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이 밝아오는 시애틀의 스페이스 니들과 멀리 보이는 레이니어산
“당신은 미래에 오셨습니다.”
미국 북서부 중심도시 시애틀의 랜드마크는 63년 전에 도심 한복판에 184m 높이로 세워진 스페이스 니들이다.
1957년 첫 인공위성이 발사 후 전 세계는 첨단 항공 우주 시대의 기대감에 부푼다. 시애틀의 사업가인 독일 출신의 에디 칼슨 역시 시대의 변화를 예감하고 미래지향적인 도시의 상징물을 구상한다. 그리고 그 꿈을 스케치북에 그렸다.
시의회는 1961년 초 미래도시를 꿈꾸던 그의 구상을 위한 예산을 허락했고, 1962년 3월 24일 ‘우주시대 에펠탑’이라는 별명을 붙인 스페이스 니들이 일반에 공개됐
실내의장 다. 시애틀시(市)는 “미래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는 문구로 내·외국인을 맞았다. 스페이스는 우주, 니들은 바늘인데, 바늘은 우주와 접촉 포인트가 된다.
칼슨의 상상→의회의 승인→그랜드 오픈 과정은 좋은 벤처기업의 과업 실행처럼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이 같은 분위기는 보잉 본사가 1916년부터 시애틀에 터를 잡고 꿈을 현실로 이뤄오면서
대구신용보증재단 ‘창의적 개척과 추진’이라는 도시 문화에 영향을 미쳤던 점도 작용했다.
시애틀시는 당시 “시애틀은 지구 중력의 중심”이라는 흥미로운 선언을 했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구글, 스타벅스, 익스피디아, 코스트코 본사 등 첨단·신개념 기업과 꿈꾸는 청년들, 지구촌 관광객들을 이 도시로 끌어모으는 고리가 된다.
개인채무 레이니어산
스페이스 니들이 잘 보이는 케리 공원
스페이스 니들이 가장 잘 보이는 곳은 케리 공원 전망대와 시애틀 근해를 도는 ‘아고시 크루즈’ 갑판이다.
지난 13일 인천-시애틀 노선에 첫 취항한
1000만원대출상담 하와이안항공 여객기를 타고 온 한국인 여행객 상당수는 현지시간 오후 4시쯤 숙소에 도착, 케리 공원부터 찾았다.
그날 가장 눈에 띄었던 풍경은 새 신부와 친한 친구들이 이곳에서 하는 ‘브라이덜 샤워’였다. 친구들이 신부의 도착을 큰 목소리로 알리며 축하를 유도했고, 다양한 포즈로 결혼 전 추억 남기기 촬영을 했다. 관광객들도 흥미로운 표정
기업파산 으로 축하 인사를 건넨다. 스페이스 니들이 잘 보이는 ‘전망 맛집’ 케리 공원은 어느덧 글로벌 여행자가 현지인들의 경사까지 축하해주는 장소가 되었다.
스페이스니들은 현빈·탕웨이 주연의 ‘만추’, 멕 라이언의 운명적 만남을 그린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등 많은 영화에 등장했다.
탑 위에 오르면 시애틀의 마천루, 겹겹의 자연 방파제 지형을 가진 시애틀만과 항구, 보잉 첫 비행기가 만들어진 유니온 호수변, 워싱턴 호수, 다양한 문화예술 공간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맑은 날에는 레이니어 국립공원, 미국-캐나다 접경지의 캐스케이드 산맥도 조망할 수 있다. 이곳에서 가상현실 번지점프, ‘상공 파티’ 풍경을 연출하는 오큘러스 셀카 체험도 하고, 비행접시 모양의 루프 라운지의 ‘타워 푸드’를 즐기며, 애트모스 카페·애트모스 와인점의 미국 북서부 커피와 와인을 음미할 수 있다.
시애틀 뮤지엄 오브 팝컬쳐(MOPOP)에서 미래 팝으로 꼽힌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케데헌’·BTS를 즐길 수 있는 모팝
시애틀의 미술·음악·공연·쇼핑의 거점은 이 탑에서 걸어서 10분 이내에 모여있다. 스페이스 니들 바로 옆 ‘치훌리 가든 앤 글래스’에서 유리공예 대가인 데일 치훌리의 매혹적인 예술품을 만날 수 있다.
속이 빈 쇠막대기 끝에 유리액을 바른 뒤 불어서 형태를 만든 다음 구상했던 모양과 색감을 신속하게 빚어내는 시애틀식 유리공예는 고난도인데도 아름다운 색감의 다양한 모양을 구현했다. 꽃, 바다생물, 동양적 느낌의 작품을 테마별로 전시하고 있다. 특히 길이 10m가량의 작품 ‘정원’은 많은 관람객의 감탄을 자아냈다. 야외에는 길죽하거나 둥근 모양의 작품들이 자연 식물과 조화를 이루도록 배치돼 있다. 시애틀식 창의성은 한쪽으론 첨단기술을, 다른 한쪽으론 문화예술을 꽃피우고 있었다.
