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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7일, 팔레스타인 특공대원 1500명이 가자지구를 에워싼 이스라엘 경비 지대를 돌파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세계인을 상대로, 마치 이 ‘침공’으로 인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 사이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공존이 무너진 듯이 맹렬한 선전전을 폈다. 하지만 이스라엘 건국이 한껏 미화되어 있는 한국에서는 이런 선전이 필요 없다. 커피 한 잔 값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그래서 더욱 나쁜, 문고판 〈유대인〉(살림, 2003)의 지은이 정성호는 이렇게 말한다.


“팔레스타인 지역에서의 유대인 국가 탄생은 기적의 산물이다. 이스라엘 건국이 미국의 주택담보대출 이자율 도움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결국은 유대인들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적같이 탄생한 이스라엘의 앞날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주변 아랍국가들의 일제 침공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팔레스타인 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당시 약 75만명의 이스라엘 인구에 비해 아랍권은 3000만명의 압도적인 병력과 우수한 장비를 갖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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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인용문에 대한 적당한 논평은 손석희의 어록으로만 대신할 수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틀렸어. 한 글자도 안 맞아.” 지은이는 이스라엘 건국에 미국의 도움이 결정적이었다는 뉘앙스를 풍긴다(대한민국이 미국의 도움으로 건국되었다는 대다수 한국인의 무의식이 투영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국제 문 모델 한지우 제에서 미국과 소련의 반대를 무릅쓰고 성사시킬 수 있는 외교적 해결이 있을 수 없다는 뜻에서라면 이스라엘 건국 역시 미국의 도움을 받았다고 말할 수 있지만, 이스라엘 건국에 미국의 역할은 크지 않았다. 이스라엘 건국의 결정적인 공로자라면 차라리, 유엔 총회에 회부된 팔레스타인 분할안에 적극 찬성했던 소련을 꼽아야 할지도 모른다. 소련은 최초의 시오니스트들이 인천소상공인 민족주의자이면서 사회주의자라는 것에 막연한 기대를 했던 것이다.


‘밸푸어 선언’이 웅변해주듯, 현재의 이스라엘은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까지 중동 일대를 식민지로 삼았던 영국이라는 보육기 속에서 자랐다. 영국은 팔레스타인 지역의 아랍 민족주의를 억누르기 위해 시오니즘의 세례를 받고 팔레스타 상권분석 인으로 이주하기 시작한 유대인 민병대를 경찰로 사용했다. 시오니스트 민병대는 제2차 세계대전이 벌어지자 아랍 민족주의를 분쇄하는 경찰견 노릇에 그치지 않고, 영국군의 일원으로 북아프리카에 진주한 독일군과 싸웠다. 막스 디몬트의 〈유태의 역사〉(대원사, 1990)를 보자. “영국 정부는 3만의 유대인 병사를 받아들였다. 그들은 독립된 부대로 전투에 참가하게 되었다. 롬멜 장군의 아프리카 부대는 총을 든 유대인을 상대했을 때, 유감스럽게도 자신들은 초인이 아니었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


팔레스타인에 유대 국가를 세우겠다는 시오니스트들은 영국이라는 보육기 속에서 팔레스타인 정복에 따르는 아랍과의 무력충돌을 대비했다. 그들은 팔레스타인에 유대 국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력이 필수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 생각을 못했다면 바보다). 영국 총리 처칠의 지원 아래 영국군에 편입된 유대인 대대는 세계대전 중에 상당 수준의 훈련과 전투 경험을 쌓았다. 라시드 할리디는 “이로써 시온주의 운동은 다가오는 충돌에서 결정적인 우위를 확보하게 되었다”라면서 〈팔레스타인 100년 전쟁〉(열린책들, 2021)에 이렇게 썼다. “당시에는 7개국의 아랍 침공군이 이스라엘 군보다 월등히 규모가 크다는 주장이 팽배했지만, 우리는 1948년에 이스라엘이 실제로 적군보다 병력이나 무장에서 앞섰음을 안다.”

