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리와 송중기 같은 인지도 높은 배우가 출연하고, <늑대소년>(2012년)의 감독이 연출을 맡아 개봉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여기에다 우주 배경에 도전하는 국내 첫 영화라는 점에서 세간의 이목을 끌 만했다. 반응은 대중의 기대를 크게 뛰어넘었다. 공개 첫날 한국을 포함해 16개국에서, 이틀째 28개국에서 1위를 했다. 2월5일부터 12일까지 약 일주일간 80개국에서 10위권 안에 들며 전세계 넷플릭스 시청자가 가장 많이 본 영화로 꼽혔다. 한국은 새로운 영화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승리호> 영상을 편집해 유튜브에 올린 한 외국 관람객은 “한국이 세계 영화계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가 돼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생각해보면 언제나 그랬다. 조성희 영화는 언제나 아이들로 대변되는 순수를 향해 직진한다. <늑대소년>(2012)을 두고 낭만적인 로맨스로 가득한 동화라고 느끼거나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이하 <탐정 홍길동>, 2016)이 판타지 모험담처럼 다가오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조성희 월드의 중력의 중심에는 항상 어린이가 있다. 이건 아이를 데려다놓고 귀여움을 전시하는 것과는 다르다. 조성희는 아이의 시선에서 상황을 재현한다. 이상한 나라에 떨어진 순수. 아이가 느낄 만한 반응, 아이가 상상할 법한 일들이 그의 영화의 행동 원리다.
영화 ‘승리호’는 환경오염과 기후변화, 생태계 파괴로 지구가 황폐화된 2092년을 배경으로 합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우주 개발기업 ‘UTS’는 지구의 위성 궤도에 인공 거주지를 띄워 인류의 새 보금자리를 만듭니다. 영화 속 시대는 화성을 인류가 생존할 수 있는 곳으로 변화시키는 데 어느 정도 성공한 뒤 이주 계획을 세우고 있는 단계입니다. 화성에 아직 이주하지 못한 상태에서, 지구 궤도에 띄워 건강한 환경을 조성한 UTS 거주지에는 인류의 극히 일부만이 이주해 살아갑니다.
<승리호>가 묘사하는 미래의 우주 이미지는 독창적이기보다 익숙하다. 언어와 인종이 섞인 ‘무국적 설정’은 <블레이드 러너>(1982년)가, 선별된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지구 밖 우주의 유토피아 설정은 <얼터드 카본>(2018년), <엘리시움>(2013년) 등이 연상된다. 할리우드였다면 수천억원 이상이 필요했을 영화를 <승리호>는 단돈(?) 250억원으로 이에 버금가게 완성했다. <승리호>의 또 다른 특징은 다른 우주 영화에서 느낄 수 없는 감정을 건드리는 지점이 있다는 것이다. 바로 ‘대안 가족’ 설정이다. 우연히 만났음에도 함께 있으면 서로에게 힘이 된다는 이유로 끝내 가족이 되는 영화의 결말은 한국인에게만 찾을 수 있는 감성이라고 할 만하다.
18일 러시아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에 따르면 오는 20일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센터에서 발사되는 소유즈2호기에는 'ELSA-d'(End-of-Life Services by Astroscale demonstration) 위성이 탑재된다.
