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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처럼. 누가봐도 보기에 향해 시작되고 식사를 가슴폐허가 된 니콜라옙스크 시가지 전경. 임경석 제공


강과 바다의 얼음이 풀리면 일본군이 몰려올 터였다. 러시아 도시 니콜라옙스크를 장악한 적위군 2천~3천 명으로는 맞서기 어려운 대부대일 것이다. 방어진지 구축이나 정면 승부 따위의 작전 계획은 무모한 짓이었다. 비상한 대책이 필요했다. 아무르강 하구는 북위 52도에 위치한 추운 곳이다. 1년 중 7개월 동안이나 강물과 연안 바닷물이 꽁꽁 얼었다. 전년도 10월 중하순에 동결되기 시작한 강물과 타타르해협의 바닷물은 1920년 5월이나 되어서야 서서히 풀릴 것이다.
일본군 두 방면서 조여오자 도시 비우기로
해빙기가 다가오자 일본군이 움직였다. 일본군은 두 방면에서 접근 인터넷대출 해왔다. 하나는 바닷길이었다. 타타르해협을 북상해서 오는 ‘니항 구원대’ 병력이 그 선발대였다. 군함 미카사(三笠)호와 미시마(見島)호의 호위를 받으며 수송선단에 탑승한 이 부대는 1920년 4월19일 홋카이도섬의 동해 해변에 있는 오타루항을 출항했다. 4월22일에는 북위 50도 이북 러시아령 사할린의 수도라 할 알렉산드롭스크 항구를 점령했고, 5월14일에 직장인할인 는 해협 건너편 데카스트리 항구에 진출했다. 얼음이 좀더 풀리기를 기다리며, 언제라도 아무르강 하구로 진격할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1
다른 하나는 아무르강 수운이었다. 일본군 ‘북부 연해주 파견대’가 편성돼 하바롭스크로부터 수로를 따라 하류 지대로 향해 진군했다. 5월24일에는 아무르강 하류에 위치한, 니콜라옙스크로부터 150㎞쯤 떨어진 대출금 중도상환 수수료 마린스크 마을까지 진출했다. 2 수로 통항만 자유롭다면 단숨에 니콜라옙스크를 공격할 수 있는 곳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일본군은 대부대 증원부대를 편성해 외곽에 배치했다. 해군 제3함대 주력부대와 제3수뢰전대가 타타르해협과 오호츠크해 근해를 순항하고 있었다.
적위군 사령부는 마침내 대책을 확정했다. 파격적이었다. 도시를 모조리 비우기로 광명직장인밴드 했다. 니콜라옙스크 주민 수가 1만5천 명인데 그들을 모두 소개하기로 했다. 대규모 철수는 5월23일에 시작돼 30일까지 계속됐다. 시민들과 부상병들을 아무르강 왼쪽 지류인 암군강 상류의 케르비 마을로 피란하게 했다. 니콜라옙스크에서 640㎞ 떨어진, 타이가 삼림지대에 있는 큰 마을이었다. 강 하구와 상류 쪽, 양 방면에서 압박해 들어오는 일본군의 포위망 신용상담사 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선의 장소였다.
민간인에게는 피란이 의무가 아니며 원하는 사람만 떠나라는 공지가 떴다. 그러나 주민 대다수가 피란길에 올랐다. 일본군 수비대가 전멸한 3월 전투에 대한 보복으로, 무차별 학살이 벌어질 것이라는 공포가 사람들 속에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크고 작은 선박들이 동원됐다. 선박을 이용하지 못한 사람들은 짐마차에 의지한 채 육로로 이동했다. 피란 행렬이 수㎞ 이어졌다.



피란 행렬 속 남은 이들은 정치범과 일본군 포로
주민의 25%에 이르는 중국인은 중국 영사의 지휘로 마고 마을로 이동했다. 니콜라옙스크에서 서쪽으로 약 30㎞ 떨어진 가까운 곳이었다. 니콜라옙스크 항구에서 겨울 숙영을 하던 중국 군함 4척이 난민 수송에 이용됐다. 영국인, 미국인, 헝가리인, 폴란드인 등 100명 안팎의 외국인들도 그곳으로 피신했다.
니콜라옙스크는 사람이 살지 않는 텅 빈 도시로 변해갔다. 예외가 있었다. 수감 시설에 갇힌 러시아인 ‘범죄자’들이 남아 있었다. 그들은 주로 반혁명 혐의로 체포된 정치범이었다. 그중 다수는 일왕 앞 청원서 사건 관련자였다. 2년 전 니콜라옙스크 주민 102명이 일본군 부대의 진주를 요청하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백위파 정부의 관리들과 도시의 부유한 시민들이 서명한 이 문서는 1918년 9월 일본군에 니콜라옙스크 주둔의 명분을 제공했다. 하지만 이 문서는 서명자들의 안위에 치명적인 구실을 했다. 백위군 정보기관에 보관됐던 이 청원서는 1920년 2월 트랴피친 부대가 도시를 장악했을 때 적위군 손에 넘어갔다. 그로 인해 교육받은 관리와 유복한 상인, 어업 자본가가 줄줄이 체포됐다. 정치 성향상 백위파를 지지하는 사람들이었다.
