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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점자 새로운 감각을 열다 
● 무늬도, 질감도 생생하게 느낀다
“장수풍뎅이 생김새가 실감나게 느껴져요.” 
서울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만난 김한 교정사는 기자가 건넨 곤충 그림 점자책을 손끝으로 더듬으며 말했습니다. 김한 교정사는 2015년 시력이 저하돼 실명에 이르게 된 후천적 시각장애인이에요. 김한 교정사는 책을 만지며 “어릴 적 봤던 장수풍뎅이가 어렴풋이 떠오른다”며 “투구 같은 뿔 모양도 잘 느껴진다”고 덧붙였습니다.
점자는 시각장애인이 사용하는 볼록한 특수 문자입니다. 점자는 크게 점역과 인쇄, 교정을 거쳐 만들어집니다. 점역 서민전세대출 은 문자나 그림을 점자로 번역하는 과정이에요. 점역이 끝난 파일을 점자 프린터기 등으로 출력하고 점역이 잘 됐는지 살펴보는 교정을 거치면 점자책이 완성됩니다. 점자는 글자 점자와 그림 점자로 분류됩니다. 글자 점자는 문자를 표기하기 위한 점자입니다.



점자가 만들어지는 단계. 야근수당 시간 (왼쪽부터) ①점역: 문자나 그림을 점자로 바꾼다, ②인쇄: 프린터로 연결해 출력한다, ③교정: 점역이 잘 됐는지 확인한다. 어린이과학동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그중 한글 점자는 한 글자를 총 6개의 점으로 표현해 다양한 글자를 나타낼 수 있어요. 반면 그림 점자는 특정한 규칙이 정해져 있지 않습 우리은행서민대출 니다. 기존의 점자는 대부분 글자 점자였고 그림 점자도 윤곽만 전달하는 한계가 있었어요. 그러나 지난 7월 29일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은 색다른 그림 점자를 소개했습니다. 
천연기념물 동물이 묘사된 이 그림 점자는 점자의 크기와 높이가 각각 달랐어요. 이는 점자의 크기를 다르게 표현하는 방식인 '다단 기법'을 이용했기 때문이에요. 그림 테두 즐거운 직장 리는 점자의 크기가 크지만 그림 내부는 점자의 크기가 작지요. 김한 교정사가 만진 곤충 책도 다단 기법으로 제작된 그림 점자책입니다. 
다단 기법을 이용해 그림 점자를 만든 이유는 시각장애인이 점자로 다양한 그림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입니다. 2024년 국립국어원이 점자를 사용한 시각장애인 50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 장애인 취업지원 면 시각장애인의 약 93%는 점자가 필수적이라고 응답했어요. 그러나 약 71%가 점자 도서가 풍부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장수풍뎅이 점자, 김한 교정사 제공


