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2000억원 확보한 케이뱅크, 하반기 카뱅과 진검승부

이사회 유상증자 1조2499억원 의결,인뱅 단일 증자 중 최대 규모자본 바탕으로 중·저신용자 공략 계획케이뱅크 광고판 모습. [연합뉴스]올해 하반기부터 케이뱅크가 카카오뱅크와 진검승부에 나선다. 2017년 출범 이후 자본확충에 어려움을 겪었던 케이뱅크가 이번에 1조2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의결하며 본격적인 대출 확대에 나설 예정이다. 여기에다 금융당국이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 공급을 확대하라고 나선 상황이라, 중금리대출 시장에서 두각을 보인 케이뱅크가 이 부문 고객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대규모 증자로 본격 중금리대출 확대 가능해져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최근 이사회에서 1조2499억원 규모(약 1억9229만주)의 유상증자를 의결했다. 인터넷은행의 단일 증자로는 최대 규모다. 최대 주주인 비씨카드를 비롯한 기존 주주들이 5249억원을 부담하고, 나머지 금액(7250억원)은 신규 투자자들이 부담하는 형식이다.신규 투자자는 MBK파트너스와 베인캐피탈(각각 2000억원), MG새마을금고가 대표 출자자(LP)로 참여한 사모펀드(1500억원), JS프라이빗에쿼티와신한대체투자운용이 공동 결성한 사모펀드(1250억원), 게임회사 컴투스(500억원) 등으로 알려졌다. 이번 증자가 마무리되면 케이뱅크의 납입 자본금은 9017억원에서 2조1515억원이 된다. 카카오뱅크의 자본금(작년 말 기준 2조382억원)과 비슷한 수준의 자본을 확보하면서 본격적인 대출 경쟁을 벌일 수 있게 된 것이다.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중·저신용자(신용등급 4등급 이하) 대출 잔액 기준으로는 카카오뱅크가 1조4000억원으로 케이뱅크(5800억원)보다 월등히 높다. 하지만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은 케이뱅크가 21.4%로 카카오뱅크(10.2%)를 앞지른다.업계는 케이뱅크가 2017년 출범 이후 자본 확충에 어려움을 겪은 바 있어 이번 유상증자 이후 대출 잔액은 자연스럽게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금융위가 최근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의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며 인터넷은행에 중금리대출 공급을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대출 영업을 벌인 케이뱅크가 중금리 대출을 집중적으로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암호화폐 통한 수신 잔액 급증, 잠재 대출 고객 확보 중업계에선 케이뱅크가 중·저신용자 대출을 확대할 경우 이익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로 저축은행들이 지난해 중금리대출을 적극적으로 공략해 이익을 크게 늘린 바 있다. 케이뱅크도 자본력을 바탕으로 이 시장 수요를 끌어올 경우 호실적을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저축은행 업계의 총 당기순이익은 1조40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이 11.5%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저축은행 업계의 순이익 상승률이 상당하다는 분석이다.특히 지난해 저축은행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대손충당금전입액이 업계 전체에 전년 대비 3595억원 증가, 순이익 확대가 더 크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그만큼 올해 중금리대출 시장을 공략할 경우 순이익이 더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케이뱅크는 올해 암호화폐 투자 열풍을 힘입어 수신 잔액을 빠르게 늘린 만큼 고객 확보에 더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케이뱅크의 수신 잔액은 4월 말 12조1400억원으로, 전달보다 3조4200억원 증가했다. 올해 들어 3개월간(지난해 말~3월 말) 수신액이 5조원 증가했는데 지난 한 달 동안에만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수신이 증가한 셈이다. 반면 카카오뱅크의 수신은 지난해 말부터 3월 말까지 1조8520억원 늘었다.케이뱅크의 수신 증가는 지난 1분기 암호화폐 열풍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케이뱅크는 독점적으로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와 제휴를 맺고 실명인증 및 실명확인계좌 발급 등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고객도 크게 늘었다. 지난 4월말 기준 케이뱅크 고객수는 537만명으로 한 달 만에 146만명 증가했다. 고객이 늘면서 대출도 증가하는 모습이다. 케이뱅크의 지난달 말 여신은 3조8300억원으로 전달보다 약 8000억원 증가했다.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케이뱅크와 업비트와의 관계가 지속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향후 중금리, 전·월세 대출 확대를 통해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이용우 기자 [email protected]ⓒ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