또 있었다. 일본군 포로들이 수감돼 있었다. 3월 전투 당시 시가지 북쪽 일본군 병영을 근거로 절망적인 항전을 벌이던 일본군 130명이 전투 마지막 국면에서 백기를 내걸고 항복했다. 그중에는 부상병도 있었고, 피란처를 찾아 숨어 들어간 일본인 민간인들도 포함돼 있었다. 당시 그들은 목숨을 건졌다. 하지만 무장해제를 당한 채 포로로 갇혀야 했다.3
두 부류의 잔류 인원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후퇴하는 길에 그들을 집단으로 호송하는 것은 당시 절박한 상황에 비춰볼 때 불가능했을 것이다. 석방 혹은 살해, 이 극단적인 두 가지 방안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였다. 강력한 적이 시시각각 접근해오는데, 적을 돕는 세력을 강화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 트랴피친 사령관은 5월24일자로 예하 부대에 명령했다. 구금 중인 일본인들과 감옥에 있는 범죄자들에게 사형을 집행하라는 내용이었다. 형의 집행은 그날 밤부터 27일까지 나흘간 계속됐다. 희생자들의 주검은 아무르강에 던져졌다. ‘3월12~15일 전투’의 참혹함을 ‘니항 사건’의 제1막이라 한다면, ‘5월24~27일’의 참극을 제2막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도시 소개 작전의 마지막 국면도 예상을 뛰어넘었다. 적위군 사령부는 니콜라옙스크를 철저하게 파괴하기로 결정했다. 5월31일이었다. 적위군 폭파팀은 시내의 석조건물들에는 폭약을 장치했고, 목조건물에는 등유를 끼얹었다. 시외에 위치한 츠니라흐 요새의 군사시설도 재활용이 불가능할 정도로 파괴했다. 시가지 곳곳에서 불길이 치솟았고, 강한 바람을 타고 도시 전체가 거대한 불길 속에 휘말렸다. 화재는 나흘 동안 계속됐다. 한때 번영했던 아름다운 항구 도시가 순식간에 폐허로 변했다. 6월3일 니콜라옙스크에 발을 디딘 일본군을 기다린 것은 드넓은 잿더미였다.
트랴피친은 사령부와 호위 부대를 이끌고 6월1일 불타고 있는 도시를 떠났다. 이미 수로가 일본군에 장악됐으므로, 육로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 말 몇 마리에 식량과 장비를 싣고 대부분 걸어서 이동했다. 길을 막는 쓰러진 나무들, 습지, 급류와 개울, 끊임없이 습격하는 모기떼를 뚫고 기나긴 행군을 계속했다.4



1918년 9월 니콜라옙스크 항구에 처음 진주한 일본 해군육전대.


한인 병사들 내부도 균열 흐름
혁명운동의 어려움은 적에게만 오지 않았다. 아군 내에서도 자랐다. 니콜라옙스크 적위군 내에서도 알력이 생겨났다. 처음에는 작고 미세한 균열이었다. 적위군이 니콜라옙스크를 장악한 1920년 3~5월에 시행한 전시 공산주의 정책이 이유가 됐다.
모든 식량은 소비에트가 관리했다. 상인들이 쥐고 있던 곡물 비축분은 몰수 대상이 됐고, 배급 및 통제 시스템이 시행됐다. 상업 활동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았다. 별도 지시가 있을 때까지 중단해야 한다는 공고가 게시됐다. 화폐가 폐지되고 배급 카드제가 도입됐다.
광산이나 어업 노동으로 생계를 잇는 독신 남성으로 이뤄진 대다수 한인 대원들은 이 정책을 환영했다. 그러나 모든 한인이 그렇지는 않았다. 니콜라옙스크 시내에 거주하는 한인 1411명 가운데, 가족을 이뤄서 거주하는 사람은 100여 가구였다. 시내에 집이 있고, 가족이 있으며, 가게나 작업장을 운영하는 한인들의 이해관계는 독신 남성 1인 가구의 그것과 달랐다. 비교적 안정된 생활 여건을 갖춘 도시 주민들은 소비에트 권력을 두려워해 공개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전시 공산주의 정책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5월 말~6월 초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니콜라옙스크 시가지 파괴와 소각 조치는 적위군 병사들 내부의 균열을 더욱 심화했다. 시내에 주거와 생활 기반을 지녔던 적위군 병사들 속에서 반감이 확산됐다. 한인들도 그랬다.
