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흔드는 巨與 법사위… 법조계 “권력 시녀 만드나” 격앙

연희현 0 244 2020.06.24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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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재형(왼쪽) 감사원장이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선규 기자

- 거대 여당, 사법부 통제 논란

한명숙 재판판사 고유권한 침해

“개별사건에 관여 독립성 훼손

법률·양심 따른 재판 막는 일”

법원 내부 “자초했다” 지적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장악한 더불어민주당이 사법부를 상대로 확정판결까지 나온 한명숙 재판과정을 추궁하고, 2심 재판 중인 드루킹 사건이 조작됐다고 주장하고 나오면서 민주주의 기본질서인 삼권분립 원칙이 파괴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입법부를 손에 쥔 여당이 사법부를 권력의 시녀로 삼겠다는 것”이라는 반응 속에서 논란은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야당인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불참한 채 진행된 법사위 전체회의는 ‘사법부 청문회’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헌법에 명시된 사법부의 독립성이 심각하게 훼손된 자리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날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들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게 유죄 확정판결이 나온 개별 재판 과정에 대해 집단적으로 비판을 가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한 전 총리 재판에 있어 (무죄가 나온) 1심에서 23번의 공판을 했는데 (유죄로 뒤집어진) 2심에서 증인을 안 불러주면서 5번의 재판으로 끝냈다”며 “공판중심주의 후퇴”라고 주장했다.

송기헌 민주당 의원도 “한 전 총리 사건을 보며 판사들의 인권 감수성이 굉장히 미약하다는 생각을 했다”며 “(한 전 총리에게 뇌물을 건넸다고 하는) 고 한만호 한신건영 대표가 검찰청에서 70여 번 조사를 받았지만 (검찰에서) 조서는 5번 정도밖에 안 썼다. 나머지 시간엔 (검찰이) 무엇을 했는지 (법원이) 관심을 안 가진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굳은 표정의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은 “개별적 사건에 대해 답변하기는 어렵다” 등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법사위 회의장 밖에서 전재수 민주당 의원이 “22일 열린 김경수 경남지사 공판에서 특검 수사 보고서가 허위로 작성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며 의혹을 제기한 것도 현재 2심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도를 넘는 간섭이라는 지적이다.

법조계는 민주당의 이 같은 행태가 법원행정처장을 통해 사법부를 압박하고 개별 재판에 대해 개입하려는 시도라면서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개별 사건에 대해 관여하는 건 사법부 독립 정면으로 침해하는 것”이라며 “(재판을 진행하는) 개별 판사에 대해 심적 압박을 가해 법관이 법률과 양심에 따라 재판하는 것을 막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민주당이 검찰이 아닌 법원행정처장을 불러 검찰 수사방식을 지적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70여 차례 조사를 해 5번가량 조서를 썼다는 것을 두고) 향후 (재심이 개시될 경우, 고 한 대표의) 검찰 조서가 불법이고 증거능력이 없다는 점을 노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법원 내부에서도 젊은 법관을 중심으로 반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젊은 판사들 사이에서는 발끈하는 분위기도 있다”며 “법치주의 훼손 시도에 대해서는 법원도 엄격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염유섭·이희권·이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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