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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단순히 선수들만 뛰는 체전이 아니고 시민이 함께하는 체전, 그리고 우리 부산에서 하기 때문에 남다르고 특색 있는, 남들이 흉내 낼 수 없는 ‘부산만의 체전’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지난달 30일 제45회 전국장애인체전 부산선수단 결단식에서 박형준 부산시장이 남긴 이 말은 겉치레가 아니었다. 25년 만에 부산에서 다시 열리는 전국체전과 장애인체전이 기록적인 규모로 치러지며, 두 대회가 대한민국 국민은행 계산기 스포츠 저변을 넓히고 부산을 국제 스포츠 거버넌스 무대로 끌어올릴 분수령이 되기 때문이다. 부산은 이 연쇄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뒤 올해 12월 아시아 최초로 세계도핑방지기구(WADA) 총회를 열어 ‘공정 스포츠’의 규범을 생산하는 도시로 자리매김한다.
이처럼 부산이 스포츠를 통해 글로벌 허브 도시로 도약할 역사적 무대의 막은 이달 캐피탈 17일 개막하는 제106회 전국체전이 연다. 전국 17개 시도가 참가해 48개 정식·2개 시범 종목을 치르는 국내 최대 대회이며, 이어 31일부터 제45회 전국장애인체전이 열린다. 전국체전에는 시도선수단 2만8791명, 재외한인체육단체 선수단 18개국 규모 1508명이, 장애인체전에는 시도선수단 9724명이 참여하며, 부산 선수단 2587명은 사격·요트· 북한 응원단 세팍타크로·펜싱 등에서 정상에 도전한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달 30일 열린 제45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부산선수단 결단식에서 대회 깃발을 흔들고 있다. 부산시청 제공


대회 규모에 걸맞은 무대를 만들기 위해 시는 총 대학생환승론 688억4000여만 원을 투입해 2개 경기장을 신설, 82개 경기장을 개보수하는 등 120개 경기장을 마련했다. 사직 론볼장은 지붕과 경기장 폭을 넓혀 장애인체육 거점으로 탈바꿈했고, 노후화된 사직실내수영장은 타일 교체와 관람석·편의시설 정비로 국제대회 수준으로 개선됐다. 강서체육공원 하키장의 트랙과 관람석은 국제규격에 맞춰 손질돼 향후 국내외 대회와 전 보험대출이자율 지훈련 유치가 기대된다. 이 밖에도 롤러경기장, 강서실내체육관 등이 국제 규격에 맞게 정비됐다.
개·폐막식은 부산의 얼굴을 세계에 비추는 무대다. 박칼린 총감독이 총연출을 맡은 전국체전 개회식은 ‘배 들어온다, 부산!’이라는 주제로 항만도시의 역동성을, 폐회식은 ‘뱅기뜬다, 날자!’라는 메시지로 바닷길을 넘어 하늘길로 확장하는 글로벌 허브 도시의 비전을 담아낸다. 장애인체전 무대는 ‘파도, 오라캐라!’와 ‘같이 가입시다!’를 키워드로 도전과 연대의 가치를 강조한다. 컨테이너와 바다, 산업과 전통예술을 대형 무대에 풀어내는 과정에는 동래학춤 등 지역 예술인의 협업이 촘촘히 들어가 부산 고유의 전통과 창의가 입체적으로 결합된다.
성화는 도시 전체를 무대로 잇는다. 부산 성화봉송은 13∼16일 16개 구·군 151개 구간을 돌며 요트·패들보드·집라인 등 관광지와 일상을 연결한다. 시민 봉송주자 공모에는 1520명이 지원해 1120명이 선정돼 부산시 추천 인원 80명을 포함해 1200명이 봉송 주자로 시내를 누빌 예정이며, 장애인·다문화 가정·사회공헌자 등도 참여한다. 자원봉사도 6283명이 몰려 4247명이 뽑혔으며, 철인 3종 동호인들이 경기 운영에 참여해 완성도를 높인다. 사진 기록은 디지털사진작가협회가 맡는다. 이 경험은 2026년 전국소년체전과 2027년 생활체육대축전으로 이어지며, 재참여 시 면접 생략 혜택이 주어져 ‘시민 참여 선순환’으로 남는다.