유대인을 누가 쫓아냈는가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 군대는 신라나 백제 시대 수준이었다. 나머지 아랍 5개국 가운데 영국군에 의해 훈련되고 전투 경험이 가장 풍부했던 요르단은 아랍 연합군이면서도 팔레스타인에 독립국가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밀약을 영국과 맺은 상태였다. 이 밀약은 시온주의 목표와 맞물렸다. 압둘라 요르단 국왕은 참전을 빌미로 팔레스타인인에게 할당된 영토인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을 집어삼켰다. 이 땅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때 이스라엘이 점령한 이후, 줄곧 이스라엘의 차지가 됐다.


정성호는 팔레스타인 분쟁이 해결되지 않는 근원적인 문제로 “2000년 가까이 지속된 양측의 뿌리 깊은 역사적 반목과 종교적 이유”를 든다. 세상의 온갖 ‘막말’ 가운데, 한 글자도 안 맞고, 처음부터 끝까지 틀리기로는 이보다 더 심한 것도 없다. 먼저 팔레스타인인과 유대인 사이의 팔레스타인 분쟁은 2000년 역사를 갖고 있지 않다. 팔레스타인에 유대 국가를 만들려고 시도하기 전까지는 존재한 바 없었던 것이 팔레스타인 분쟁이다. 비비안 포레스테가 〈왜 강대국은 책임지지 않는가〉(도도서가, 2025)에서 지적했듯, 팔레스타인 땅은 아랍인이 유대인에게서 빼앗은 게 아니었다. “2000년 전, 유대인을 쫓아낸 것은 아랍인이 아니라 로마인이었다.”





팔레스타인 분쟁에 종교적 반목을 덧씌우는 일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을 공평하게 비난하는 척하면서, 이스라엘 건국의 원죄를 은폐한다. 이스라엘은 1948년 5월14일 건국을 선포하기도 전인, 1947년 11월 말부터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인종청소를 하기 시작했다(‘나크바’로 알려져 있다). 팔레스타인의 아랍인보다 인구가 적은 유대인에게 더 많은 영토가 분할되었다는 불만과 이스라엘이 저지른 인종청소에 대한 응징이 아랍 국가들을 연합군으로 묶었다.


오늘의 시오니스트들은 미국이 종교적 근본주의(청교도)에 의해 만들어진 국가인 것처럼, 이스라엘도 종교적 근본주의에 의해 만들어진 국가라는 것을 자랑한다. 하지만 이 역시 사실이 아니다. 앞서 나온 막스 디몬트나 〈다윗의 방패–시온주의의 역사〉(들녘, 2005)를 쓴 미하엘 브레너가 한입으로 주장하고 있듯이, 팔레스타인에 유대 국가를 만들겠다는 시온주의 운동은 종교와 거리가 멀었다. 폴 존슨의 〈유대인의 역사〉(살림, 2005) 제2권이 이 문제를 자세히 다루었다. 유대인에게 내려진 추방·방랑은 하느님이 부과한 벌이며 메시아만이 그것을 끝낼 수 있기에 정통 유대 랍비들은 세속적인 국가의 건립을 통해 추방·방랑을 인위적으로 중지시키는 것은 죄악이라고 간주했다. “정통파 유대인들은 박해를 통해 이스라엘을 유혹하려는 사탄들보다 시온주의로 이스라엘을 시험하는 것이 더 교활한 방법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들에게 시온주의는 거짓 메시아보다 훨씬 더 나쁜 것이었으며, 그것은 전적으로 사탄의 거짓된 종교였다.” 가자 봉쇄에 이어, 가자를 영구 점령(이스라엘에 귀속)하겠다는 이스라엘 극우 정부의 발표를 보면, 그들은 진짜 사탄이 되었다.

장정일 (소설가)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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