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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9시40분, 이른 시간부터 노인들이 지하상가 벤치에 앉아 담소를 나누거나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다. 사진 = 최광현 기자


[충청투데이 최광현 기자] "우리가 젊은 애들처럼 놀 줄 알겠어요. 그냥 사람 지나다니는 거 구경하면서 시간이나 떼울 뿐이지"
17일 오전 9시40분, 대전역 지하상가. 상인들이 분주히 셔터를 올리는 이른 시간임에도 통로 곳곳 벤치마다 흰머리 노인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급한 볼일이나 쇼핑이 목적이 아닌, 그저 하루를 버티기 위해 집을 나선 이들이다.
손에는 집에서 싸 온 보온병 하나, 시간을 보내려고 챙겨온 책 한 권이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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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저도 없이 멍하니 벤치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지켜보는 노인들도 대다수였다.
현장에서 만난 김모(68) 씨는 "우리같이 은퇴하고 나이 든 사람들이 갈 곳이 어디 있겠냐"며 "복지관은 사람이 넘쳐나고, 경로당은 70대 후반에서 80대 어르신들이 많아 가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2년 전 은퇴한 그는 일찍 세상을 떠난 아2011년주식
내를 그리워하며 혼자 사는 일상을 견뎌내고 있다. 자식들은 모두 서울에 살아 찾아오는 일도 드물다.
김 씨 같은 노인들에게 지하상가와 재래시장은 하루를 견뎌내는 마지막 '피난처'가 됐다.
같은 벤치에 앉은 박모(66) 씨는 "지하상가는 시원하고 화장실도 있어 편리하다"며 "사람들 지나다니는 것만 봐도 심심하지 않다"고 말주식시작
했다.
그는 처음엔 공원을 전전했지만 비바람과 무더위를 피해 결국 이곳에 정착했다.
오전 10시가 넘자 노인들이 하나둘 더 모여들었다.
빈 벤치가 채워지면서 지하상가는 어느새 '실버 쉼터'로 변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실제 이들이 갈 곳은 턱없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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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설 대부분이 경로당에 치우쳐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충청권 노인여가복지시설 1만1764곳 중 1만608곳이 전부 경로당이다.
또 충청권에서 충남을 제외한 지역의 복지관과 노인교실은 단 한 곳도 늘지 않아 노인들의 발길을 멈춰 세웠다.
디지털 소외 문제 역시 노인들의 현 상황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모바일 릴게임

각종 신청과 정보 검색이 모바일 중심으로 바뀌면서 스마트폰 사용이 서툰 노인들은 정보 접근 자체가 막힌 셈이다.
지하상가를 걸으며 만난 정모(71) 씨는 "복지관에서 프로그램을 한다는데 핸드폰으로 신청하라고 하더라"며 "스마트폰은 있어도 잘 못 쓰니까 결국 포기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불균형이 노인들의 '떠돌이 생활'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역의 한 복지 전문가는 "지하상가나 쇼핑몰에서 시간을 보내는 노인들이 늘고 있지만, 이는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연령대별 맞춤형 여가 공간 확충과 함께 디지털 소외 해소를 위한 지원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17일 오전 9시40분, 이른 시간부터 노인들이 지하상가 벤치에 앉아 담소를 나누거나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다. 사진 = 최광현 기자





17일 오전 9시40분, 이른 시간부터 노인들이 지하상가 벤치에 앉아 담소를 나누거나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다. 사진 = 최광현 기자


최광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