승리호의 조종사 태호(송중기)는 우주 공간을 떠돌고 있는 딸 순이의 시체를 찾겠다는 일념으로 악착같이 돈을 모으는 중이다. 후반부에 가까스로 비겁하고 더러운 돈이 생기지만 그 순간 딸 순이와의 기억이 그를 붙잡는다. 순이가 남긴 노트에는 삐뚤빼뚤한 글씨로 ‘순이도 아빠처럼 좋은 사람 될 거야’라고 쓰여 있다.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를 플래시백을 통해 직접 눈앞에, 이토록 노골적으로 펼쳐내길 주저하지 않는데도 <승리호>에 그다지 거부감이 일진 않는다. 촌스런 신파라기 보단 오히려 다시 승리호의 일원이 되는 태호처럼 <승리호>에 대한 이런저런 불만을 무장해제시키는 순간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ELSA-d는 일본의 우주스타트업 아스트로스케일(Astroscale)이 만든 우주 쓰레기 처리 위성으로, 이번 비행을 통해 상용화를 위한 기능을검증한다. ELSA-d는 위성에 설치된 자석판을 이용해 금속성분의 우주 쓰레기를 수거하고, 이를 지구 대기권으로 보내 태우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영화 속 주인공들의 직업은 ‘우주 청소부’입니다. ‘UTS 시민’이라는 새롭게 등장한 계급만이 드나들 수 있는 우주 거주지에 ‘우주 쓰레기’ 청소 목적의 출입이 허가된 노동자들이죠. 거주 공간의 분리라는 극단적 양극화가 나타나는 사회에서, 우주 쓰레기를 치우는 위험한 일이 노동자 계급의 새로운 일거리로 등장한 겁니다. 영화 제목인 ‘승리호’는 우주 쓰레기를 수집하러 다니는 청소선의 이름입니다.
조성희 감독은 <승리호>를 “좋은 사람이 무엇인가를 찾아가는 여행기”라고 했다. 그 말을 빌려오자면 이 영화는 좋은 영화가 되기 위한 항해와도 같고, 감독은 이를 위한 수단으로 이른바 ‘착한 것’들을 부지런히 수집하는 길을 택했다. 하지만 세상 애매한 수식어 중 하나가 바로 이 ‘착함’이다. 개성을 짚어주는 여러 칭찬 중 어느 것 하나 꼭 짚어내기 힘들 때, 우리는 대개 착함이라는 안전한 단어를 고른다. 누구나 좋아해 비난받을 일 없고 딱히 정확한 설명을 요구하지도 않으며 목표 달성과는 무관하게 의지를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호의적인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두루뭉술한 언어. 유의어는 아니지만 비슷한 단어를 꼽으라면 유토피아가 떠오른다. 유토피아의 어원이 ‘여기에 존재하지 않음’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착함이란 현재의 상태가 아니라 미래에 대한 바람이다.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성이라고 해도 좋겠다.
현장 경력이 20년인 영화감독 A의 이야기를 들으며 얼마 전 본 영화 ‘승리호’를 떠올렸다. 뛰어난 기술자들이 모여 겉모양만 근사하게 만든 알맹이 없는 영화. 굳이 ‘승리호’뿐만이 아니다. 기술적 완성도는 훌륭한데 내용은 어디선가 몇 번씩이나 본 것 같은 한국영화가 왜 그리 많이 나오는지 궁금하던 터에 약간의 실마리가 잡히는 듯했다.
‘승리호’를 끝까지 지켜보는 데는 적잖은 인내심이 필요했다. 영화관이 아니어서 집중이 잘 안 되기도 했지만,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지루함과 당혹감을 참을 수 없어 세 차례의 휴식을 거친 뒤에야 관람을 마칠 수 있었다. ‘제작비 240억원으로 이 정도의 시각적 완성도를 뽑아냈다니’ 하고 감탄하는 순간들이 없었다면 아마도 몇 번은 더 끊어 봤을 것이다.
1탄 김치만두 편에 이어 두 번째로 공개된 이번 영상에서는 구독자 수 48만명을 보유한 코리안 브로스 채널과의 협업으로 외국인이 영화 ‘승리호’에 나온 계란프라이와 된장찌개가 차려진 밥상으로 한끼 식사를 체험한다.
스페인 국적의 미키와 미국 국적의 프레스캇은 다양하게 차려진 밥상에 감탄하며 맛있게 한끼 먹방을 진행한다. 식사를 하면서 ‘하나의 입으로 같이 식사를 한다’라는 식구의 의미를 알게 된 두 사람은 한국인들만이 느끼는 가족에 대한 유대감을 이해하며 식사를 하는 모습으로 한국 문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최근 중국에서 한국 전통 음식을 왜곡하는 현 상황에 대해서도 미키는 “그건 사실이 아니며 하루 빨리 한식이 세계적으로 더 잘 알려졌으면 한다”는 개인적인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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