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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인도차이나반도의 여러 국가가 서구 열강의 식민 지배를 겪은 뒤 홀로서기를 했지만 태국은 영국과 프랑스의 완충 지대로 주권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었다. 1932년 '시암 혁명'을 통해 절대 왕정이 끝나고 입헌군주제가 도입돼 총리와 행정부가 실질적인 국가 통치 권한을 갖게 됐다. 이때 국호는 시암에서 타이(태국)로 바뀌었다.
하지만 다수의 신생국이 그러했듯, 가장 조직화한 집단으로서 군부가 정부를 장악하거나 막후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무려 60 여유자금재테크 년에 달하는 이 기간에 17차례 군부의 쿠데타 시도가 있었다. 1992년 5월 방콕 민주항쟁으로 군사정부는 붕괴하고 의회 민주주의가 되살아났지만 군부의 위세가 크게 손상되지 않았다. 군부는 초법적인 최고 권위의 상징인 왕실과 공생 관계를 유지하며 태국 정치를 사실상 좌지우지해왔다.
새로운 세기가 시작되면서 이 지형에는 일대 변화가 찾아왔다 취득세 계산기 . 화교 출신 통신재벌 탁신 친나왓의 정당이 2001년과 2005년 총선에서 연거푸 압승을 거두면서였다. 탁신은 도시 엘리트와 중산층이 아닌 농민과 빈민층을 지지기반으로 해 기득권 세력과 갈등을 빚었다. 그의 경제 정책은 농민 부채 탕감과 저비용 국민 건강보험 도입이었다. 이는 기득권으로부터 포퓰리즘 정책이란 비판을 받았지만 탁신이 높은 지지를 받는 배경이 바로대출가능 됐다.



2006년 10월 1일 태국 방콕 도심에 기갑 부대가 배치돼 있다. ⓒ 로이터=뉴스1


탁신의 압도적 인기는 국왕을 정점으로 하는 태국 사회의 전통적 위계질서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됐다. 특히 재선 성공 이후부 카드순위 터 군부-왕실-사법부-관료제로 이뤄진 기득권 카르텔의 탁신에 대한 반발은 거세졌다. 태국의 엘리트 세력은 탁신이 부패했고, 왕실의 권위를 위협하며, 민주주의를 가장한 독재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시위를 벌였고, 이 기회를 틈타 군부는 2006년 9월 쿠데타를 벌여 정권을 잡았다. 유엔총회 참석 중이었던 탁신은 실각했다. 육군 총사령관 출신으로 총리를 소득증비서류 지낸 쁘렘 띤술라논은 2006년 인터뷰에서 "경주에서 말을 타는 것은 기수이지만 말을 소유하는 것은 마주(馬主)"라고 설명했다.
쿠데타는 반격의 서막에 불과했다. 이후, 탁신과 관계된 총리 5명이 헌법재판소 판결에 따라 줄줄이 해임됐다. '탁신의 대리인'으로 여겨졌던 사막 순다라벳(총리 재임 2008년 1월~9월), 탁신의 매제였던 솜차이 웡사왓(2008년 9월~12월), 탁신의 여동생 잉락 친나왓(2011년 8월~2014년 5월), 부동산 재벌 출신으로 탁신 측근인 세타 타위신(2023년 8월~2024년 8월)이 비선출 권력에 의해 권좌에서 물러났다. 지난달 29일엔 탁신의 딸인 패통탄 친나왓(2024년 8월~2025년 8월)이 파면됐다.
파면 사유는 석연치 않았다. 사막은 총리 재임 중 TV 요리 프로그램에 출연해 출연료를 받은 것이 문제가 됐고, 세타는 과거 유죄 판결을 받은 인물을 내각 장관으로 임명한 것이 공직자 윤리 규정에 위배된다고 해임됐다. 싱가포르의 싱크탱크인 동남아시아연구소의 나폰 자투스리피탁 방문연구원은 외신 인터뷰에서 현재 재판관들과 과거 재판관들 대부분은 군부가 이끄는 보수 성향의 정부하에서 임명됐거나 임기가 연장된 이들이라고 설명했다.
태국에서 가장 최근 치러진 2023년 총선에서 젊은 세대는 탁신 가문의 정치에 대한 피로감과 변화에 대한 열망을 동시에 보여줬다. 2020~2021년 벌어진 민주주의 및 군주제 개혁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로 폭발했던 민심은 진보정당 전진당(MFP)을 선택했다. 하지만 헌재는 이들이 공약으로 내세운 '왕실 모독법 개정'은 입헌군주제 파괴 시도와 같다고 보고 지난해 8월 해산 명령을 내렸다. 기득권 카르텔은 민주적 선거를 통해 등장한 서민 기반의 정부나 개혁 세력을 여지없이 견제하고 제거했다.



15일(현지시간) 태국 방콕에서 정치ㆍ군주제 개혁을 요구하는 민주화운동 시위대가 일제히 독재에 대한 저항을 뜻하는 ‘세 손가락 경례’ 를 하고 있다. 2020.10.15 ⓒ AFP=뉴스1


1990년대 초반에 연평균 8.4%에 달하는 성장률로 동남아의 대표적인 경제 강국으로 떠올랐던 태국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로 심대한 타격을 입은 뒤 점진적으로 회복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정치적 불안정과 사회적 갈등 속에서 저성장이 지속되면서 '중진국의 함정'에 빠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동남아 1위 경제 대국 인도네시아와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젠 베트남에마저 추월당할 처지에 놓였다. 영국 싱크탱크 경제경영연구소(CEBR)는 지난 5월, 베트남이 2028년 이후 태국을 제치고, 인도네시아에 이어 동남아 2위 경제 대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8월 말 휴가차 찾은 태국에서 만난 한 30대 택시 운전사는 자신은 "신세대"로 기득권층과 탁신 가문 정치인을 모두 싫어한다고 말했다. 그는 운전 중에도 스마트폰 번역기를 돌려가며 한참이나 왕실 제도 개혁과 태국 민주주의 성숙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외국인인 내게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고 했던 그는 한국의 정치 상황에도 관심을 보였다.
지난 20여년간 태국의 민심은 기득권 세력을 외면했다. 탁신의 정당은 매번 선거에서 승리했고, 2023년 총선에선 한층 개혁적인 신생 정당이 1당 자리를 차지했다. 그때마다 민심과 괴리된 정치지형 변경 시도와 혼란이 이어졌다. '정치가 밥 먹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정치 안정 없이는 성장도 번영도 없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로 태국보다 마침맞은 나라는 없을 듯싶다. 민의를 계속 틀어막으면 태국의 위기 타개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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