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지역에서 주행 중인 차량에 곰이 달려들고 있는 모습./엑스(옛 트위터)
(서울=뉴스1) 김학진 기자 = 일본에서 곰의 출몰이 급증하면서 전국적으로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홋카이도에서는 주행 중인 차량에 곰이 돌진하는 영상이 공개됐고, 혼슈 북부 도호쿠 지방에서도 연이어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8일 일본 매체 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환경성 분석 결과 올해 4월 이후 곰 습격으로 일본에서 최소 13명이 사망했으며, 이는 통계 집계 이래 최다 기록이다. 4월부터 9월까지의 곰 출몰 신고는 2만 792건으로, 반년만에 이미
지난해 희생자 수를 넘어섰다.
홋카이도 수나가와에 갇힌 우리에서 불곰. 출처=재팬타임즈. REUTERS
지난 6일 피해가 확산되자 홋카이도와 도호쿠 각 지자체 긴급회의를 개최해 중앙정부에 피해 확산에 따른 재정 지
원을 요청했다.
현재 지역 피해자가 발생한 지역에는 자위대가 투입돼 덫 설치와 함께 곰이 출몰하는 인근 지역에 소총을 사용해 퇴치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
흉악범 제압만 사용되던 소총 사용 범위를 곰 사살에 사용할 수 있도록 확장시켰다.
하지만 자위대가 직접 곰을 사살하거나 사냥하는 것은 법적
으로도 현실적으로도 어렵다. 일본 법상 자위대의 무기 사용은 국가 방위나 재해 대응에 국한돼 있으며 야생동물 포획 목적의 무기 사용은 불가능하다.
또한 자위대는 전투 임무와 관련된 총기 사용에 익숙하기 때문에 산악지형에서 곰을 추적하고 사살하는 전문 사냥 기술과는 거리가 멀다.
홋카이도 삿포로지구 불곰 방위대 타마키 야스
오 씨는 자위대가 투입돼도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자위대가 투입된다고 곰을 전부 포획한다거나, 관리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해선 안 된다. 장비와 훈련 체계가 곰 사냥에 적합하지 않다. 자위대가 사용하는 5.56mm 소총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근거리 전투용이라 곰의 두꺼운 피부와 근육을
즉시 관통하기 어렵다"며 "곰 사냥꾼들이 실전용으로 사용하는 엽총은 7.62mm 탄환을 써서 곰 포획 시 확실한 효과를 보여주지만 이를 자위대원들이 다룰 경우 평소에 접해 보지 못한 총기이기 때문에 정확한 사격을 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총기로 곰을 맞춘다고 하더라도 살상은 불가능하며 실수로 곰을 맞혔을 경우 부상을 당한 곰은 흥분 상태로 민가로 도주해 사람을 공격할 위험성만 높일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타마키 씨는 "곰 사냥은 단순한 사격 실력뿐 아니라 지형과 생태를 이해해야 가능한 일"이라며 "곰은 숲의 지형과 먹이 분포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이에 익숙한 현지 사냥꾼처럼 곰을 포획하고자 한다면 최소 3년 이상의 훈련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간인들의 안전을 위해 자위대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은 직접 사냥에 나서는 것이 아닌 함정 설치나 포획된 곰 운반 같은 후방 지원 역할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게 훨씬 효율적이다"라고 밝혔다.
현재 자위대는 방탄조끼와 방패, 곰 퇴치용 스프레이, 길이 165cm의 봉 등을 갖추고 지원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아키타현과 이와테현에는 경찰 인력이 추가 파견돼 곰 출몰 지역 순찰을 강화하고 있으며, 일부 택배회사는 배달원들에게 곰 퇴치용 스프레이를 지급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현재 일본에서 곰 피해가 급속히 확산되는 이유는 먹이 부족 때문이다.
올해 곰의 주요 먹이인 '너도밤나무 열매'가 대흉작을 겪으면서, 산속 곰들이 먹이를 찾아 마을로 내려오는 사례가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생태계의 불균형이 '곰 습격'의 근본 원인이라면 단순히 곰을 쫓거나 사살하는 대응만으로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장기적인 서식지 관리와 지역 사냥꾼·주민 간 협력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중의원 답변에서 주민의 생명과 안전이 걸린 문제인 만큼 속도감 있게 필요한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일본경제신문은 "현재 상황은 사실상 '재해 수준'으로, 단순한 사살 정책보다 생태계 회복과 인프라 정비가 병행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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