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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빈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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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7 08:54
보스턴 마라톤 피니시 라인 너머 왼쪽 건물 상단에 ‘너를 완주하게 하는 것은 무엇이니?(what gets you to the finishline?)라고 쓰인 노란색 현수막이 걸려 있다. 필자 제공
가장 오래된 마라톤 대회
베를린 마라톤에 다녀온 이듬해인 2019년 123번째 미국 보스턴 마라톤 대회를 완주했다. 보스턴 마라톤은 마라토너라면 인생에 한 번쯤 참가하고픈 꿈의 대회로 여겨진다.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미국으로 건너온 청교도 이민자들의 첫 보금자리가 보스턴 근방이다. 보스턴이 미국의 가장 오래된 도시인데, 보스턴 마라톤 대회는 1896년에 처음 개최되어, 전 세계 마라톤 대회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하이닉스주가전망
우리나라의 서울 동아마라톤 대회도 1931년 처음 개최되어 올해로 95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보스턴 마라톤과 인연이 있는데, 1947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 손기정 감독과 선수단이 초청받아 서윤복 선수가 2시간25분39초로 우승하였다. 또 1950년 대회에서는 함기용 선수가 1위(2시간32분39초), 송길윤 선수가 2위 최윤칠 선수가 3위로 다빈치게임
보스턴 마라톤 남자부 입상을 휩쓸었다.
2019년 4월15일 보스턴 마라톤 출발선. 필자 제공
마라톤 대회 운영은 날씨가 중요하다. 내가 참가한 2019년 4월15일 보스턴 마라톤 대회는 폭우 예보가 있었다. 대회 한라건설 주식
당일 새벽까지 일기예보가 뒤바뀌기를 기다렸지만, 대회 날 아침에는 여지없이 폭우가 내렸다. 때려 붓는 빗줄기, 우산이 뒤집히는 거센 바람에 숙소를 나서면서부터 신발과 온몸이 쫄딱 젖어버렸다. ‘이렇게 비가 계속 오면 완주는 가능할까?’ ‘발에 물집 잡히겠는데, 벌써부터 추워서 어쩌나.’ ‘공식 대회 사진도 신청했는데, 하나도 못 건지겠다.’
대성파인텍 주식
신청부터 훈련까지 사실상 2~3년을 준비해 왔는데 지구 반대편까지 날아와서 장대비 속에 달릴 생각을 하니 걱정되고 실망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장대비 속에 차가워진 몸과 마음으로 낯선 장소를 찾아다니며 겨우 물품을 맡기고 노란색 스쿨버스를 탔다. 보스턴 마라톤은 서에서 동으로 42.195km(26마일385야드)를 달리는 일직선 코스인데, 동쪽 피니시 지점신세계I&C 주식
에서 대회 측이 동원한 스쿨버스를 타면 서쪽 스타트 지점에서 내려준다.
지구 반대편에서 찾은 마음의 자리
버스에 앉아 2시간 후 시작될 레이스를 떠올리며 눈을 감고 호흡을 관찰하며 평정을 되찾으려 노력했다. 그러던 중 아차, 스스로 마음먹은 한 가지를 잊고 있었다는 것을 기억했다. 보스턴 마라톤 여행을 떠나기 전, 모든 경험을 마주하며 반응하는 내면의 의식과 마음을 바라보기로 했었다. ‘어떤 종류의 경험이든 좋고 나쁨은 없다. 살아가면서 겪는 모든 경험은 그저 나를 바라보게 하고, 나아가게 하는 바탕이 된다.’ 의식 세계라 할 수도 있고, 생각이라 할 수도 있는 마음의 문이 열렸다. 그러고 나니 분주하고 시끄럽던 마음이 고요해지고 맑아지는 걸 느꼈다. 지구 반대편을 날아와 얻은 게 있다면 이거였다. 이 느낌과 자각을 최대한 명확하게 붙들고 레이스를 운영하기로 했다. 덕분에 달리다가 지치고 힘들 때마다 아침에 버스 안에서 느낀 맑고 기뻤던 마음의 자리를 떠올리며 고비를 넘고 경쾌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신기하게 하늘도 맑아졌다.
2019년 4월15일 보스턴 마라톤 출발선 앞에서 비가 멎고 먹구름이 걷히고 있다. 필자 제공
격조 높은 행사 진행과 응원
출발지에서 피니시에 이르는 거리까지 마라톤을 구경하고 응원하러 나온 시민들이 주로 양옆에 빼곡하게 자리했다. 주로에 응원단이 없는 빈 곳은 없었는데, 함성을 외치며 러너들에게 오렌지, 물수건, 젤리를 건네고, 플라스틱 쓰레기통을 뒤집어 드럼처럼 연주했다. 아이들은 종을 울리고 고사리손을 내밀어 하이파이브를 했다. 개와 고양이까지 데리고 나와서 응원하는 모습이 온 시민의 큰 축제 같았다. 스타트부터 피니시까지 온몸의 감각을 깨우는 듯한 응원 함성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응원단이 러너를 보는 재미도 있겠지만 러너가 응원단을 구경하는 것도 흥미진진했다. 노래 한곡조 뽑고 가라고, 마이크를 내미는 시민도 있었고, 우리나라에서 막걸리를 권하는 것처럼, 위스키 한잔 씩 권하는 이도 있었다.
