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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단 한 곳, 강원도 강릉 지역이 전례 없는 가뭄 사태를 겪고 있다. 1977년 조성된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13%대까지 떨어져 생활용수 제한 급수가 이뤄질 정도다. 강릉에서 세대별 계량기를 절반까지 잠그는 제한 급수 실행은 사상 처음이다. 



9월14일 강릉 지역 87%의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오봉저수지. 물 밖으로 드러난 맨땅이 쩍쩍 갈라져 있다. ⓒ연합뉴스


강릉만 왜?…비구름, 태백산맥 못 넘고 비켜가
급수차와 군부대 물차가 물 공급을 위해 투입됐지만 주민들이 체감하는 불편은 여전히 크다. 빨황금성배당줄
래는 물론 샤워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7~8월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전국이 번갈아 물난리를 겪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왜 유독 강릉 지역에만 극심한 가뭄이 발생한 것일까. 
강릉 가뭄의 가장 큰 원인은 강수량 부족이다. 강릉시의 최근 6개월 누적 강수량은 386.9mm로 평년 대비 49.8% 수준이다. 8월 한 달 강수량도 평년의 한국주철관 주식
16.7%에 불과했다. 이 같은 기상 이변은 강릉의 지형과 기후 변화의 복합적 작용으로 발생한다. 
먼저 영동 지역의 지형적 특징을 살펴보자. 강릉은 태백산맥을 경계로 한반도 동쪽에 위치한다. 그런데 서쪽의 비구름이 태백산맥을 넘지 못하고 대부분 영서 지역에 비를 뿌린다. 이 때문에 동쪽인 강릉엔 비가 잘 내리지 않는다. 또 여름·초가을엔다음주증시전망
서쪽 기압골의 영향으로 습기를 공급하는 동풍 대신 서풍이 자주 부는데, 이 서풍이 태백산맥을 넘으며 건조해지는 '푄 현상(공기가 높은 산을 넘으며 고온 건조해지는 현상)'이 일어나는 탓에 비가 내린다 해도 그 양이 적다. 그래서 강원 영동 지방은 원래 예전부터 가뭄이 잦았다. 더구나 산악 지형 특성상 산세가 가파르고 강 폭도 좁아, 비가 내려도 빗물이 저보물섬릴게임
장되지 못하고 동해로 곧장 흘러나가는 구조다. 
두 번째 원인은 돌발 가뭄의 발생이다. 보통 가뭄은 오랜 기간 비가 부족해 수개월에서 길게는 몇 년에 걸쳐 서서히 발생한다. 하지만 돌발 가뭄은 불과 2주 만의 짧은 기간에 땅을 바싹 메마르게 한다. 강수량 부족과 함께 폭염이 겹치는 게 주요 원인이다.
강릉이 이 조건에 딱황금성나비
맞아떨어졌다. 영서 지방에 비를 다 뿌려 강수가 없는 데다 올여름 폭염으로 인해 뜨거운 열기가 땅을 빠르게 말려 단기간에 가뭄을 불러온 것이다. 강릉에서 지난 10년간 발생한 가뭄 11건 중 4건(36%)이 돌발 가뭄이었다.
돌발 가뭄은 이제 강릉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40년 동안 우리나라의 돌발 가뭄이 꾸준히 늘고 있다. 기후 변화로 예상치 못한 이상 기후가 곳곳에서 잇따르고 있어 내년에는 어디서 사상 최악의 가뭄이 발생할지 모른다.
마지막으로 오봉저수지 하나에 대부분의 물을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강릉 북부 주문진읍과 연곡면을 제외한, 강릉 지역 전체 생활용수의 87%를 주요 상수원인 오봉저수지가 공급하고 있다. 그런데 오봉저수지는 원래 농업용 저수지여서 댐이 크지 않다. 반면 그동안 강릉은 관광객이 증가하고 호텔·골프장 등이 많이 들어서면서 절대적으로 물이 많이 필요한 도시로 성장했다. 그럼에도 오봉저수지 외에 대책이 없었다. 결국 물 공급량 부족이 가뭄으로 인한 강릉 주민의 피해를 더욱 키웠다.



