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 받은 지구의 역습 일상화- 냉·난방기 의존 현대인 외면- 낙동강 하구 난개발로 신음- 을숙도 생태복원 교훈 얻어
- 개별 종 일일이 보호엔 한계- 효과 입증된 유산구역 지켜야
“이건 실시간으로 일어나고 있는 기후 붕괴(Climate breakdown)입니다. 더는 지체할 시간이 없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UN) 사무총장이 지난해 12월 세계기상기구(WMO)를 통해 낸 경고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그는 지난달 “인류는 지구 온난화를 1.5℃ 이내로 제한하는 데 실패했다”며 “인류가 목표를 이루지 못해 세계에 초래할 파괴적 결과는 이제 불가피하다”고 밝
게임릴사이트 혔다.
낙동강 하구의 석양 모습이다. 낙동강 하구는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시시각각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낙동강 하구를 지키는 것부터 해야 한다. 이원준 기자
[email protected]릴게임바다이야기 ▮낙동강 하구의 경고
전 지구가 걷잡을 수 없이 뜨거워지고 있다. 이처럼 심각한 현실은 사계절 내내 냉·난방기를 틀며 생활하는 현대인에게 쉽게 잊히곤 한다. 때로는 자신과 무관한 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변화는 우리 곁에서 분명히 일어나고 있다. 바로 부산 시민의 휴식처인 낙동강 하구에서다.
바다이야기예시 낙동강 하구가 갈수록 더워지고 있다. 부산연구원에 따르면 낙동강 하구(북·강서·사상·사하구)의 최근 28년(1997~2024년) 치 연평균 기온을 비교한 결과 후기 10년(2015~2024년)이 15.2℃로 전기 10년(1997~2006년) 14.5℃보다 0.7℃ 올랐다. 연중 가장 춥고 더운 1, 8월을 기준으로 하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바다신게임 하구의 후기 10년간 1월 평균기온은 2.9℃로, 전기 10년간 2.0℃에 견줘 무려 0.9℃ 상승했다. 8월 평균기온 역시 후기 10년(27.2℃)이 전기 10년(26.3℃)보다 0.9℃ 올랐다. 이른바 ‘0.9℃의 경고’다.
▮무너지는 하구 생태계
낙동강 하구 곳곳에는 기후변화에 따른 위기 징후가 감지된다.
바다이야기게임2낙동강 하구의 대표 여름 철새인 쇠제비갈매기는 고수온으로 먹잇감이 급감했기 때문에 개체수가 급감했다. 국제신문이 지난 4~6월 낙동강하구에코센터와 함께 쇠제비갈매기 서식지인 하구 연안사주(모래 섬) 도요등과 신자도를 조사한 결과 겨우 11마리만 발견했다. 2009년 조사에서 7135마리를 발견한 것과 비교하면 천지 차이다.
2022년 11월에는 겨울 철새가 늦게 낙동강 하구를 찾는 ‘단체 지각’ 사태가 발생했다. 부산연구원은 겨울철 기온 상승이 낙동강 하구의 환경을 바꿔 철새 도래 시기를 늦췄다고 분석한다. 2022년 11월 낙동강 하구 평균기온은 13.1℃로, 지난 26년(1997~2022년)간 평균(10.7℃)보다 무려 2.4℃ 높았다. 심지어 기후 위기로 기상 이변이 잦아지면서 겨울 철새 도래 시기도 점점 예측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한다.
낙동강 하구 토착종을 내쫓고 ‘유해종’이 자리를 차지하는 일도 늘었다. 연안사주인 대마등은 ‘유해 야생동물’인 민물가마우지 개체수가 폭증하는 바람에 몸살을 앓고 있다. 세계자연보호연맹(IUCN)이 ‘100대 유해 생물’로 지정한 유리알락하늘소는 지난 7년 전부터 매년 여름마다 창궐해 하구 생태공원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버드나무를 갉아 먹어 죽인다.
▮기후 재난 ‘최후 저지선’
생태 전문가들은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서식지 보호와 확대가 최선이라고 입 모아 말한다. 궁극적인 목표인 생물 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가장 강력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건강한 몸이 바이러스를 이겨내듯, 기후변화에 맞서려면 ‘고품질 자연’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원광대 안병철(산림조경학과) 교수는 “기후변화는 생물 다양성에 치명타를 입히지만, 개별 종을 일일이 보호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유일하게 효과가 입증된 방법은 서식지 면적을 늘리는 것이다”고 밝혔다.
안타깝게도 낙동강 하구는 그간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주거 단지와 산업단지 개발로 드넓은 하구 갯벌이 사라졌다. 정부가 1966년 낙동강 하구 일원을 국가유산구역(천연기념물)으로 지정했을 때 면적은 231.9㎢. 축구장 3만2470여 개와 맞먹을 정도로 광활했다. 그러나 이후 각종 개발에 따라 12차례에 걸쳐 일부 구역이 해제됐다. 2010년 측정 오류를 정정하기도 했다. 결국 지금 남은 낙동강 하구 국가유산구역 면적은 87.28㎢로 62%나 줄었다. 가덕도신공항, 낙동강 횡단 교량 등 낙동강 하구 개발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시행착오와 희망
갯벌 매립과 녹지 훼손에 따른 지난 30년간 생태 복원 사업은 ‘시행착오의 역사’였다. 1990년대 초기 사업은 자연 손실을 인공·대체 서식지로 상쇄한다는 ‘손실 최소화(No net loss)’ 기조로 접근했다. 그러나 이론과 현장은 달랐다. 기존 갯벌 위에 흙을 들이부어 만든 인공 습지는 그 속에 숨겨진 날카로운 돌 조각 때문에 철새들의 발을 찢었다. 습지와 수로는 퇴적물이 쌓이고 갈대가 자라는 ‘땅’으로 변했다. 이후 2000년대 후반 초기 사업의 오류를 바로잡는 개선 사업을 통해 오늘날의 모습을 갖췄다.
을숙도는 쓰레기장과 분뇨 더미에서 싹 튼 희망이다. 1997년부터 2023년까지 꾸준한 생태 복원으로 안정적인 서식 환경을 조성했다. 2007년부터 을숙도 생태복원에 힘쓴 낙동강하구에코센터의 역할이 컸다.
을숙도는 지난 5월 세계 4대 환경상 가운데 하나로 ‘환경 분야 오스카상’이라고 불리는 ‘그린 월드 어워즈’에서 금상을 차지했다. 최근에는 사라졌던 좀매자기(새섬매자기)가 다시 습지 곳곳에서 자라는 기쁜 소식도 있었다.
그럼에도 생태 복원 26년의 역사는 ‘인공 생태계는 끊임없이 비용을 들여 유지·개선하지 않으면 황폐해진다’는 엄중한 교훈을 남겼다. 서진원 낙동강하구에코센터장은 “지난 26년간 간단없는 노력 끝에 생태복원의 모범 사례를 만들었다”며 “앞으로도 기후 위기에 대응해 하구 생태계와 생물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인터랙티브 페이지 ‘낙동강 하구 0.9℃의 경고’(little-tern.kookje.co.kr)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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