보스턴 마라톤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자원봉사자의 규모가 대회 참가자의 몇 배는 되어 보였다는 것이다. 대회 후 보스턴 마라톤 공식 홈페이지에도 마라톤 완주자에 대한 축하와 함께 자원봉사자들의 수고에도 깊은 감사를 표하며, 대회 참가자와 자원봉사자 모두 보스턴 마라톤 대회 주인공으로 격을 높였다. 마라톤 대회는 참가자들만 있다고 해서 개최될 수 없다. 준비하는 주최 측을 비롯해 자원봉사자와 경찰의 노고, 시민들의 관심과 배려, 대회를 흥미 있게 보고 즐기는 관람객의 합이 맞아야 한다. 잘 운영되는 격조 높은 대회일수록 그 짜임과 상호작용이 탄탄하고, 서로에 대한 믿음과 진심을 바탕으로 제대로 소통되고 있었다.
전체 코스에서 절반 즈음 달리니 ‘키스 미’로 유명한 웨슬리(Wellesley)가 나왔다. 웨슬리 여대생들이 키스 미 피켓을 들고 열띤 응원을 해주었다. 뽀뽀 대신 손바닥으로 다다다다 하이파이브 파도타기를 했다. 또다른 보스톤 마라톤의 유명한 구간은 ‘하트 브레이크 힐(Heart break hill)’이다. 언덕을 오르기 전부터 힘내라고 응원 함성이 대단하다. 좀 쑥스러울 정도로 응원단들이 엄지를 치켜세우며 장하다고 열띠게 응원해 주었다. 지친 러너들을 위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얼음, 물, 음료를 챙겨 주고 자기 집 잔디밭 호스를 끌어다가 물도 뿌려 주며 격려해주는데, 마라톤 하길 참 잘 했단 생각이 들었다. 언덕을 넘고 나니 “너는 하트 브레이크 힐도 지나온 대단한 사람이다” 격려하며 몇 마일 안 남았다고 또다시 목 터져라 응원해주었다. 지금 떠올려도 머리카락이 쭈뼛 설 정도로 대단한 에너지다.
2019년 4월15일 보스턴 마라톤 피니시 라인. 필자 제공
고요해지는 마음 관찰하면 어느새 42.195km
피니시가 가까워 올수록 남은 거리가 줄어드는 게 축제가 끝나가는 것처럼 아쉬웠다. 20마일(32km) 넘어서면서는 피로가 누적되어 가장 힘든 구간인데 말이다. 피니시 구역에서는 스피커 볼륨을 높이듯 응원 함성이 점점 커져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울렸다. 대회를 마쳐서 기쁘고 후련하면서도 여운이 오래도록 이어졌다. 한참을 서서 뒤이어 들어오는 주자들을 바라보았다. 피니시 라인 너머 빌딩에 걸린 초대형 포스터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너를 완주하게 하는 것은 무엇이니?” 나를 완주하게 하는 것은 달리는 내내 생각과 정신, 마음과 의식 세계를 바라보며 관찰하는 것이다. 달리는 중에 마음이 고요해지고, 내면을 더 선명하게 관찰할 수 있는데, 그러는 동안 42.195km를 통과해 완주에 이르게 된다. 이것은 내가 달리기를 지금까지 지속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마라톤 하는 정신과 의사 김세희의 ‘마인드 업’은?
세계 6대 메이저 베를린·보스턴·도쿄·시카고·런던 마라톤을 포함해 50여 차례 국내외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한 김세희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임상교수가 연재하는 ‘마라톤 하는 정신과 의사 김세희의 마인드 업’ 전문은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코너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김 교수가 20년간 달리기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통해 깨달은 마음에 대한 이야기가 ‘마음의 회복’을 원하는 독자분들께 큰 도움이 될 것 입니다.
(※네이버, 다음 등 포털뉴스 페이지에서는 하이퍼링크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주소창에 아래 링크를 복사해 붙여넣어 읽을 수 있습니다.)