구름 속에 물질 뿌려 입자가 뭉치도록 유도
그렇다면 같은 영동 지역인 옆 동네 속초는 어떨까. 속초 역시 5년 전까지만 해도 매년 가뭄으로 고통받는 도시였지만, 지금은 완전 딴판이다. 2021년 12월, 속초시는 63만 톤을 저장할 수 있는 제2 지하댐을 건설했다. 그 덕분에 바다로 흘러나가는 지하수를 가둬 넉넉하게 사용하고 있다. 63만 톤은 속초 시민 8만여 명이 석 달쯤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강릉시도 지난해부터 땅속에 차수벽을 만들어 물 저장소인 지하댐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2027년 완공이 목표다. 그때까지는 강릉의 물 부족 현상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기상청은 강릉과 같은 대가뭄에 대처하기 위해 8월26일부터 9월초까지 동해안 일대에서 인공강우 실험을 했다. 인공강우는 구름은 있지만 빗방울로 자라지 못할 때 공중에 구름 입자를 잡아당기는 미세한 물질을 뿌려 구름 입자가 뭉치도록 유도해 빗방울을 만드는 기술이다. 
이때 구름 입자를 모으는 물질을 '응결핵' 또는 '구름 씨앗'이라고 한다. 기상청은 구름 씨앗으로 염화칼슘을 사용했다. 염화칼슘 외에 요오드화은, 드라이아이스, 액화 질소 등도 구름 씨앗으로 쓰이는데 항공기를 이용하거나 지상에서 대포로 쏘아올려 구름 속에 뿌린다.
인공강우는 구름 한 점 없이 햇볕이 쨍쨍 나는 맑은 날엔 불가능하다. 수증기를 듬뿍 함유한 구름이 존재해야만 구름 씨앗 주변의 수증기가 물방울이나 얼음으로 응결되며 비가 되어 땅으로 떨어진다. 선진국 등에서는 전자기장을 이용해 구름이 없는 하늘에 구름을 생성시켜 비를 내리게 하는 기술도 함께 개발 중이다. 기상청이 인공강우를 실험한 9월1일엔 1.2mm, 2일 4.6mm, 6일 0.2mm의 약한 비가 강릉에 내려 가능했다.
강원도 영동 지역의 인공강우 실험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9년 구름 씨앗을 뿌려 구름 발달을 확인했고, 일부 섬 지역에서는 미약한 강우가 관측됐다. 2023년에도 상공에 최대 9시간 동안 항공기를 투입해 1~8.5mm의 강우 효과를 보였다. 하지만 아직은 가뭄 해결에 도움을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이번 인공강우 실험에 대한 결과는 한 달 이후에 나올 전망이다. 실제로 구름 씨앗이 구름 입자를 모아 비구름이 만들어졌는지, 또 염화칼슘 구름 씨앗으로 어느 정도의 비를 내리게 했는지 등을 파악할 예정이다.
세계에서 인공강우 실험을 하는 나라는 총 37개국이다. 그중 인공강우 기술이 가장 앞선 나라는 미국과 중국이다. 심한 대기오염과 가뭄 지역의 수자원 확보, 산불 피해 완화가 목적이다.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네바다·애리조나주 등에서 심심찮게 인위적으로 비나 눈을 뿌려대고 있다. 타호 호수에서는 인공강우로 매년 4500만 톤 정도의 물을 확보한다. 보통 인구 10만 명 거주 도시에서 필요한 물이 하루 4만 톤 정도임을 감안하면 인공강우로 얻는 물의 양은 막대하다.
중국은 인공강우 연구가 가장 활발한 나라다. 연간 3만5000여 명의 인원과 34대의 전용항공기, 7071문의 대포를 이용해 기상 조절을 실험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인공강우 덕에 농업 생산량이 늘어나고 있다. 
30∼50년 전부터 인공강우 기술을 개발한 미국·중국 등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단계다. 그러나 어디 첫술에 배부르랴. 비록 아주 적은 양이지만 이제 물꼬를 튼 만큼, 언젠가는 고질적으로 가뭄을 겪는 지역에 단비를 내리게 하지 않을까.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