되는 철판이어서 여름엔 찜통, 겨울엔 시베리아였다. 그 뒤로 주말 체험 영농이나 5도 2촌 통상임금 식대 인구가 늘어나면서 주택처럼 쾌적하고 편리한 농막이 등장했다. 단열재가 두툼하게 들어간 샌드위치 패널 농막, 목조 농막 등 건축 재료도 다양해지고, 복층으로 다락방을 만드는 등 디자인도 진화했다. 농막에는 합법적으로 전기와 수도를 연결할 수 있고 정화조도 설치할 수 있다. 여기까지 보면 농막은 투박한 이름과 다르게 세컨하우스나 작은 별장 같아 보인다.
저축통장하지만 현행법상 농막은 엄연히 주거시설이 아니며 가설건축물로 분류한다. 농지법 시행규칙 3조2(농막 등의 범위)에는 농막이 ‘농작업에 직접 필요한 농자재 및 농기계 보관, 수확 농산물 간이 처리 또는 농작업 중 일시 휴식을 위하여 설치하는 임시창고’라 돼 있다. 그러면서 △주거용으로 사용하지 말 것 △연면적 20㎡(약 6평) 이하일 것 같은 설 신협햇살론대출 치 요건을 규정하고 있다. 법대로라면 여기서 밤에 잠을 자면 안 된다는 말인데, 그럼 5도 2촌을 하지 말라는 뜻인지 헷갈렸다. 전국의 수많은 농막에서 도시인이 주말에 내려와 일하고 해 지면 자고 가는 게 현실인데, 법은 ‘혼·분식 장려하던 시절’ 얘기를 하는 것이다. 이런 법과 현실의 괴리는 2023년 농막 실태에 대한 감사원 감사로 혼선을 겪은 뒤, 10평 규모의 ‘농촌 체류형 쉼터’를 법제화하고 농막에 대한 규제도 일부 완화하면서 정리된다.(요즘 인기 있는 체류형 쉼터에 대해서는 다음 회에 쓸 예정이다.)



농막을 트럭에서 내려 기초석 위에 설치한 모습.


가장 중요한 건 단열
어느 정도 알아본 뒤에는 지어진 걸 직접 보러 대여섯 군데 제작업체를 다녔다. 인터넷에서 구매자의 후기와 평판도 찾아 읽었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곳이 경북 영주의 ‘ㅎ 하우징’이라는 업체. 1월 하순의 어느 주말 아내와 나는 영주로 차를 몰았다. 작업장에서 마음에 드는 모델을 고르고 사장과 1시간 정도 상담을 했다. 사장님은 “농막은 여름에 덜 덥고, 겨울에 덜 추운 게 제일 중요하다”며 단열을 특히 강조했다. 자신은 보통보다 두꺼운 스티로폼이 든 샌드위치 패널을 쓰고, 땅 위에 떠 있는 바닥 면에도 단열재를 꽉꽉 채워 마감한다고 했다. 멋진 외관이나 고급 내장재를 내세우는 게 아니라 가장 실용적인 면을 강조하는 게 농막에 무슨 철학이라도 있는 양 진솔해 보였다. 아내와 나는 결정했다. “여기에 주문하자.”
견적은 약 950만원. 우리가 주문한 모델은 가로 6ｍ, 세로 3ｍ로 18㎡(약 5.5평) 너비이다. 법에는 20㎡(약 6.06평) 이하면 된다고 했으나, 지자체에 따라 정화조 표면적도 전체 면적에 넣어야 해서 조금 여유를 두어야 한다. 여기에 부엌, 화장실을 설치하고 30ℓ 순간온수기, 부동액을 사용하는 온수 보일러를 갖춘 모델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농막에 많은 돈을 쓸 생각이 없었다. 주말에만 이용하는 시설인 데다, 나중에 귀촌이라도 하면 어차피 집을 새로 짓거나 임대해야 한다는 판단도 있었다. 다락방이 있는 복층 모델은 비용이 300만원 정도 추가돼 일단 제외했다(나중에 친구들이 왔을 때 잠자리가 불편해, 그냥 할 걸 그랬나 후회를 하기도 했다). 편백 나무를 두르는 등 내장재를 고급화하는 것도 단념했다. 전면을 다 트는 통창 대신 절반쯤 내려오는 크기의 창을 택했다. 통창은 시원해 보이지만 여름에는 모기, 나방 때문에 열어 두기 어렵고, 겨울에는 추울 것 같았다. 대신 우리는 단열 기능이 우수한지, 창호를 좋은 거로 하는 지, 이음새를 깔끔하게 마감하는지, 콘센트 같은 전기설비를 편리하고 안전하게 설치하는 지를 꼼꼼이 살폈다.