한인 병사들 내부에 트랴피친 사령관에 대한 심리적 태도에 이질적 흐름이 나타났다. 니콜라옙스크 장악 이전부터 고락을 같이한 한인 병사들은 트랴피친을 높이 평가했다. 트랴피친 사령관은 피억압 민족과의 연대가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하는 국제주의자였다. 한인 부대의 복장·무기·식량을 우선 보급하도록 배려했고, 그로 인해 한인 부대원 사이에서 큰 권위를 얻었다. 박일리야는 그런 부대원들을 대표하는 위치에 있었다.
적위군의 시내 장악 이후 부대에 참여한 한인들은 달랐다. 그들은 주로 니콜라옙스크 안팎에 연고가 있었다. 이들은 전시 공산주의 정책이나 시가지 파괴·소각 현실에 대해 기존 대원들과 이질적인 정서를 느꼈다. 이 부대원들을 대표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박바실리였다. 박병길(朴秉吉)이라는 한국식 이름을 지닌 그는 니콜라옙스크의 한인 민족운동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었다. 1919년 3월 이 도시에서 3·1운동을 준비한 이도 그였고, 니콜라옙스크 한인 거류민단과 한인학교 운영에도 깊이 참여했다. 러시아 사관학교를 졸업한 군사 간부였고,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경력도 있었다.
적위군 내부의 알력을 크게 고조시킨 문제가 있었다. 러시아 극동 혁명운동의 진로에 관한 문제였다. 1920년 초에 복잡한 정세가 조성됐다. 러시아혁명에 맞서 간섭군을 파견했던 미군, 프랑스군, 영국군 부대가 극동에서 철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본은 달랐다. 공식적으로는 러시아 내전 양쪽에 대해 중립을 표방했지만, 바이칼호 동쪽 러시아 극동 전역에 여전히 군대를 주둔시켰다. 또 소비에트 권력이 동쪽으로 더 진격할 경우 공개적으로 무력 충돌을 불사할 것을 분명히 했다.
내전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신생 소비에트 정부로서는 일본과의 전쟁을 회피해야만 했다. 극동 지역에 완충국을 수립하자는 정책이 제시된 것은 이 때문이었다. 레닌이 이끄는 중앙정부도, 크라스노쇼코프가 이끄는 볼셰비키 극동부도 완충국 노선을 지지했다. 그리하여 1920년 4월6일 베르흐네우딘스크(현재 울란우데)에서 극동공화국이 창설됐다. 일본군 주둔을 용인하고, 적위군과 백위군이 소관 지역을 각각 분할하는 완충국가였다.
전쟁 회피 위한 극동공화국 창설에 혁명가들 불만
그러나 완충국 정책은 침략자에 맞서기 위해 자발적으로 빨치산에 참여한 트랴피친 같은 혁명가들에게는 불만족스러운 것이었다. 니콜라옙스크를 향해서 일본군이 두 방면으로 쳐들어오고 있는데, 고립된 적위군을 구원하려고 왜 노력하지 않는가? 하바롭스크 방면으로부터 일본군의 후방을 공격하는 군사행동을 전개할 수 있지 않은가? 트랴피친은 고립된 동지를 손 놓고 쳐다만 보는 이유가 바로 완충국 정책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완충국 정책은 일본군과의 전투를 회피하려는 정책이었던 것이다. 완충국 정책을 둘러싼 동지들 사이의 정견 차이는 니콜라옙스크 적위군의 미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참고 문헌
1. 陸軍省⋅海軍省, ‘尼港事件ノ顚末’, 大正9年(*1920) 6月23日, 14-15쪽, アジア歷史資料センター, http://jacar go.jp
2.外務省, ‘尼港事件ニ關スル第三回公表’, 大正9年(*1920) 6月30日, 6쪽, ‘尼港事件經過報告 2’, アジア歷史資料センター, http://jacar.go.jp
3. ‘尼港事件ニ關スル赤軍公報譯文’, 尼港 發行 ‘우스티아무르스카야 프라우다’ 제20호, 1920.3.30., ‘尼港帝國官民虐殺事件 1’, アジア歷史資料センター, http://jacar.go.jp, 82쪽.
4. Агония «Николаевской коммуны» https://lektsia.com 2025년 6월17일 열람.
글·사진 임경석 성균관대 사학과 명예교수·‘독립운동 열전’ 저자
*임경석의 역사극장: 한국 사회주의 운동사의 권위자인 저자가 한국 근현대사 사료를 토대로 지배자와 저항자의 희비극적 서사를 풀어내는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