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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개그 프로그램에서 처음 등장했던 말입니다. 1등이 돈도 명예도 모두 차지하는 현실을 직설적으로 꼬집어 유행어가 됐죠.
‘세상만車’에서도 종종 다뤘습니다. 자동차 세상에서 ‘넘버1’과 사실상 차이가 없지만 항상 2% 부족한 것처럼 멸시받는 ‘넘버2’의 설움과 아픔을 소개했습니다.
기아 쏘렌토와 현대차 싼타페, 현대차 그랜저와 기아 K8, 기아 K5와 현대차 쏘나타 등이죠.
이번호 ‘세상만車’ 주제는 넘버1도 넘버2도 아닌 ‘넘버3’입니다. 영화에서 “누가 넘버3래백경릴게임
” 하면서 화를 냈던 한석규 모습도 떠오르네요.


넘버2는 울고, 넘버3는 통곡?





‘탁구 요정’ 신유빈 [사진출처=연합뉴스/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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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만 기억하는 세상’을 대표했던 분야는 올림픽입니다. 한국 스포츠 위상이 높아지면서 금메달이 아니면 메달 취급도 못 받았습니다.

은메달이나 동메달을 딴 뒤 기뻐하는 다른 나라 선수들과 달리 한국 선수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실력은 거의 차이가 없는데 금CME
메달을 걸지 못하면 죄인처럼 여겨졌던 시절을 대변하는 모습이었죠.
세상 달라졌습니다. 지난해 열렸던 ‘2024 파리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들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금메달도 은메달도 아닌 동메달을 목에 걸었어도 ‘세계 최강’을 입증한 선수들보다 더 사랑받았고, 지금도 사랑받고 있습니다.
‘탁구 요정’ 신장하성펀드
유빈이 대표적입니다. 예전 같으면 “겨우” 소리를 듣거나 “그냥 애썼다”는 말로 그칠 동메달을 땄을 뿐이지만 성품, 열정, 노력, 선행 등을 인정받아 금메달리스트보다 더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넘버 1’ 경쟁을 벌이는 BWM와 벤츠 [사진출처=BMW, 벤츠/편집=최기성 매베이직하우스 주식
경 디지털뉴스룸 기자]



자동차 분야에서는 아직 ‘1등 지상주의’가 맹위를 떨치고 있습니다. 1등이 되면 더 비싸더라도 더 오래 기다리더라도 줄서서 삽니다.

그럼에도 2010년대 이후 1등 지상주의는 1등 못지않은 실력을 갖춘 2등이 서서히 무너뜨리면서 ‘1·2등 양자선택’ 분위기를 형성했죠. 이제는 더 나아가 넘버3도 대접받는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BMW와 벤츠가 주도하는 수입차 시장에서는 아우디가 ‘1·2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을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아우디의 목표는 1등이 아닙니다. 아우디 입장에서는 서운할 수 있지만 1등이 되기도 어렵습니다. 현 상황에서는 2등도 쉽지 않습니다.
현실적인 목표는 ‘동메달’입니다. 신유빈처럼 넘버 1·2보다 오히려 더 주목받는 ‘넘버3’ 자리를 노립니다. 2010년대처럼 ‘독일 삼총사’ 위상을 되찾는 게 목표입니다.


‘잃어버린 10년’, 아우디 다시 웃을까





아우디 Q4 e트론 [사진출처=아우디]



아우디는 지난해까지 ‘잃어버린 10년’ 설움을 겪었습니다. 지난해 판매량은 9304대에 그쳤습니다. 전년보다 47.9% 줄었죠.

BMW는 전년보다 4.7% 감소한 7만3754대, 벤츠는 13.4% 줄어든 6만6400대를 판매했습니다.
수입차 브랜드 판매 순위(테슬라 제외)도 2023년 3위에서 지난해에는 6위로 밀려났죠.
넘버3 자리를 볼보에 넘겨준 것은 물론 렉서스와 토요타에도 졌습니다. 벤츠·BMW와 함께 ‘독일 삼총사’로 불렸고, 판매 감소에도 ‘1만대 클럽’ 자격만큼은 지켰던 아우디 입장에서는 굴욕입니다.



아우디 Q6 e트론 [사진촬영=최기성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



올해는 달라졌습니다. 6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통계에 따르면 아우디는 올해 1~10월 총 8858대 판매했습니다.