우리가 산 농막과 같은 모델의 주방 및 화장실. 초기에 찍어둔 사진이 없어서 업체에 부탁해 받았다. ㅎ 하우징 제공


아파트처럼 ‘마이너스 옵션’도 가능
이에 더해 주방, 화장실, 순간온수기, 바닥 보일러는 벽체를 두르고 자리만 잡아두는 마이너스 옵션을 택했다. 농막을 가져와서 동네 설비업자에게 맡기는 게 저렴할 것 같아서다. ㅎ 하우징 사장님은 선선히 “그러시라”고 하면서 순간온수기를 싱크대 개수대 밑에 다는 요령 같은 걸 알려줬다. 보통 온수기는 화장실 위편에 설치하는데 그렇게 하면 “안 그래도 좁은 공간이 더 좁아진다”는 게 이유였다. 이렇게 나온 계약 가격이 583만원. 농막을 가져다 놓고 주방과 화장실, 순간온수기를 따로 설치하는데 자재비 100만원, 인건비 120만원이 들었다. 바닥은 전기 패널을 깔고 잠자는 곳만 온수 매트를 사용했는데(혹시 모를 전자파를 걱정해서), 부동액 보일러는 겨울에 데워지기까지 오래 걸리는 점을 고려했다. 전체 비용을 계산해 보니 820만원 정도가 들었다.(배송료 35만원, 자게 차 임차료 14만원은 별도)
농막을 계약한 것이 1월 말이고 들어온 것이 4월 말인데, 그 사이 코로나 팬더믹이 유행하면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됐다. 갈 곳이 없어진 전국의 중년들이 농막에 관심을 가지면서 수요가 급증했다. 이에 더해 국내외 공급망이 흐트러지면서 자재비와 인건비가 뛰었다. 농막 가격은 빠르게 올랐다. 5년이 지난 지금 알아보니 우리가 산 모델을 다시 사려면 1350만원 정도 든다고 한다. 물론 업체에 따라서는 고급 자재를 썼다면서 3천~4천만원 농막도 내놓고 있다.



실내. 우리 농막은 같은 구조이지만 전면이 통창이 아니고 신발받이가 없는 등 약간의 차이는 있다. ㅎ 하우징 제공


전기설치보다 어려운 건 오수관·정화조
농막이 제작되는 동안 놓을 바닥을 평탄하게 하고 콘크리트 주춧돌을 사다 수평을 맞췄다. 도착 1주일 전에는 정화조를 묻고 오수 배관을 깔았다. 하루 동안 작업했는데, 굴착기 사용료와 작업자 2명 인건비 50만원, 정화조 부자재 값 54만원이 소요됐다. 정화조는 5인용으로 묻었는데, 빗물의 부력으로 정화조가 땅 위로 솟아오르지 않게 하려면 물을 채워야 한데서, 수십 양동이의 물을 이웃에서 길러다 부었다. 그런데 내가 정말 알아야 할 것이 있었다. 오수관과 정화조 관이 지나는 자리는 한번 팠던 땅이라 시간이 갈수록 가라앉는다는 걸 모르고 그 위에 농막의 뒤편 기초석을 올려놓은 것이다. 처음엔 멀쩡하던 농막이 차츰 뒤로 기울었다. 나중엔 방바닥에 앉아 있어도 알아챌 만큼 경사가 느껴졌다. 농막을 다시 들어서 옮길 수도 없고(이미 오수 및 정화조관을 연결했기 때문), 차량용 잭으로 들어 올린 뒤 앞쪽 기초석을 가라앉히는 등 수평을 맞추느라 한 1년 정도 고생했다.
농막을 놓고 전기를 끌어왔다. 이 일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유구 읍내 전기 설비업체를 골라 60만원의 비용을 입금하고 다음 주 와 보니 계량기가 설치돼 있고 전기가 들어와 신기했다. 전신주가 농막 5m 옆에 있어서 공사가 수월했다고 한다. 전기가 들어온 뒤 맨 먼저 산 게 냉장고다. 더운 여름 아이스박스를 가져와 아무리 얼음을 채워 넣어도 한나절이면 다 녹았는데 이젠 언제든 시원한 음료를 마실 수 있었다. 곧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벽걸이형 에어컨도 구해다 달았다. 농막에서 쉬는 즐거움이 한층 커졌다.



농막 설치를 기념해 마을 주민들에게 나눠준 수제비누세트


우리는 농막도 엄연히 집이라 생각해 농막이 들어온 그 아침에 시루떡과 막걸리를 준비해 궁금해서 나와보신 동네 어른들께 대접했다. 동시에 이장님께 농막이 들어온다는 걸 알리고 아내가 만든 천연 수제비누 50세트를 드리니, 마을 방송으로 알리고 집집이 나눠주셨다.

# 이봉현의 농막일기는?

기자로 35년간 서울에서 일했습니다. 혼자 집중할 때 에너지를 얻는 편이어서, 텃밭과 정원이 있는 호젓한 공간을 꿈꿔왔습니다. 마침내 충남 공주의 산간마을 밭을 사 2018년 사과대추, 자두 등 유실수를 심었습니다, 2020년 봄부터는 농막을 들여놓고 금요일 밤에 내려가 주말 텃밭 농사를 짓고 옵니다. 5년간의 ‘5도2촌’ 생활에서 경험한 기쁨, 시행착오, 지역의 현실 등을 담아 격주로 독자를 만나려 합니다. 한겨레 로그인 콘텐츠 ‘오늘의 스페셜’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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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현의 농막일기

https://www.hani.co.kr/arti/SERIES/3317

글·사진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