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밥퍼나눔운동본부에서 다일공동체 관계자들이 동대문구와의 행정소송에서 최종 승소한 소식을 알리고 있다. 노유지 기자
“여러분, 앞으로 ‘밥퍼’가 사라질까 염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감사한 마음을 담아 손뼉 크게 치겠습니다!”
19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밥퍼나눔운동본부. 갓 지은 밥과 반찬 냄새로 가득 찬 건물 내부에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밥퍼나눔운동본부(이하 밥퍼)를 이끄는 다일공동체가 동대문구와의 행정소송에서 최종 승소한 지 하루 만이다. 다일공동체 이사장인
릴짱 최일도 목사는 식사에 앞서 연신 감사 인사를 전했다. 본격적인 급식 배부를 위해 이동하는 도중에도 “고생했다” “너무 기쁘다”며 최 목사와 포옹하는 어르신들이 있었다.
서울고등법원 제9-2행정부는 전날 시정명령처분취소(2024누74801) 소송에서 동대문구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앞서 구는 지난 2022년 다일공동체가 건물을 무단 증축했
야마토릴게임 다며 철거 시정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다일공동체가 따르지 않자 이행강제금 2억8328만4500원을 부과했다. 지난해 관련 행정소송에서 다일공동체가 승소했으나, 구의 항소로 2심이 진행되며 법정 공방은 3년여간 이어지게 됐다.
19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밥퍼나눔운동본부
릴게임신천지 앞에서 시민들이 무료 급식을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노유지 기자
재판이 이뤄지는 동안 마음을 졸인 건 다일공동체와 그 관계자들만이 아니었다. 밥퍼 앞에 줄을 서 있던 윤모(84)씨는 “승소 소식을 듣고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며 “병으로 손과 다리를 제대로 못 쓰게 되
바다이야기게임장 면서 음식 하기도 어려워졌는데, 여기 덕분에 꾸준히 밥을 먹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윤씨 뒤로는 약 10명의 시민이 무료 급식을 위해 줄지어 대기하고 있었다.
오늘의 점심 식단은 흰 쌀밥과 육개장, 두부조림, 파래무침, 김치. 오전 7~8시에 배식하는 아침 식사는 소화 부담이 덜한 누룽지·떡국 등으로 구성한다. 일
릴게임5만 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두 끼씩 준비되는 무료 급식은 평일에만 약 400~500명의 배를 채워주는 중이다. 만석을 이룬 급식소 안에서 식사를 기다리던 A(83)씨는 “몇 달도 아니고 몇 년을 오고 있다”며 “친구 할머니 2명과 매일 여기서 점심을 먹는데 맛있고 참 좋다”고 말했다.
19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밥퍼나눔운동본부에서 점심 식사를 배식받은 한 어르신이 쌀밥을 추가하고 있다. 노유지 기자
현재 급식소는 130여 명을 한 번에 수용할 수 있다. 2021년 증축을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밥퍼 건물 안으로 들일 수 있는 최대 인원은 60명 정도에 불과했다. 다일공동체 관계자는 “강제 철거 명령이 내려지고 증축 공사가 그대로 중단됐다”며 “당초 계획이었던 화장실·엘리베이터 설치 또한 지난 3년간 모두 가로막혔다”고 설명했다.
법정 공방이 이어지는 동안 서울시가 중재 개입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그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기부채납 등 일찍이 합의 과정을 거쳤는데도 막상 소송에 대해선 나 몰라라 하더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실제 다일공동체는 지난 2022년 기부채납 방식을 통해 건물 증축을 합법화하기로 시와 합의한 바 있다.
최 목사는 이날 쿠키뉴스와 만나 “이번 판결 이후 구청이 상고할 수 있겠지만, 대법원에 간다고 해도 결과는 뒤집히지 않을 것”이라며 “1심 판결문만 읽어 봐도 판사님들이 구청을 책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날의 승소는 소외계층을 배려하는 마음과 그들에 대한 존중이 가져온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밥퍼는 봉사자들이 함께하는 한 평생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일공동체 이사장인 최일도 목사가 19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밥퍼나눔운동본부에서 항소심 판결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노유지 기자
다일공동체에 따르면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 변호인단 7명이 3년여간 무료 변론을 맡았다. 밥퍼에서 11년째 자원봉사를 해 온 최모(42)씨는 “회사에서 매년 겨울 밥퍼를 찾아 재료를 다듬는 등 봉사를 하고 있다”며 “구청과 갈등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지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승소했다는 얘기를 들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씨는 답변하는 중에도 책상 위로 산처럼 쌓인 10원짜리 동전을 정리하느라 바빠 보였다. 그는 이를 두고 “어르신들이 주신 밥값”이라며 “무료 급식인데도 차마 그냥은 먹을 수 없다는 생각에 10원이라도 주시는 분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밥퍼는 청량리 일대에서 38년간 노숙인을 비롯한 어르신의 점심을 무료로 제공해 왔다. 이날 식사를 마친 채모(76)씨는 경기도 부천 상동에서 왔다며 “여기가 계속 운영된다니 너무 잘됐다”고 말했다. “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오는 내내 운동도 되고 즐거워요.” 채씨의 배부른 미소가 밥퍼의 존재 이유를 말해주는 듯했다.
노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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