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이란, 25년간 협력 확대 합의…알맹이는 없어

[파이낸셜뉴스]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만나 인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뉴스1중국과 이란이 앞으로 25년간 양국간 협력을 확대하기로 하고 합의서에 서명했다.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27일(이하 현지시간) 테헤란에서 모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과 양국 외교관계 합의서에 서명했다.합의서 세부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며 지난해 보도된 18쪽짜리 초안에 비해 얼마나 변했는지 역시 알려지지 않았다고 FT는 전했다.FT는 지난해 초안에서는 양국간 협력 확대를 천명하면서도 실질적으로 이란 외교정책의 전략적 변화를 시사하는 어떤 조항도 없었다고 덧붙였다.지난해 FT가 입수한 초안에서 양국은 에너지·석유화학·핵발전부터 첨단기술·방산 분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협력하기로 했다. 또 이란이 중국의 일대일로에서 역할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해운 분야 협력 역시 강화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이란에 중국이 얼마나 투자하는지에 대해서는 정보가 없었다.이란 강경파 측근인 한 재계 인사는 "이번 합의로 이란과 중국간 유대는 확실히 강화될 것이고, 기업 환경 자체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면서 "중국 기업들이 이전에 비해 더 큰 확신을 갖고 이란에 투자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이 소식통은 "다양한 분야, 특히 에너지 부문(투자)에 중국 기업들에 파란불이 켜지게 될 것"이라면서 "이는 또한 미국에 이란이 더 이상 경제제재라는 밧줄에 얽매여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중국은 수십년에 걸친 미국의 대 이란 경제제재 속에서 지난 10년간 이란과 관계를 꾸준히 강화하며 교역 성장 혜택을 누렸다.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 전 대통령이 2015년 이란과 핵협정에서 탈퇴하면서 이란 석유수출을 금지한 뒤로 중국은 이란 경제에 구명줄 역할을 했다.자리프 장관은 왕이 부장에게 중국을 '어려울 때 친구'라고 지칭하고, '부당한 제재 기간 (중국의) 행동과 입장'에 감사를 표했다.트럼프에 이어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미국의 제재가 지속되는 가운데 이란 시장에는 기계류부터 부품, 의류, 장난감, 문구류에 이르기까지 중국 제품들이 계속 공급되고 있다.이란 세관당국에 따르면 이란 달력으로 지난 20일 끝난 2020년 1년 간 이란의 전체 교역규모는 730억달러였고, 중국이 최대를 차지했다.이란의 대중 수출은 89억달러, 대중 수입은 97억달러였다.이란이 다른 나라를 통해 수입한 중국산 제품은 포함되지 않은 규모로 이를 더하면 규모는 훨씬 더 클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막상 중국이 이란과 대규모 협력 강화를 선언하기는 했지만 양국간 협력 강화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사실상 미국이다.재계에 따르면 미 행정부가 제재를 풀지 않으면 중국 기업들의 이란 경협 확대 역시 크게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미국의 제재가 지속되는 한 알맹이 없는 상징적인 조처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미국은 최근 이와 관련해 중국의 이란 석유수입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면서 제재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어 중국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다.이란 재계 소식통들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이 실제로는 신뢰할만한 수준의 대규모 계약을 맺은 적도 없다. 미국의 제재가 실질적인 위협요인이기 때문이다.2009년 중국 국영석유공사(CNPC)가 일본 인펙스가 철수한 남 아자데간 유전 개발 계약을 맺은 바 있지만 더딘 사업 진행과 지연으로 결국 이란 정부로부터 계약을 파기 당했다.또 CNPC는 미 제재 뒤 프랑스 토탈이 물러난 남 파스 가스전을 물려받아 수십억달러짜리 계약을 맺었지만 아자데간 유전과 같은 이유로 계약이 파기됐다. [email protected] 송경재 기자▶ 헉! 소리나는 스!토리 뉴스 [헉스]▶ '아는 척'하고 싶은 당신을 위한 [두유노우]▶ 날로먹고 구워먹는 금융이슈 [파인애플]※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