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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아리스토 샴이 서울 중구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아르떼와의 인터뷰에 앞서 피아노 앞에 앉아 있다. / 최혁 기자.


1996년 홍콩 태매수
생 피아니스트인 샴은 밴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자의 투어 일정으로 이달 초 한국을 찾았다. 서울뿐 아니라 대구, 천안, 제주 등을 돌며 한국의 팬들을 만났다. 지금이야 정상급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지만 그는 대학에 입학했을 때만 해도 피아니스트를 업으로 삼을 생각이 없었단다. “대학에선 사회과학, 정치학, 경제학 같은 학문을 공부하고 싶었어요. 전공으로 경제학무료야마토
을 고른 뒤엔 계량경제학을 제일 좋아했죠.” 샴은 홍콩의 교통량과 터널 통행량 간의 연관성을 분석한 학부 논문을 내기도 했다.
브람스에 빠진 경제학도
샴의 매력은 구조를 파헤치는 남다른 눈이다. 그는 경제학을 통해 많은 정보를 동시에 처리하는 법을 익혔다. “이론과 수학을 결합해 세상을 해석하는 게 재밌었다”고 말할 만큼제이엔케이히터 주식
경제학이 적성에도 맞았다. 실제하는 현상에서 일정한 경향성을 지닌 그래프를 뽑아낸다. 그리고 의미를 부여한다. 이 방법론을 그는 피아노에도 비슷하게 적용했다. “음악에서도 이론과 현실 해석이 어우러진 조합을 찾으려고 해요. 그런 점에서 브람스가 끌립니다. 그의 작품은 감정과 표현, 메시지의 깊이와 핵심이 아름답게 얽혀 있어요. 무엇보다 완벽한 구조를 갖춘야마토릴
음악이죠. 모든 음이 정확하게 있어야 할 자리에 있어요.”
전업 피아니스트로서의 삶을 결심했던 건 21살. 하지만 음악과 학업을 병행하는 건 어려웠다. 콩쿠르를 준비할 때면 적어도 2주간은 학교를 비워야 했다. 다행히 그는 학교 덕을 봤다. 샴은 “하버드대엔 회사 경영인, 올림픽 선수처럼 특이한 개성을 지닌 사람들이 많다”며 “학생들이 HTS시스템
하는 다양한 활동에 대학이 유연했다”고 말했다. 밴 클라이번 콩쿠르에서도 연주시간만 4시간 반에 달하는 경연곡들을 준비하는 게 만만치 않았지만 학부 시절 콩쿠르 준비 경험이 도움이 됐다.



서울 중구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아르떼와 인터뷰 하고 있는 피아니스트 아리스토 샴. / 최혁 기자.


밴 클라이번 콩쿠르 결선에서 샴이 연주한 협주곡은 두 곡. 하나는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이었다. 다른 하나가 별났다. 이 콩쿠르 결선 역사상 연주된 적이 없던 멘델스존 협주곡 1번이었다. 과감한 선곡을 결정했던 배경에 대해 샴은 “협주곡 중 하나는 좀 특이한 선택을 할 만한 여지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이 곡을 연주했던 경우가 없었던 게 오히려 이번 연주를 역사적인 순간으로 만들 기회이자 사람들이 이 곡에 대한 접근법을 바꿀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그의 승부수는 들어맞았다. 샴은 이 콩쿠르에서 우승뿐 아니라 청중상 수상에도 성공하며 심사위원과 객석 양쪽을 만족시켰다.
피아노, 즐기되 깊게
샴의 남다른 집중력과 대담성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유년 시절에 실마리가 있다. 그는 피아노 강사였던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3살 때 처음 건반 앞에 앉았다. 나이 열둘에 미국 지나 바카우어 청소년 콩쿠르에서 우승할 정도로 두각을 보였지만 어머니의 압박은 딱히 없었단다. “부모님은 항상 저를 믿어주셨어요. 뭐를 하든 내버려 두셨죠. 저도 꽤 책임감이 있는 편이었고요. 피아노를 치는 게 재밌어서 시작했고, 지금도 재미가 있어야 연습해요. 저에게 음악은 재능이라기보단 자연스럽고 즐거웠던 영역이에요.” 다만 그 즐거움을 얻기 위해 파고드는 깊이가 남들과는 달랐다. “연습할 때면 음 하나하나와 모든 화음을 즐겨야 해요. 음악의 모든 걸 즐기는 거죠.”
어릴 때의 샴은 꿈이 많았다. 처음 바랐던 직업은 건축가였다. 나중엔 여행가가 꿈이 됐다. 지금도 그는 아프리카, 남미 등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각 문화권의 건축물을 보는 걸 즐긴다. 여러 국가의 아파트를 보는 것도 재미다.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을 봤을 때의 감동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단다. 일본에선 온천 문화에 푹 빠지기도 했다. 스페인어도 할 줄 알고 일본어도 메뉴판을 읽을 정도는 된다. 사람 자체가 배우고 경험하길 즐긴다. 뉴질랜드와 아르헨티나의 신대륙 와인도 즐긴다. 샴이 상상하는 자신의 미래엔 “언젠간 포도밭을 거느려 와인을 양조하면서 호텔과 음악제를 운영하고 싶다”는 꿈도 있다.



