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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유채연 기자

"처음에 30만 원을 내서 코인을 충전하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왜 내냐' 했더니 300만 원어치 코인을 주는 거예요."


30대 남성 박 모 씨는 지난 10일 스레드에서 만난 자칭 여성 인플루언서 A 씨와 DM으로 대화 중 한 인터넷 방송 링크를 받았다. "내 인방(인터넷 방송) 보러 오라"는 자연스러운 유인에 박 씨는 큰 의심 없이 사이트에 가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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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꼬이기 시작한 건 사이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코인'을 사면서부터였다. 박 씨는 당초 "내가 30만 원을 왜 내냐"고 했지만 A 씨는 300만 원어치 코인을 박 씨 계정으로 충전해 주며 입금을 유도했다.
박 씨가 초과 입금된 270만 원은 돌려주겠다고 하자 이때부터 박 씨를 둘러싼 A 씨와 고객센터 상담사, 실장 B릴게임사이트
씨의 압박이 시작됐다. 이들은 돈을 주고받는 기능을 위해선 계정을 '플래티넘' 등급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며 추가 입금을 유도했다.
중도에 박 씨가 수상함을 느끼고 연락을 끊자, 이들은 '금융감독원에서 추적한다', '경찰에 신고하겠다' 등 되레 협박에 나섰다. B 실장은 "원래는 200만 원을 입금해야 하지만, 우리도 미안하니 70만 원팡멀티릴게임
에 퉁 치자"며 회유에 나섰고 박 씨는 결국 하룻밤 새 280만 원을 입금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지난 11일 박 씨의 진정을 접수하고 입건 전 조사(내사)를 진행 중이다. 해당 사이트는 여전히 운영 중이다.



박 모 씨가 접속했던 웹사이트 결제창(박 모 씨주식잘하기
제공)


20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박 씨의 사례는 전형적인 변종 로맨스스캠(연애빙자 사기)에 해당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큰 틀에서 서로 대화하며 신뢰를 갖게 되는 방식의 사기를 사회공학적 사기라고 볼 수 있다"며 "로맨릴게임꽁머니
스스캠, 피그부처링 사기(투자, 연인 관계 등을 가장해 장기간 피해자와 신뢰를 쌓은 뒤 자금을 편취하고 사라지는 금융 사기)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유형의 신종 사기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5월 22일 "최근 가짜 온라인 사이트, 사회관계망(SNS) 등을 이용한 신종 사기 관련 민원이 한 주간 300건을 넘는 등 폭증하고 있다"며 △쇼핑몰 및 해외직구 관련 △아르바이트 미끼형 △연애빙자 사기 등 신종 온라인 사기에 대한 민원 예보를 발령했다.
민원 예보는 주 50건 이상 발생한 민원 중 국민 피해나 불편 등을 유발하고 확산 우려가 있는 경우 관계기관의 조기 대응을 위해 내려진다. 예보는 여전히 유지 중이다. 권익위가 운영하는 한눈에 보는 민원 빅데이터에 따르면 민원이 정점에 찍었던 지난 6월 25일엔 하루 1661건이 접수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연애빙자' 사기에 대한 사회적 주목도와 검거율은 상대적으로 낮다.
경찰청 집계 사이버 사기 범죄 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연애빙자 사기 발생 건수는 2253건, 검거는 470건으로 검거율은 20.9%에 불과하다. 지난해 사이버사기 검거율은 △직거래 62% △게임 68.7% △쇼핑몰 51.9% △사이버투자 30.3% △연애빙자 20.9% △이메일 무역 11.4% 순으로 나타났다. 이메일 무역 사기 다음으로 낮은 검거율이다.
이에 황 교수는 "의심스러운 URL을 따라 들어가 설치하거나 특정한 정보를 요구하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며 "가입이나 앱 다운로드를 요구할 경우 구글, 애플 스토어 등에서 실질적으로 유통이 되는 사이트인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당부한다.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제한적으로 해석되는 전기통신 금융사기의 정의를 확대 해석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준배 경찰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여전히 지인 사칭형, 기관 사칭형, 대출 사기형만을 보이스피싱으로 제한적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선 로맨스스캠이나 전기통신을 이용한 투자사기가 보이스피싱에 포함되지 않아 계좌 지급 정지 대상에서 제외된다.
서 교수는 "지난해 대법원이 10월 25일 선고한 2024도6831 판결은 전기통신 매체를 이용한 기망행위라면 수법과 관계없이 보이스피싱으로 봐야 한다는 법리적 근거를 제공한다"며 "판례의 취지에 따라서라도 금융권의 각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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