▶마라톤 하는 정신과 의사 김세희의 ‘마인드 업’ 연재 바로가기
https://www.hani.co.kr/arti/SERIES/3322
김세희
가장 오래된 마라톤 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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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서울 동아마라톤 대회도 1931년 처음 개최되어 올해로 95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보스턴 마라톤과 인연이 있는데, 1947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 손기정 감독과 선수단이 초청받아 서윤복 선수가 2시간25분39초로 우승하였다. 또 1950년 대회에서는 함기용 선수가 1위(2시간32분39초), 송길윤 선수가 2위 최윤칠 선수가 3위로 다빈치게임
보스턴 마라톤 남자부 입상을 휩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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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대회 운영은 날씨가 중요하다. 내가 참가한 2019년 4월15일 보스턴 마라톤 대회는 폭우 예보가 있었다. 대회 한라건설 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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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반대편에서 찾은 마음의 자리
버스에 앉아 2시간 후 시작될 레이스를 떠올리며 눈을 감고 호흡을 관찰하며 평정을 되찾으려 노력했다. 그러던 중 아차, 스스로 마음먹은 한 가지를 잊고 있었다는 것을 기억했다. 보스턴 마라톤 여행을 떠나기 전, 모든 경험을 마주하며 반응하는 내면의 의식과 마음을 바라보기로 했었다. ‘어떤 종류의 경험이든 좋고 나쁨은 없다. 살아가면서 겪는 모든 경험은 그저 나를 바라보게 하고, 나아가게 하는 바탕이 된다.’ 의식 세계라 할 수도 있고, 생각이라 할 수도 있는 마음의 문이 열렸다. 그러고 나니 분주하고 시끄럽던 마음이 고요해지고 맑아지는 걸 느꼈다. 지구 반대편을 날아와 얻은 게 있다면 이거였다. 이 느낌과 자각을 최대한 명확하게 붙들고 레이스를 운영하기로 했다. 덕분에 달리다가 지치고 힘들 때마다 아침에 버스 안에서 느낀 맑고 기뻤던 마음의 자리를 떠올리며 고비를 넘고 경쾌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신기하게 하늘도 맑아졌다.
2019년 4월15일 보스턴 마라톤 출발선 앞에서 비가 멎고 먹구름이 걷히고 있다. 필자 제공
격조 높은 행사 진행과 응원
출발지에서 피니시에 이르는 거리까지 마라톤을 구경하고 응원하러 나온 시민들이 주로 양옆에 빼곡하게 자리했다. 주로에 응원단이 없는 빈 곳은 없었는데, 함성을 외치며 러너들에게 오렌지, 물수건, 젤리를 건네고, 플라스틱 쓰레기통을 뒤집어 드럼처럼 연주했다. 아이들은 종을 울리고 고사리손을 내밀어 하이파이브를 했다. 개와 고양이까지 데리고 나와서 응원하는 모습이 온 시민의 큰 축제 같았다. 스타트부터 피니시까지 온몸의 감각을 깨우는 듯한 응원 함성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응원단이 러너를 보는 재미도 있겠지만 러너가 응원단을 구경하는 것도 흥미진진했다. 노래 한곡조 뽑고 가라고, 마이크를 내미는 시민도 있었고, 우리나라에서 막걸리를 권하는 것처럼, 위스키 한잔 씩 권하는 이도 있었다.
보스턴 마라톤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자원봉사자의 규모가 대회 참가자의 몇 배는 되어 보였다는 것이다. 대회 후 보스턴 마라톤 공식 홈페이지에도 마라톤 완주자에 대한 축하와 함께 자원봉사자들의 수고에도 깊은 감사를 표하며, 대회 참가자와 자원봉사자 모두 보스턴 마라톤 대회 주인공으로 격을 높였다. 마라톤 대회는 참가자들만 있다고 해서 개최될 수 없다. 준비하는 주최 측을 비롯해 자원봉사자와 경찰의 노고, 시민들의 관심과 배려, 대회를 흥미 있게 보고 즐기는 관람객의 합이 맞아야 한다. 잘 운영되는 격조 높은 대회일수록 그 짜임과 상호작용이 탄탄하고, 서로에 대한 믿음과 진심을 바탕으로 제대로 소통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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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15일 보스턴 마라톤 피니시 라인. 필자 제공
고요해지는 마음 관찰하면 어느새 42.195km
피니시가 가까워 올수록 남은 거리가 줄어드는 게 축제가 끝나가는 것처럼 아쉬웠다. 20마일(32km) 넘어서면서는 피로가 누적되어 가장 힘든 구간인데 말이다. 피니시 구역에서는 스피커 볼륨을 높이듯 응원 함성이 점점 커져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울렸다. 대회를 마쳐서 기쁘고 후련하면서도 여운이 오래도록 이어졌다. 한참을 서서 뒤이어 들어오는 주자들을 바라보았다. 피니시 라인 너머 빌딩에 걸린 초대형 포스터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너를 완주하게 하는 것은 무엇이니?” 나를 완주하게 하는 것은 달리는 내내 생각과 정신, 마음과 의식 세계를 바라보며 관찰하는 것이다. 달리는 중에 마음이 고요해지고, 내면을 더 선명하게 관찰할 수 있는데, 그러는 동안 42.195km를 통과해 완주에 이르게 된다. 이것은 내가 달리기를 지금까지 지속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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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