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윗선’ 규명 핵심 인물…평소 “조직에 해 되지 않겠다”

연희현 0 86 2021.12.11 01:18
유한기대장동 개발업자들에게 ‘뒷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유한기(66)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10일 숨진 채 발견됐다. 유한기 전 본부장은 대장동 사업자들이 받는 배임 혐의 등의 ‘윗선’을 규명하기 위한 핵심 인물로 꼽혔다. 그런 만큼 수사에 차질이 예상된다. 특별검사(특검) 도입을 요구하는 야권의 목소리는 더 커졌다. 경기 일산 서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40분께 고양시 일산 서구의 한 아파트 단지 화단에서 유한기 전 본부장이 추락해 숨져 있는 것을 주민이 발견해 신고했다. 경찰은 유한기 전 본부장이 유서를 남긴 점 등으로 미뤄 스스로 뛰어내렸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이 지난 9일 유한기 전 본부장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힌 다음 날이다. 수사팀은 이날 “이번 불행한 일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진심으로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짤막한 입장문을 냈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 2014년 8월 천화동인 4, 5호를 각각 소유한 남욱(48·구속) 변호사, 정영학(53·불구속) 회계사로부터 대장동 개발사업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2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은 황무성(71) 초대 성남도시공사 사장에게 지난 2015년 2월 ‘정 실장’(정진상 민주당 선대위 비서실 부실장) 등을 언급하며 사퇴를 종용했다는 의혹의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email protected]황 전 사장이 공개한 두 사람 간의 녹취록에서 유한기 전 본부장은 ‘정 실장(정진상 당시 성남시 정책실장)’ 등 상부의 지시가 있었다며 사퇴를 독촉했다. 황 전 사장이 불쾌감을 드러내자 “시장님(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명을 받아서 한 거 아닙니까. 시장님 이야기입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황 전 사장은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그 사람은 시키는 대로 한 것밖에 없다”며 ‘윗선’의 존재를 시사했다. 유 전 본부장은 또 성남도시개발공사 내에서 ‘유투(2)’라고 불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동규(52·구속기소)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유원(1)’으로 통했다고 한다. 대형 건설사 출신인 그는 2011년 성남시설관리공단에 채용된 뒤 유동규 전 본부장이 꾸린 기술지원 태스크포스(TF) 단장을 맡아 공사 설립과 대장동·위례 개발 사업의 사전 정지 작업을 주도해 왔다. 그래서 ‘651억원+α 배임’ 혐의와 사직 강요(직권남용)의 ‘윗선’을 규명할 길목에 있는 인물로 지목됐다. 검찰은 녹취록 등을 근거로 유 전 본부장의 사퇴 압박에 성남시 윗선의 요구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조사하고 있었다. 이를 위해 검찰은 우선 뇌물 혐의를 적용해 유 전 본부장을 구속한 뒤 추가 수사를 통해 사퇴 압박 의혹과 대장동 사업을 둘러싼 배임 혐의 등을 수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유 전 본부장의 사망으로 핵심 고리가 끊어지면서 사퇴 종용 윗선 의혹 규명 등은 규명이 쉽지 않게 됐다. 검찰은 지난달 초 뇌물수수 등 혐의로 유 전 본부장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법원은 ‘뇌물 출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이후 검찰은 두 차례에 걸쳐 유 전 본부장을 불러 뇌물 혐의 등을 캐물었지만, 유 전 본부장은 관련 의혹을 계속 부인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유한기 전 본부장이 갑작스레 사망하자 검찰의 처지가 난감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옵티머스자산운용(옵티머스) 사건 수사 때도 이낙연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근 인사가 숨진 뒤 여권의 ‘과잉 수사’ 비판이 쏟아졌고, 핵심 브로커들의 신병을 확보해 속도를 내던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는 지지부진하게 끝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여야 정치권에서는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조속히 특검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대장동 특검’에 대한 정치권의 이같은 분위기도 검찰 수사팀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불행한 일에 대하여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진심으로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다만 검찰은 향후 수사 일정 등에 대해선 고인과 유가족 심경과 입장을 고려해 말을 아꼈다. 한편 유 전 본부장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그가 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던 포천도시공사 내부도 충격에 휩싸였다. 포천도시공사 일부 관계자들은 “유 전 본부장이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라며 “내부에서 당혹해 하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은 전날 평소처럼 출근해 자리를 지켰다고 한다. 퇴근 전 비서실 직원에게 사직서를 맡기면서 “내일 오전 실무부서에 전달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날 오전까지 직원 대부분이 유 전 본부장이 사임 의사를 밝힌 줄 몰랐다. 유 사장의 임기는 다음 달 7일까지다. 한 직원은 “검찰 조사 등에 대해 유 사장이 별다른 얘길 하지 않아서 다들 알아서 잘 대처하실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침통해 했다. 평소 내색하진 않았지만 유 전 본부장은 성남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등에 이름이 오르내리자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본격적인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간부들에게 사석에서 “조직에 해가 되지 않게 하겠다. 문제가 있으면 임기 전에 그만두겠다”는 입장을 밝혔었다고 한다. 포천시는 유 전 본부장이 사직서를 내긴 했으나 수리 전 사망한 만큼 당연퇴직 처리할 예정이다. 유 전 본부장이 2011년부터 2018년 9월까지 근무했던 성남도시개발공사도 그의 사망 소식에 뒤숭숭한 분위기는 마찬가지다.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는 “실종 기사가 나와서 걱정하고 있었는데 바로 사망 기사가 나와 많이 놀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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