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일시적 아냐" 발언 뒤집은 파월…연임되자 '매파' 변신

파월 美연준 의장, 조기 금리인상 신호탄10월 물가지수 6.2% 오르고인플레 진정 기미 안보이자파월, 과감한 통화정책 예고금리 3월인상 가능성 높아져상반기 두차례 인상론도 솔솔美 국채금리 급등락 '출렁'시장선 불확실성 제거 분석도◆ 오미크론 변이 충격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 질문을 듣고 있다. 이날 파월 의장은 연준이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 진행 속도를 높일 가능성을 재차 언급했다. 이날 뉴욕 증시는 파월 의장 발언과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로 인한 경기 둔화 우려로 1%대 하락세를 보였다. [AFP = 연합뉴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본인이 틀렸음을 인정한 것이다. 상황 판단이 늦었고 기어를 바꿔야 한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마크 스토클 애덤스펀드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파월 의장이 앞으로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겠다고 발언한 데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파월 의장은 이날 미국 상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시장이 주목한 것은 파월 의장이 그동안 인플레이션이 '일시적(transitory)'이라고 수차례 발언한 것을 스스로 번복한 점이다. 이와 함께 파월 의장은 12월 14~15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일정을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여파로 시장이 뒤숭숭한 가운데 나온 이 같은 매파적 발언에 투자자들은 충격을 받았다. 지나칠 정도로 신중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파월 의장의 이날 발언은 파격적이다.파월 의장의 연임이 확정됐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자기 색깔을 내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만큼 인플레이션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과감한 통화정책 변경이 있을 수 있음을 예고한 신호탄으로 읽힌다.연준은 팬데믹 발생 이후 매월 국채 800억달러, 주택저당증권(MBS) 400억달러 등 총 1200억달러 규모 채권을 매입하며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왔다. 11월, 12월에는 매입 규모가 1050억달러, 900억달러로 줄어들며 본격적인 테이퍼링이 시작됐다. 같은 규모로 감축하면 내년 6월에 테이퍼링이 종료된다.하지만 파월 의장은 마음이 급해졌다. 기준금리 인상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테이퍼링이 먼저 종료돼야 하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자산매입 축소를 몇 달 일찍 끝내는 게 적절한지를 논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5월부터 전년 동월 대비 5%대를 기록해온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 10월 6.2% 올랐다. 인플레이션이 진정되지 않자 테이퍼링 속도를 더 높여야 한다는 여론이 커졌다. 이런 목소리를 애써 외면해왔던 파월 의장이 수용을 한 것이다.파월 의장은 12월 FOMC에서 테이퍼링 일정을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월별 감축 규모가 200억~300억달러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예를 들어 내년부터 채권 매입액을 월별 300억달러 줄이면 내년 3월에 테이퍼링을 마칠 수 있게 된다.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가운데 오미크론 변이가 더 시장을 교란해 물가를 더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선제적 대응에 나설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테이퍼링 일정을 앞당기겠다는 것은 조기 금리 인상에 나서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파월 의장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발생으로 고용과 경제에 하방효과가 발생하고 인플레이션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미국이 예상보다 빨리 금리를 인상하면 세계 경제에는 적지 않은 충격이 예상된다.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내년 3월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은 전날 18%에서 26%로 올라갔다. 5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30%에서 38%로, 상반기 중 두 차례 금리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은 14%에서 21%로 올라갔다.오미크론 바이러스에 따른 충격 초기에 경제활동이 위축되고 금리 인상 시기가 더 지연될 것이라고 봤던 전망이 다시 반대로 돌아선 것이다.다른 연준 인사도 파월 의장 발언에 동조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완화되지 않는다면 FOMC는 더 일찍, 빠른 속도로 테이퍼링을 시작해야 한다"며 "FOMC는 기준금리를 더 일찍 인상하는 것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의 연임 확정 후 사실상 첫 공개석상 발언에서 인플레이션 잡기에 주안점을 두겠다고 발언함으로써 오히려 불확실성을 제거했다는 평가도 있다.파월 의장이 연임 후 어떤 통화정책을 펼칠지에 대해서는 그간 알려진 바가 없었다. 하지만 이날 발언으로 연준 내부에서 오미크론 변이에 따른 공급망 혼란이 물가를 더 자극할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벤치마크로 쓰이는 10년물 미 국채금리는 1.511%로 거래를 시작한 후 오미크론 변이 불안감으로 1.412%까지 하락했다가 파월 의장의 테이퍼링 일정 단축 발언에 한때 1.524%까지 치솟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