행사의 성패를 가르는 안전과 접근성에도 빈틈이 없다. 경찰·소방 합동 점검을 마치고 전세버스·렌터카·택시 등 4312대 수송 차량을 투입한다. 경사로 610개, 장애인 화장실 65개, 수화 통역사 18명도 배치됐다. 사직야구장 일대에서는 풍물·댄스 공연과 시민 경연이 열리고, 해외 장애 예술단 무대·체험 부스·포토존도 운영된다. 선수단과 가족은 엑스더스카이, 송도 케이블카, 디너크루즈 등 관광 프로그램으로 경기장 밖에서도 축제를 즐긴다.



경제적 파급력도 기대를 키운다. 양 체전 기간 약 4만 명이 부산을 찾으며 숙박·외식·교통·특산품 소비가 늘고, 주요 관광지 연계 방문으로 지역 상권이 살아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김해가 전국체전·장애인체전으로 1조1095억 원의 경제효과와 1만3204명의 고용을 창출한 선례를 고려하면, 부산은 경제 규모를 고려해 더 큰 효과가 전망된다. 더 나아가 부산 밖의 국제규격 경기장을 일부 활용해 인접 도시와 협력함으로써 운영 효율을 높이고, 관광 수요를 공유하는 ‘권역형 파급’도 도모한다.
체전의 열기는 오는 12월 1∼5일 부산에서 열리는 WADA 총회로 이어진다. 191개국 2000여 명이 참석해 ‘부산 선언’을 채택하고, 2027년부터 적용될 세계도핑방지규약 개정안을 의결한다. 개정안에는 16∼17세 엘리트 선수까지 확대되는 미성년 선수 보호, 치료목적사용면책(TUE) 제도 개선, 정부 차원의 도핑방지 교육 의무화, 선수 지원 인력 교육 강화 등이 포함된다. 이번 총회는 단순한 의제 채택을 넘어 숙박·교통·쇼핑·관광 등 MICE 산업에 직접적인 효과를 주고, 카토비체 사례처럼 부산의 국제회의 브랜드를 높이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시는 총회 기간 WADA·한국도핑방지위원회 선수위원과 지역 유망주가 만나는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해 ‘공정 스포츠’ 교육을 상설화하는 유산 사업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이미 지난해 부산은 세계탁구선수권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며 운영·흥행·성적의 세 박자를 맞췄다. 그 후속 효과는 숫자로 확인된다. 유남규배 탁구대회 참가자는 2023년 1313명에서 올해 1630명으로 늘었고, 대한탁구협회 디비전리그의 부산 출신 참가자도 2023년 508명에서 올해 949명으로 증가했다.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생활체육 저변을 확장하는 ‘지속의 증거’가 축적되고 있는 셈이다.
민선 8기 이후 국제대회 유치 성과도 뚜렷하다. 2019∼2021년 코로나19 시기 9건에 그쳤던 국제대회가 2022년 이후 27건으로 늘었고, 세계탁구선수권·전국체전·WADA 총회로 이어지는 연속 개최는 부산 체육사에서도 드물다. 시는 이를 통해 글로벌 미디어 노출과 국제 네트워크 강화로 스포츠·관광·MICE 전반의 도시 브랜드를 끌어올릴 것으로 본다. 박 시장은 “이번 가을과 겨울 부산의 목표는 행사로 끝나지 않는 유산”이라며 “경기장은 전문·생활체육공간으로, 자원봉사·성화봉송 경험은 공동체 자산으로, 개·폐막식은 문화 역량으로, WADA 총회는 국제규범 생산지로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승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