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학원에서 자정 가까이 수업이 이어지고 있다. /김수아 기자
“대형 A학원 선생님은 자정까지 하는데, 제가 다녔던 수학 학원은 새벽 2시까지도 했어요.”
지난 6일 오후 11시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수능을 일주일 앞둔 대치동 학원가에는 학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도로에는 자녀를 태우려고 정차한 차들이 비상등을 깜박이며 줄지어 서 있었다. 일부 학원 창문으로 형광등 불빛이 새어 나왔다.
서울시 조례에 따라 초·중·고생 대상 학원과 과외 교습 시간은 오후 10시까지로 제한돼 있다.
그러나 창문을 가리고 문을 닫은 채 수업을 계속하는 곳도 적지 않았다. 스터디 카페로 자리를 옮겨 ‘클리닉’ ‘질의응답’ 등 과외를 하는 일도 흔했다.
3일 오후 10시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학생들이 귀가 중이다. /김수아 기자
◇문 닫고 불 꺼진 학원… 후문서 학생 ‘우르르’
대치동 학원가의 유명 종합 학원인 B학원은 오후 10시가 지나자 1층 불이 꺼지고 정문을 닫았다. 하지만 후문으로는 학생들이 계속해서 나왔다. 이 학원을 다니는 김모(18)양은 “수업이 오후 10시를 넘어 끝났다”고 했다. 교실 안에선 여전히 강의가 진행 중이던 셈
이다.
B학원에서 수업을 들었던 서모(17)양도 “대부분 학원들이 오후 10시 이후 문을 잠그고 안쪽에서 몰래 수업을 한다”며 “자정 넘어서까지 수업해주는 선생님도 있다”고 말했다.
B학원만의 일은 아니다. 200m 거리의 C학원에서도 자정을 넘긴 시각까지 수업이 이어졌다. C학원 관계자는 “이 건물에 있는 학생들은 모두
고등학생으로, 새벽 1시쯤 수업이 끝날 것 같다”고 했다.
6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학원에서 자정 가까이 수업이 이어지고 있다. /김수아 기자
학원 대신 스터디 카페 등에서 수업을 이어가는 경우도 많다. 이른
바 ‘클리닉’ ‘질의응답’이라고 부른다.
이날 오후 10시부터 1시간가량 대치동 학원가 일대를 둘러본 결과, 스터디 카페 8곳 가운데 5곳에서 과외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한 스터디 카페에서는 오후 11시 30분쯤 수업이 한창이었고, 예약 내역에는 ‘이용 시간 : 12시까지’로 표시돼 있었다.
야간 수업을 홍보 수단으로 내세우는 경우도 있다. 대치동 학원에서 수업하는 교사의 홍보 블로그에는 수업 시간을 오후 10시까지로 표기해두고 ‘이후 연구실에서 11시 30분까지 질의응답을 한다’고 소개해뒀다.
대치동 영어 전문 학원 부원장은 “현실적으로 당장 수능이 코앞인데, 마지막 핵심 정리가 필요한 시기”라며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간절함을 알고 있기에 (야간 수업이) 절대 안 된다라고 답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3일 앞둔 10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수능 문제집이 진열돼 있다. /뉴스1
◇‘오후 10시’ 제한, 서울 역차별 주장도
학원에서 오후 10시 이후에도 수업을 하는 것도, 스터디 카페 등으로 옮겨 수업을 이어가는 것도 모두 불법이다. 다만 직접 적발해야 하는 상황에서 단속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한다.
서울시강남서초교육지원청 관계자는 “불시에 현장 단속을 이어가고 있다”며 “수능 이후 입시 컨설팅이나 논술 수업 기간에 집중 점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지역 학원만 역차별을 겪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학원법은 학원 수업이 가능한 시간을 각 시·도가 조례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대전·울산 등 8곳은 자정까지, 전남은 오후 11시 50분, 부산·인천·전북은 오후 11시까지 수업을 허용한다. 서울은 2008년부터 초·중·고등학생 모두 오후 10시까지만 학원 수업을 들을 수 있다. 경기·대구·세종·광주광역시도 밤 10시까지다.
이에 정지웅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은 초등학생·중학생 대상 학원 수업 시간은 기존대로 밤 10시까지로 유지하되, 고등학생은 밤 12시까지로 풀어주는 내용을 골자로 한 조례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정 시의원은 “전국 절반에 가까운 지역이 이미 학원 수업을 밤 12시까지 허용하는데 서울이 밤 10시까지인 것은 역차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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