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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말년 제자 진항(陳亢)이 공자의 아들 백어(伯魚)에게 부러움 서린 말투로 물었다. “그대는 아버지가 스승이시니 우리와는 다른 특별한 가르침을 더 받겠지요?” 이에 백어는 “아니오. 다만, 언젠가 아버님께서 홀로 서계실 때 종종걸음으로 뜰을 가로질러 지나간 적이 있는데, 그때 아버님께서 다른 제자들이 없는 자리에서 잠깐 저에게 몇 가지 가르침을 주신 적이 있을 뿐입니다”는 투로 말했다. 여기서, 아버님 계신 뜰을 종종걸음으로 지나간다는 뜻의 ‘추이과정(趨而過庭)’이라는 사자성어가 탄생하여 ‘아버님을 문안하다’, ‘아버님의 가르침을 받다’라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줄여서 ‘추정(趨庭)’, ‘과정(過庭)’이라 한다 동산담보 . 진항의 지레짐작과 달리 백어는 아버지 공자로부터 다른 제자들 몰래 ‘특별과외’를 받은 게 없이 평소 추이과정(趨而過庭)의 예만 실천했던 것이다.



趨:(종종걸음으로)달릴 추, 庭:뜰 정. (아버님 거처 앞) 뜰은 종종걸음으로 공손히 가로질러 달려 지나가야. 33x69㎝. 롯데카드 자동차할부


얼마 전, 중앙일보에 “자녀 잘 되라는 대치동 교육…아이 아프고 부모도 괴롭다”라는 기사가 났었다. ‘특별교육’ 욕구의 문제점을 지적한 글이었다. 문득 ‘추정(趨庭)’과 함께 “애써 심은 꽃은 오히려 죽고, 무심히 꽂아둔 버드나무는 무성히 자라 그늘을 이룬다(着意種花花不活, 無心栽柳柳成陰)”라는 보금자리론대출조건 옛 시구가 떠오른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