이곳에서 5분만 걸으면, 미국 팝문화 뮤지엄 중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모팝(MOPOP)을 만날 수 있다. 시애틀이 첨단기술 도시 이전에 록 음악의 거점이었다는 사실을 이곳에서 확인한다. 자주색과 베이지색으로 굴곡 있게 지은 건축가 프랭크 게리의 건축물 자체가 이미 예술이다.
이곳에는 1990년대 록 음악을 이끌었던 너바나, 펄잼, 앨리스인체인스, 사운드가든 등의 발자취들이 고스란히 구현돼 감동을 준다. 1층의 절반을 차지하는 대형홀에는 3층 공동주택만한 스크린을 통해 시애틀 록 음악 영상이 계속 흘러나오고, 홀 뒤편에는 시애틀 예술가들이 썼던 일렉트릭 기타 수백개가 거대한 탑을 형성하고 있다.
‘팝의 미래’라는 방에서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주인공에 올랐고, ‘특별한 팬덤’방에서는 노래 ‘다이너마이트’ 노래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대표 케이스로 뽑혔다.
1971년 오픈한 스타벅스 1호점의 오전 6시 ‘오픈런.’ 스타벅스를 통해 시애틀은 현재 미국 ‘커피 수도’가 됐다.
스타벅스 1호점, 새벽 6시 되면 ‘오픈런’
탑-공예-팝-어린이박물관-쇼핑센터로 이어지는 브로드·5번가 일대는 공연을 앞둔 특수 분장 배우들이 호객하는 모습조차 문화예술 거리의 한 작품처럼 느껴진다. 그들은 유리공예 대형 해바라기 아래에서 한국인 탐방객을 위해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모팝 옆 ‘시애틀 센터’ 모노레일에 탑승하면, 3분 만에 시내 웨스트레이크 센터에 도착한다. 여기서 5분만 더 걸으면 스타벅스 1호점과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을 만난다.
118년 역사의 해안가 전통시장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의 붉은 간판에서 서쪽으로 70~80m가량 떨어진 곳에 54년 역사의 스타벅스 1호점이 있다. 시장 개장보다 3시간 이른 오전 6시에 문을 열기에 이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거리의 아침은 스타벅스의 오픈런으로 시작된다.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은 생선 던지기 세리머니로 시작된다.
손님들은 개장과 함께 커피 주문보다는 인증샷을 찍고 매대 입구 황금색 1호점 표식부터 촬영한다. 커피잔에 손님의 이름을 인쇄해 붙여주자, 손님은 감격 어린 표정으로 커피를 한 손에 쥔 채 텀블러 등 스타벅스 1호점 굿즈들을 앞다퉈 구매한다. 저녁에 가면 길었던 대기줄이 짧아지지만 굿즈는 거의 동난다.
시애틀 스타벅스 1호점을 나갈 때 보이는 출입문 위 돼지 조형물은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의 상징으로, “돼지저금통 꽉 채워 부자되자”는 뜻이라고 시드니 마르티네즈 시애틀관광청 매니저는 설명했다.
고든 보우커, 제리볼드위, 지브 시글 등 창업자들은 1971년 이곳을 개업하면서 상호는 소설 ‘백경’에 나오는 고래잡이배 일등항해사 이름 ‘스타벅(Starbuck)’에서 따왔고, 상징 문양은 바닷가 사람들답게 ‘인어’로 정했다. 타지 대학에서 배운 것을 적용해 내 자란 곳에서 고래 한번 잡아보자는 의지를 담았고, 꿈은 이뤄졌다. 1987년 스타벅스를 인수한 하워드 슐츠 회장은 “사랑으로 동행하겠다”는 글을 1호점 매장 벽에 적었다.
시애틀 ‘치훌리 가든 앤 글래스’에 있는 유리공예 작품 ‘정원’
대전과 자매결연…시내 한복판엔 대전 공원
첨단 기업들의 ‘시애틀 러시’로 커피 수요가 많아, 시애틀은 미국의 ‘커피 수도’로 불린다. 시애틀 사람들은 가을·겨울을 ‘커피 즐기기 좋은 계절’이라고 부른다. 시애틀의 커피 붐은 스타벅스 1호점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에서는 개장과 함께 벌어지는 생선 던지고 받기 세리머니, 미국 북서부의 농산물과 와인을 구경한다. 특히 신선한것 만 제공하는 곳이란 뜻으로 그려놓은 ‘프레시 프로듀스’ 대형 벽화, 올해 113년 된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 점포 ‘쓰리 시스터즈 베이커리’, 극장 내 츄잉껌 금지 조치 후 입장 대기 골목에 만들어진 껌벽, 해안 전망 쉼터를 빼놓을 수 없다.
새로 취항한 하와이안항공을 타고 시애틀 타코마국제공항으로 내릴 무렵 멀리 보이는 레이니어 국립공원과 도심에서 멀지 않은 82m 높이의 스노컬미 폭포를 비롯한 자연 생태, 레이니어 산맥 증기열차 탑승, 자매결연 도시 이름을 딴 대전 공원, 인구 15만명의 워싱턴주 주도 올림피아시의 고즈넉한 풍경 산책 등도 시애틀의 주요 여행지들이다.
시애틀=함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