지난 6월 미국 밴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한피아니스트 아리스토 샴. / 사진출처. 아리스토 샴 홈페이지.


샴은 이번 첫 방한에서도 청계천 등 서울 곳곳을 탐방했다. 제주에서 먹은 흑돼지구이도 잊을 수 없다고. 한국 관객들의 반응도 그의 기대 이상이었다. 샴은 “한국엔 임윤찬, 조성진처럼 훌륭한 피아니스트들이 많아 공연이 유독 더 긴장됐다”며 “막상 연주에 들어가니 관객분들이 열렬히 호응해주셔서 교감이 아주 자연스러웠다”고 말했다. “관객들이 환호하는 모습을 보며 행복함을 느꼈어요. 무엇보다 한국 분들이 진심으로 경청해주신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완벽한 구조, 그 화룡점정은 감정과 즉흥
작품 해석에선 악보 밖의 요소까지 고려한다. 샴은 악보를 충실히 공부하면 연주자가 살릴 수 있는 해석의 폭이 더 넓어진다고 본다. 이 해석을 다채롭게 만드는 건 그날 공연의 분위기다. 그는 “작품을 자신의 것으로 온전히 흡수한 뒤엔 현장의 모든 요소에 맞춰 자유롭게 연주하는 게 가능해진다”며 “연주자의 기분, 관객의 반응, 공연장 분위기, 피아노 상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같은 곡이라도 날마다 다른 표현이 나온다”고 말했다.
브람스 독주 전곡 연주를 마친 샴의 다음 목표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전곡 연주다. 이번 투어에서도 그는 공연 2부에 라흐마니노프의 회화적 연습곡(작품번호 39번)의 9개 악장을 모두 선보였다. 몰아치듯 음을 쏟아내는 손놀림과 격정적인 감정 표현이 동시에 요구되는 난곡이지만 샴 스스로가 “자신의 매력이 잘 드러나는 곡”이라고 꼽은 작품이기도 하다. 그는 “회화적 연습곡은 음식으로 치면 포만감을 가득 주는 스테이크 같다”며 “라흐마니노프는 강렬한 감정과 메시지를 동시에 담아냈을 뿐 아니라 구조 안에서도 자유롭게 표현할 줄 알았다”고 설명했다.



피아니스트 아리스토 샴이 서울 중구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아르떼와의 인터뷰에 앞서 피아노 앞에 앉아 있다. / 최혁 기자.


작품 구조를 치밀하게 분석하면서도 날마다 다른 즉흥성을 살리는 연주 방식은 샴의 음악을 뚜렷한 무언가로 정의하기 어렵게 만든다. 그의 MBTI는 INTP. 직관적(N)이고 즉흥적(P)이면서도 이지적(T)인 그의 개성이 드러나는 유형이다. 구조와 감정을 함께 중시하는 샴의 음악관은 현대음악을 대할 때도 비슷하다. 그는 1954년생 호주 작곡가인 칼 바인의 곡을 좋아한다. 샴은 “현대음악은 흥미로운 지점이 많은데 가끔은 아무 감정이 안 들 때가 있어요. 그런데 바인의 음악은 감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해요. 뭔가를 느끼게 하죠. 전 깊고 복잡한 감정선들을 완벽한 구조와 결합해 음악으로 선보이고 싶어요.”
음악으로 관객들에게 무엇을 주고 싶냐고 묻자 말랑말랑한 대답이 돌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각각의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제 음악이 ‘결국엔 괜찮아질 거에요’란 메시지를 전하는 일이에요. 음악이 여러분의 삶에 긍정적인 무언가를 더해주길 바랍니다. 제 공연이 사람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해요.” 이 말과 함께 맑게 빛나던 샴의 눈에선 선한 시선이 느껴졌다. 인터뷰를 마친 그는 “도심을 걷다가 북촌을 둘러보고 싶다”며 지하철을 타러 역으로 떠났다. 샴은 오는 11일 서울 거암아트홀 공연을 마지막으로 방한 일정을 마무리한다. 그의 진면목을 보고 싶은 이라면 오는 11월 21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그가 선보일 독주회를 기다려볼 만하다.
이주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