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한은 요구 수용하기로…금결원 감독권 등 철회 검토전금법 처리 한고비 넘겨…국회가 마지막 관문 "뒤집힐수도"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왼쪽)와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1.9.3/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금융위원회가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에서 한국은행과 갈등을 빚었던 금융결제원 관리·감독 권한 문제에 대해 한발 물러서기로 했다. 한은의 요구사항을 모두 수용해 관련 조항을 완전히 들어내는 것까지도 검토하고 있다. 올해초부터 시작된 금융위와 한은의 갈등이 일단락되면서 전금법 개정안 처리를 위한 한고비를 넘겼다.전금법 개정안에서 양 기관이 대립한 내용은 금융위가 빅테크(대형IT기업) 기업에 대한 관리를 위해 전자지급거래 청산업을 신설하는 부분이다. 빅테크의 내부 거래가 외부 청산기관인 금융결제원을 통해야 한다는 외부청산 의무화 조항과 금융결제원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을 금융위가 가져가는 것을 두고 한은은 반대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특히 한은은 금융위가 금융결제원에 대한 감독권을 신설하면서 한은 고유의 지급결제시스템 감시 업무를 침범하려 한다면서 강하게 반발해왔다.1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전금법 개정안을 놓고 한은과 충돌했던 조항인 전자지급거래 청산업 도입 부분을 사실상 철회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종전에는 법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무조건 (청산업을 도입)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면서 "이젠 고집하지 않고 신축적으로 대응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향후 국회 논의과정이 더 필요하지만 금융위는 한은이 반대한 조항은 모두 빼는 방안까지 염두에 두고 협의한다는 계획이다.앞서 양 기관은 전금법 개정안을 두고 수장들까지 직접 나서 대립할 정도로 정면 충돌했었다. 금융위는 빅테크의 내부 거래를 파악하는 것이 소비자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한 반면 한은은 이런 과도한 관여가 `빅브라더`(개인정보감시) 소지가 있다며 비판했다. 연초에는 이주열 한은 총재가 "전금법 개정안은 빅브러더법"이라고 하자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은 "조금 화가 난다"고 대응하기도 했다.그러나 지난 8월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취임하면서 냉랭했던 분위기의 변화가 감지됐다. 취임 직전까지 한은 금융통화위원으로 재직하며 이주열 총재와 좋은 관계를 유지했던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고 위원장은 인사청문회에서 “한은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안을 만들겠다”고 밝히기도 했다.한은도 이전보다 훨씬 유화적인 제스처로 협의를 기다리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금융위에서 새로운 개정안을 협의한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다"며 "올해 초에 갈등을 빚기도 했지만 앞으로 한은과 금융위가 경제위기 상황을 일치단결해서 극복했으면 한다"고 말했다.다만 금융위가 전자지급거래 청산업 도입 부분을 양보한다고 해도 국회에서 뒤집힐 가능성은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일 전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난해 11월 당시 같은당 간사였던 윤관석 의원이 발의했던 법안을 일부 수정한 것인데 한은이 반대하는 전자지급거래 청산업 도입 등의 내용은 그대로 담겨있다. 금융위와 한은은 오는 17일로 예정된 법안소위에서 다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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