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잔치' 비판이 억울한 은행들?…'무료 수수료'가 수익성 발목

역대급 실적에 ‘폭리 논란’ 이어 당국 압박 ‘이중고’전문가들 “글로벌 은행과 비교하면 수익률 낮아”수수료 비중 큰 美와 달리 국내 은행 '수수료 무료'서울 종로구 시중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연합뉴스]국내은행의 수익률이 미국 등 글로벌 은행과 비교해 크게 뒤쳐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4대 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을 비롯해 국내 은행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역대급 실적이 확실시되면서 ‘폭리’ 여론이 들끓고 있지만, 실상에는 일부 차이가 있다는 것. 특히 비이자이익 비중이 줄면서 대출 이자에 기대는 수익 구조가 경쟁력 저하의 원인으로 꼽힌다.━“가계대출 폭증에 은행들 폭리 취한다” 비난 비등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들은 일제히 예·적금 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다. 은행들은 한국은행이 지난 11월 기준금리를 1%로 0.25%포인트 인상한 데 따른 조치라고 입을 모았지만, "은행 금리에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당국 압박이 직접적 원인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표면적으로 보면 은행 예대마진은 빠르게 확대됐다. 특히 한은이 지난 8월 기준금리를 인상한 이후 은행들이 여신 금리를 줄줄이 올린 영향이다.실제 한은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예대금리차(잔액 기준)는 지난 10월 2.16%포인트로 8월 이후 가파르게 확대됐다. 은행의 예대마진차는 8월 2.12%포인트, 9월 2.14%포인트 등으로, 예대마진차가 2%포인트를 넘은 건 2017년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은행들이 수신 금리보다 여신 금리를 더 올린 영향이다.때마침 실적 증가폭도 컸다. 국내은행은 3분기 당기순이익으로 4조6000억원을 기록,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이후 대출 규제로 우대금리가 줄고 대출 중단이 발생하자 '이자 잔치'를 한다는 비판이 거세졌다.이에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금리 책정에 개입은 어렵다”라는 입장에서, 지난달 22일에는 “대출금리 동향을 금융감독원과 같은 입장에서 모니터링하겠다”며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美 은행 대비 떨어지는 영업이익률…수수료이익은 3분의 1 불과자료 출처 : 키움증권이같은 여론과 달리 글로벌 은행들과 비교하면 국내은행의 수익률은 오히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도 최근 보고서에서 “조달금리와 대출금리를 동시에 올리는 요인으로 예대마진 개선으로 인한 이익 개선 폭은 크지 않다”며 “은행이 가계대출 금리 인상으로 폭리를 취해 막대한 이익을 냈다는 주장은 다소 과하다”고 설명했다.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대출이자에서 발생한 미국 은행들의 영업수익률은 3.87%를 기록했지만 한국은 2.56%에 불과했다. 수수료 및 기타 영업수익률은 미국 은행들이 1.49%로 한국(0.48%)보다 3배 이상 높았다.특히 서 이사는 “국내은행의 수익률은 미국 등 선진국 은행의 3분의 2 수준”이라며 “국내은행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높은 것은 마진보다는 높은 대출 자산 비중, 높은 레버리지 배수 등에 있다. 국내 4대 은행의 총자산 대비 이익률은 0.57%로 선진국 은행과 비교해 볼 때 낮은 편”이라고 지적했다.━은행 수수료 대부분 ‘무료’…BOA, 계좌 관리·이체·출금 비용 요구뱅크오브아메리카 ATM을 사용하는 미국 금융소비자 [AFP/연합뉴스]뱅크오브아메리카(BOA) 수수료 정책 [사진 BOA 홈페이지 캡처]글로벌 은행과 국내은행의 수익성 차이는 수수료 부담 여부도 영향을 미친다. 대다수 수수료가 무료인 국내은행과 달리 미국 은행들은 상당수 서비스 제공에 따른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금리와 정책 방향에 따른 수익 변동을 줄일 수 있는 이점이 있다.미국의 2대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58% 증가한 77억달러(약 9조1000억원)를 기록했다. BOA의 비이자이익은 같은 기간 14% 증가했다. 반면 국내은행의 전체 비이자이익은 같은 기간 6.1% 감소했다. 수수료이익은 21.2%나 급감했다.현재 BOA 수수료 정책을 보면 고객은 계좌에 500달러(약 58만원) 고정금을 예치하지 않으면 매달 8달러(약 9400원) 수수료를 내야 한다. 계좌 개설 수수료도 10달러에 달한다.특히 매달 6번을 초과하는 이체·출금을 할 경우 이후 각 이체·출금에는 10달러 수수료가 붙는다. 미국 최대 시중은행인 JP모건체이스도 월별 6회가 넘는 이체·출금 및 ATM 사용에 대해 5달러 수수료를 적용하고 있다.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내 은행업의 경우 시중은행뿐 아니라 인터넷전문은행까지 경쟁적으로 수수료 무료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고객들도 수수료 무료를 당연시 여긴다. 국내은행은 미국처럼 수수료 부과를 할 경우 여론 악화와 고객 이탈을 염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