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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는 환자 진료와 행정 잡무에 치여 연구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반면 서울시에서는 연구에 쏟을 수 있는 시간이 훨씬 많아졌죠. 이제는 개인 환자가 아니라 도시 전체의 건강을 돌보는 일을 궁리하고 연구하고 있어요."
'저속노화(Slow-aging)'를 주창해온 정희원 서울건강총괄관은 서울시민의 건강 증진을 위해 2개월여 동안 일한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서울에서 성공해 정부 정책으로 이어지게
그는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로 재직하다 지난 8월 초 서울시가 삼성중공업 합병 신설한 '서울건강총괄관'의 초대 총괄관으로 위촉됐다. 그는 노년내과 임상의로 이름을 널리 알렸지만 사실은 스스로를 의사과학자로 부를 정도로 연구를 중시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의과학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더 건강한 서울 9988_3·3·3'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2030 nh캐피탈채용 년까지 시민 건강수명을 3년 연장하고, 운동 실천율을 3%p(포인트)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서울시가 사실상 '저속노화 도시'로의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고 할 수 있다. 그 중심에 선 정 건강총괄관은 코메디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서울에서 의미있는 결과를 만들어내 중앙정부 정책으로 이어지게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서울시를 새로운 sk식대 일터로 선택한 데 대해 그는 "서울은 예산 면에서 비교적 여유가 있고, 고령화 속도도 지방보다 조금 느려 아직은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서 "무엇보다 글로벌 시대에 다른 도시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자부심이 있어 회의가 짧고 명료하며, 결정 후 실행도 매우 빠르다"고 치켜세웠다.
이어 "정책이 형식적으로 그치지 않고 실제로 시민에게 의미 있는 정부기금 결과로 이어진다면, 결국 중앙정부도 뒤따라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를 넘어 국가 의료정책의 대전환을 제안했다. 그 핵심은 예방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것. 그러면서 국내 의료정책의 가장 큰 맹점으로 '예방의 부재'를 꼽았다.
"예방에 투자 안하면 심각한 돌봄 인력난 올 것"
정 박사는 " 취업준비생 우리나라는 정책 자체에 예방이 없습니다. 병이 생기면 치료하고, 돌봄이 필요해지면 그제야 간병인을 붙여주는 식"이라고 꼬집었다.
이미 세계적인 추세는 '치료'에서 '예방'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미 2015년에 '노인 통합돌봄(ICOP)' 매뉴얼을 배포했고, 일본은 개호보험(고령 건강보험)과 개호 예방, 싱가포르는 'Healthier SG(더 건강한 싱가포르)' 라는 예방 중심의 보건정책으로 노쇠와 치매를 줄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치료 중심에 머물러 있습니다."
정 박사는 특히 예방에 투자하지 않으면 앞으로 한국은 심각한 돌봄 인력난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대로 가면 우리나라에서 300만~400만명의 돌봄 수요가 생깁니다. 앞으로 간병인이 100만명은 더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오는데, 그 인력을 어디서 구합니까?"
정 박사는 흔히 제시되는 대안인 로봇이나 외국인 노동자 간병인에 대해 "환상에 불과하다"고 일침을 놓았다. "간병 로봇은 15~20년 안에 상용화되기 어렵고, 이미 시행 중인 필리핀 가사도우미 제도만 봐도 외국인 인력 도입에는 여러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 결국 해답은 돌봄이 필요 없도록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현재 서울시에서 시범 운영 중인 '건강장수센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노쇠와 치매를 예방·관리하기 위한 사업이 바로 서울시의 '건강장수센터'입니다. 그 다음에는 앞으로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배분하느냐가 중요한데, 그 역할을 하게 될 제도가 내년 3월 시행되는 '통합돌봄법'입니다. 이런 법과 의료시스템을 연결하는 중심 축이 건강장수센터가 되어야 합니다."
건강장수센터는 서울시에서 어르신들이 자신의 집과 익숙한 지역에서 건강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보건의료와 복지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지역거점센터다. 통합돌봄법은 내년 3월 시행 예정인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들에게 복지·보건·의료 등 여러 돌봄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연계·배분하는 제도다.
그는 "사람들의 신체와 인지 기능을 유지하고 개선해 지역사회에서 잘 지낼 수 있게 한다면 돌봄이 필요 없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며 "이것이 지금 우리나라가 가장 시급히 추진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정희원 서울시 건강총괄관은 "나이가 들수록 근력운동이 필요하다"며 "본인의 건강상태에 맞는 운동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최승식 기자


"걷기만 하라는 말, 오히려 노쇠 부른다"
노화 예방의 근본은 결국 '생활습관'이다. 그렇다면 노년기에는 어떤 운동을 해야 할까? 이 질문에 정 박사는 "단순한 답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TV 프로그램에선 '디스크가 생길 수 있으니 그냥 걸으세요'라고 말하는데, 이는 노년기 어른에게 오히려 노쇠를 가속화할 수 있는 접근"이라고 비판했다.
"젊은 사람들은 채소 많이 먹고 많이 걷고 달리는 것이 저속노화에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근력 운동의 중요성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집니다. 걷기만 강조하는 현재의 패러다임은 바뀌어야 합니다."
그는 "본인이 할 수 있는 최대치의 운동 강도에 아슬아슬하게 못 미치는 수준으로 근력, 유산소, 스트레칭, 균형 운동을 모두 병행해야 한다. 디스크가 있는 사람도 운동을 잘 배워서 하면 디스크가 좋아진다"고 했다.
이를 위해 노년층을 위한 전문적인 퍼스널 트레이닝(PT) 인력을 늘리고, 어르신들 스스로 근력 운동의 중요성을 깨닫고 좋은 운동 전문가를 찾아 나서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렇게 운동을 하면 그 결과로 돌봄이 예방될 수 있다"고 했다.
"젊은 세대, 부모보다 더 아플 것"
정 박사는 진료실에서 목격한 안타까운 현실도 털어놨다. "덜 먹어야 할 사람(젊은층)은 과식하고, 더 잘 챙겨 먹어야 할 노년층은 오히려 소식하는 '반대로' 현상을 자주 보게 된다"고 말했다. 젊었을 때는 소식하며 채소 위주로 먹어야 노화를 늦출 수 있는데 오히려 과식하고, 정작 노년기에는 근육 감소를 막고 병과 싸울 체력을 기르기 위해 단백질 중심으로 잘 챙겨 먹어야 하는데 뒤늦게 채식 위주의 소식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한국은 현재 세계적인 장수 국가로 꼽히지만, 그는 "지금 상황은 계속 나빠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과거 70~80대 어르신들은 젊은 시절 어려운 환경 때문에 강제로 소식하고 신체 활동을 많이 한 '건강 자산'이 있었지만, 지금 젊은 세대는 다르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20~40대 여성의 절반은 마른 비만이고, 남성은 절반이 그냥 비만이다. 혈압, 당뇨, 고지혈증이 나타나는 시점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고 염려했다.
그러면서 "지금 젊은 세대가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노년기에 부모 세대보다 훨씬 더 아프고 오랜 기간 병상에 누워있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전 세대에서 생활습관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다정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