한달 평균 900대 가량 판매한 점을 감안하면 올해에는 ‘1만대 클럽’에 다시 가입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입차 브랜드 판매 순위는 5위로 지난해보다 한 단계 올라섰습니다.
1등인 BMW는 5만7838대, 2등인 벤츠는 4만8283대를 각각 팔았습니다. 판매대수로는 아우디가 BMW·벤츠 상대가 아닙니다.
하지만 판매증가세를 살펴보면 아우디의 부활이 돋보입니다. 아우디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판매대수가 35.7% 늘었습니다. BMW는 6.2%, 벤츠는 0.5% 각각 증가했죠.
전년동월 판매대수와 비교하면 아우디의 성과는 더욱 두드러집니다. 아우디는 43.3% 증가한 반면 BMW는 6.7%, 벤츠는 17.6% 각각 감소했습니다.


한국인에게 잘했더니, 역시





아우디 A6 e트론과 벤츠 EQE [사진출처=아우디, 벤츠/ 편집=최기성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



아우디의 부활 비결은 한국인에게 다시 잘 보이기 위해 감행한 ‘역대급 공세’에 있습니다.

아우디는 지난 1월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신년 미디어 라운드 테이블에서 올해를 ‘혁신과 재도약의 해’로 삼아 브랜드 입지와 고객 서비스 강화에 나선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위해 16종에 달하는 신차를 내놓고 전시장과 서비스센터 확장에 나서겠다고 강조했죠.
당시 스티브 클로티 아우디코리아 사장은 “올해에는 한국 진출 이후 가장 많은 신차를 선보일 예정”이라며 “쇼룸은 33개에서 35개로, 서비스센터는 32개에서 37개로 늘리고 24시간 비대면 서비스센터 도입도 검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역대급 공세는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올해 선보인 더뉴 아우디 Q6 e트론, 더뉴 아우디 A5, 더뉴 아우디 Q5, 더뉴 아우디 A6 e트론이 제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이 중 테슬라 모델Y 경쟁차종인 더뉴 아우디 Q4 e트론, 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를 대체할 아우디 A6가 인기를 끌었습니다.
올해 3분기(1~9월) 동안 아우디 Q4 e트론은 2967대 팔렸습니다. 아우디 부활을 책임졌죠. 그 다음으로 많이 판매된 차종은 아우디 A6입니다. 판매대수는 1083대입니다.



아우디 서비스센터 [사진출처=아우디]



아우디는 한국 소비자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서비스도 한층 강화했습니다.

지난해까지 지속가능 네트워크를 위한 최적화 작업, 시티몰 콘셉트의 판매 네트워크 확대, 고객 맞춤형 서비스 강화 등에 주력한 결실이 드디어 맺기 시작한 셈입니다.
아우디는 단순한 차량 판매를 넘어 차량 이용 전 과정에서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만족도를 브랜드 가치의 핵심으로 내세웠습니다.
지역 밀착형 인프라 구축과 맞춤형 고객 서비스는 아우디가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신뢰를 쌓는 핵심 전략 중 하나입니다.
아우디는 급증하는 전동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전국 주요 거점에 전기차 수리센터와 고전압 배터리 정비센터를 운영 중입니다.
또 전기차 전문 인력 인증 제도를 통해 서비스 품질을 더 높였습니다. 전국에 900여명의 인증 테크니션이 전담 정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죠.
디지털 기반 고객 커뮤니케이션도 고도화하고 있습니다. ‘서비스 리마인더’, ‘리페어 프로그레스 업데이트’, ‘아우디 AI 챗봇’, ‘다이렉트 콜 서비스’ 등으로 고객 편의성을 높였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벤츠·BMW처럼 비수도권 공략에도 적극 나섰습니다. 현재 공들이고 있는 지역은 수도권 다음으로 수입차 시장 규모가 큰 부울경(부산·울산·경남)입니다.
진주, 창원, 울산, 부산 등 주요 거점 지역을 중심으로 전시장과 서비스센터를 새롭게 열거나 재단장했습니다. 고객 접점 확대와 서비스 품질 강화를 위한 인프라 확장에 나선 셈입니다.
전시장, 서비스센터, 부품보관 공간을 통합한 3S(Sales, Service, Spare Parts) 개념의 원스톱 거점도 마련했습니다.
통합 운영은 서비스의 일관성을 높이고 고객 접점을 단일화해 지역 고객들에게 고품질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아우디 A6 e트론 [사진출처=아우디]



BMW 벤츠와 마찬가지로 독기(獨技)로 무장한 아우디에 10년간의 굴욕은 쓴 약이 됐습니다. 독기를 품고 이제는 독기(毒氣)까지 발산하고 있습니다.

아우디는 올해를 시작으로 독일차 톱3에서 수입차 톱3로 도약하는 게 목표입니다. 물론 넘버3에서 벗어나 “1·2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소리를 듣는 게 그 다음 목표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