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 외교부 장관./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이재명 정부가 173개 재외공관장(대사관·대표부·총영사관) 중 30~40%가량을 직업외교관이 아닌 '특임'을 임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10일 알려졌다. 4개월가량 이어진 공관장 공백 사태가 빠르게 해결되지 않는 이유가 특임공관장 인선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오는데, 업무 공백이 장기화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뉴스1의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재외공관 중 공관장이 부재한 곳은 총 40곳으로, 올 연말 정년퇴직 인사의 수를 감안 한다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외교부는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 6월 윤석열 정부가 임명한 모든 특임공관장에게 '2주 내 이임'을 명령했고, 7월 중순인 각국 주재 공관장들의 재신임을 묻기 위해 사직서를 받았다. 일부 자동 면직된 공관장과 정년퇴직 등으로 이날 기준 총 40개 자리가 비어있는 상황이다.
정 부는 173개 재외공관장 중 50~70개 자리에 특임공관장 임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정부 때 특임공관장이 30~40명 정도였던 것에 비해 1.7~8배가량 많은 자리에 특임공관장 임명을 추진 중인 셈이다.
대통령실과 외교부는 에너지·안보 등 글로벌 복합 위기 속에서 전통적인 외교 활동 외에 분야별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두 루 등용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국력 상승을 위해 경제·문화 전문가의 비중을 늘린다는 계획도 세운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9월 초 미국 조지아주의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구금 사태 때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랜타총영사직이 비어 있어 주워싱턴D.C총영사가 대신 투입되고, 캄보디아 내 범죄 조직의 한국인 대상 온라인 스캠 사건 때도 주캄보디아대사직이 공석인 탓에 '기민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외교가에서는 적재적소에 최선의 인사를 임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체 재외공관장 중 25%에 가까운 40개의 재외공관장 자리가 빈 상황이 장기화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일부 자리에는 직업외교관을 빠르게 투입해 업무 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측면에서다.



외교부 전경./뉴스1 DB


사실상 대통령이 직접 낙점하는 특임공관장의 경우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인사라는 점에서 상대국에 메시지 전달력이 높아지고, 인선 자체로도 상대국과의 관계 개선 및 강화가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특정 사안에 대한 협력이 중요해진 국가에는 직업외교관이 아닌 해당 분야 전문가를 유연하게 배치할 수 있다는 점도 특임공관장 제도의 이점이다.
이런 맥락에서 과거 정부도 '4강국'인 미국·중국·일본·러시아를 비롯해 주요국에 특임공관장을 자주 임명해 왔다. 이재명 정부도 4강국과 주유엔대사 등 주요 보직에 특임공관장을 임명했다.
그러나 때론 특임공관장 임명이 '보은 인사' 논란을 낳기도 한다. 전문성이 부족한 것으로 판단되는 이력을 가진 '대통령 측근' 인사가 배치되는 경우 때문이다.
지난 9월 주유엔대사에 임명된 변호사 출신의 차지훈 대사는 이 대통령과 사법시험(28회)·사법연수원(18기) 동기다.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였던 2020년엔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의 변호인단에 참가해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을 끌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차 대사는 외교 관련 업무 이력이 전무해 '낙하산 인사', '보은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외교부는 차 대사가 "국제 인권 관련 민간 단체에서 활동한 경험 등을 바탕으로 한 다른 시각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해명했는데, 외교부에서 '다른 시각'을 언급했다는 것 자체가 외교관으로서의 능력에 의구심이 제기되는 대목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런 기류 속에서 외교부 내에선 해외 근무를 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한 인사 대상자들이 정권의 관심을 받지 않는 대신 '험지'에 해당하는 공관으로 '하향 지원'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주요 보직에 배치될 특임공관장 후보자와의 경쟁을 피하고 험지 수당을 챙기는 게 낫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부는 이달 중 대대적인 공관장 인사를 단행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내에서는 최근 인사와 관련해 특히 함구하라는 비공식 지시가 내려간 것으로 전해졌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직접 '자가발전(인사 대상자가 자신에게 유리한 소문을 내는 것) 하지 말라'고 지시하는 등 인사 관련 소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mail protected]<용어설명>■ 특임공관장특임공관장은 대통령이 필요한 경우 직업 외교관 출신이 아닌 인사 중 특별히 임명하는 공관장을 의미한다. 외교부는 대통령이 내정한 공관장에 대해 자격 심사만을 진행한다. 다만 대선 캠프 출신 인사나 대통령 측근이 대거 기용되는 일이 잦아 '적합성' 논란이 발생하기도 한다.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