○ 그림 점자 속 숨은 기술
● 크기와 높이를 다양하게 표현하다
기존에는 활자 인쇄 방식을 이용해 그림 점자를 만들었습니다. 활자 인쇄 방식은 점자를 새긴 금속판을 종이에 붙여 인쇄하는 방식이에요. 그러나 활자 인쇄 방식은 금속판의 모양이 일정하기 때문에 점자 크기나 높이를 다양하게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최근 그림 점자를 출력하는 데 많이 사용되는 점자 프린터기 역시 그림을 세밀하게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어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단 기법이 고안됐습니다. 다단 기법은 종이와 금속판을 붙여 인쇄하지 않고 UV경화잉크라는 특별한 잉크를 종이에 떨어뜨려 인쇄하는 방식입니다. 
UV경화잉크는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컴퓨터용 인쇄 잉크에 자외선을 잘 흡수하는 물질을 섞어 만든 잉크예요. 잉크가 떨어지는 모습이 마치 물방울이 떨어지는 모양과 비슷하지요. UV경화잉크를 떨어뜨린 자외선을 쬐면 점자가 빠르게 굳고 시간이 지나도 점자의 둥근 모양을 유지시킬 수 있습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의 점자 규격에 따르면 점자 점의 높이는 약 0.6~0.7mm, 점의 지름은 1.5mm여야 해요. 규격을 바탕으로 점자의 높낮이나 크기를 다양하게 변형하려면 UV경화잉크 같은 특수한 잉크를 사용해야 합니다. 잉크의 농도가 높으면 종이에 흐를 수 있고 잉크의 농도가 너무 진하면 잉크가 마르지 않아 손에 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단 기법은 떨어지는 잉크의 양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큰 점자, 중간 점자, 작은 점자 등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물체의 테두리는 굵고 높은 점자로 털과 같은 것은 세부적인 질감은 작은 점자, 외부와 내부의 경계선은 중간 크기의 점자로 나타내지요. 제일특수기획 조항태 대표는 "다단 기법을 이용하면 그림에 원근법이나 입체감을 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단기법 과정 - 그림의 테두리와 내부에 분사되는 잉크의 양을 조절한다. 그 후 잉크를 뿌리면 다양한 크기의 점자를 만들 수 있다. 조항태 제공


○ 그림점자 도구를 넘어 확장되다 
● 촉각 교구로 점자와 그림을 쉽게 익히다
그림 점자는 촉각 교구로도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지난 2022년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이 제작한 석굴암 촉각 교구 세트가 대표적입니다. 단단한 화강암을 네모난 석판 위에 조각해 실제 석굴암과 비슷하게 만들었어요. 이 과정에서는 3차원 형상을 구현하는 기술인 3D 프린팅 기술도 이용됐습니다. 
국립문화재연구원은 “시각장애인과 비시각장애인 모두가 폭넓게 문화유산을 누리길 바라는 마음에서 만들었다”고 전했습니다.
기업의 노력도 더해지고 있습니다. 촉각 교구 제작 회사인 담심포는 촉각 교구 약 20종을 만들었어요. 촉각 교구 중 점자 단어카드엔 단어의 점자와 그림이 함께 새겨져 있어 쉽게 익힐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점자 동화책인 ‘아기새’도 만들었어요. 
박귀선 담심포 대표는 “시각장애가 있는 할머니와 함께 살면서 시각장애인의 고충을 알게 됐다”며 촉각 교구를 만들기 시작한 이유를 말했습니다.
박 대표는 “점자가 거칠게 인쇄된 종이를 접하면 아이들이 거부감을 느낀다”고 말했어요. 이어 “부드러운 촉각 교구를 통해 아이들이 재밌게 점자를 배울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림문자로 표현된 명화. 서울대 중앙도서관 제공


● 눈에서 손으로 전시회 즐기다
촉각을 이용해 즐길 수 있는 전시회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2024년 5월 서울대 중앙도서관은 촉각을 통해 명화를 감상할 수 있는 전시회를 열었어요. 전시장에는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 파울 클레의 ‘다혈질의 소녀' 등 유명한 그림들이 걸려 있었습니다. 
이 작품들은 원작이 아닌 여러 재료를 섞어 입체적으로 만든 작품들이에요. 그림의 질감을 살리기 위해 보통 천이나 아크릴, 점토 등을 섞어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관람객들은 손으로 명화를 만지며 다채롭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점토로 만든 작품에서는 부드럽고 따뜻한 촉감을 느낄 수 있어요. 배리어프리팀(서울대 학생사회공헌단)은 “누구나 장애를 겪을 수 있다는 문제 의식에서 전시회를 열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비장애인부터 시각장애인들까지 모두 명화를 즐겼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다”는 소감을 함께 전했습니다.
다양한 촉각 작품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새로운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기도 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것이라도 촉각을 통해 이전에는 몰랐던 새로운 면을 느껴 보세요.
※관련기사 어린이과학동아 10월 1일, 손끝으로 본다! 그림 점자
[박연정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