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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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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04:17
구름 머문 운주산.
불볕더위 가득한 안국사 입구, 구불구불 고샅을 지나 한참 올라왔다. 왼쪽으로 상수리나무 길옆의 계곡에는 물소리 폭포처럼 들린다. 며칠 동안 전국적으로 물 폭탄이 쏟아졌다. 물을 뒤집어쓴 바위마다 콸콸 소리를 낸다. 굴피·까치박달·오동·상수리·산뽕·좀작살·붉나무, 길섶으로 광대싸리 흰 꽃이 환하다. 노란 꽃 마타리를 바라보며 걷는데 이 산중의 좁은 산길에 아스팔트를 왜 깔았을까? 하루살이는 연신 눈앞에 웽웽거리며 걸음을 방해하다 결국 눈 안에까지 들어가서 눈꺼풀이 아리고 따갑다. 오전 10시 50분 모자를 벗어 흔들며 간다.
운주산雲住山은 해발 806m, 구름이 머무는 산, 경상북도 포항시 기계면과 영천시 임고면 소득자료 ·자양면 경계, 정상 쪽은 낙동정맥 능선에서 영천 방향으로 약간 틀어져 있다. 정상 제천단에서 바라보면 기룡산, 보현산, 면봉산, 베틀봉, 자초산, 침곡산, 향로봉, 비학산 등이 아스라이 보인다. 포항 쪽으로 형산강 지류 기계천, 서남쪽 영천은 금호강으로 흘러드는 임고·자호천 유역. 멀리서 보면 구름이 머물러 있어 이름값을 하는 산이다. 기계면 남계리 마을 중소기업대출금리 하下안국사에서 출발해 되돌아오는 데 5㎞ 남짓, 3시간 넘게 걸린다.
본격적인 등산길, 상안국사 입구.
구중심처 안국사 계곡의 물소리
이 산에 들어오니 잎이 넓은 활엽수림 지대다. 송림은 보이지 해드림 않는데 포항지역은 소나무재선충병 피해로 침엽수는 생존 위기에 놓여 있다. 머잖아 소나무는 천연기념물 희귀 수종이 될 것이다. 11시 5분 영일정씨 묘지를 지나 계곡 쉼터에서 천지를 진동하는 물을 바라보며 멍하니 섰는데 갑자기 길을 쓸며 비질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깜짝 놀라 당황해하는데 절집에서 내려온 처사와 보살인 듯.
"비 온 뒤에는 한국새희망네트워크 독사가 몸 말리러 나올 수 있으니 길 복판으로 다녀야 합니다."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 가는 곳마다 고수가 있다더니 오늘은 뜻밖의 스승을 만났다. 겸손하게 살아야 어딜 가든 누굴 만나든 한 수 배울 수 있는 것이 인생이다.
낙동정맥 돌탑.
신한카드자동차할부금리
11시 20분 용화사, 절집을 지키는 고양이는 길을 가로막고 비켜 주지 않는다. 이 산중에 아스팔트 길이 나 있는 이유를 알겠다. 아래쪽에 하下안국사, 용화사, 제일 위쪽에 상上안국사 등 절집이 여러 곳 있다. 고추나무, 광대싸리꽃, 풋풋한 말채나무 열매를 뒤로하고 바위와 돌, 이끼에 덮인 긴 물소리, 내려오는 물결은 바위에 부딪혀 사방으로 쏟아진다. 잔 방울 물보라 흩어지는 계류의 맨 꼭대기, 어느덧 11시 30분 안국사에 닿는다. 여느 절집과 다른 깊은 산속의 으슥한 골짜기는 강호와 동떨어진 세계, 무협지에 나오는 분위기다. 슬레이트식 기와를 얹은 집에서 동자가 불쑥 나올 것 같지만 구중심처九重深處 인기척 없는 퇴락한 절집이다. 머리에 이끼를 뒤집어쓴 석불은 빛이 바랬어도 투박한 산령각 앞에 활짝 핀 나리꽃과 부처꽃은 싱그럽다.
운주산 정상.
정상 표지석.
절 아래 안국사 터 내력을 적은 사적기寺跡記를 새겨 놓았지만 길고 복잡하다. 정리하면 이렇다.
'안국사安國寺는 신라 때 지어져 서라벌 북쪽을 방어하는 역할을 한 사찰로 여겨진다. 18세기 무렵 큰불이 나서 하룻저녁에 잿더미가 되고 이듬해 다시 짓지만 잇달아 불이 난 것으로 알려졌다. 을사늑약 후 의병의 항일 근거지였으나 일본군에 의해 초토화되어 현재는 명맥만 이어진다.'
절집을 두고 오르려니 안개에 휩싸인 숲속은 음산하다. 빗줄기는 잦아들었지만 여전히 바위를 치는 물소리 적막강산을 흔들어댄다.
상안국사.
안개의 숲 낙동정맥 능선길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되는 지점, 여삭여뀌, 사초, 까치수염은 무더기로 발아래 있고 물안개와 비에 젖은 풀숲에 등산화는 벌써 다 젖었다. 누군가 매달아 둔 등산 리본에 의지하며 어렴풋한 길을 따라 오른다. 잠시 멈췄던 빗줄기 다시 우두둑거리며 나뭇잎 때리는 소리 더 커진다. 흙과 뒤엉켜 떨어진 나뭇잎 켜켜이 쌓인 곳 한 발씩 디딜 때마다 푹푹 빠진다. 숨이 가쁘고 땀과 비에 온통 젖었다. 어두운 숲속이지만 잠시 앉아 숨을 돌린다. 새파란 이끼를 뒤집어쓴 바위, 당단풍나무 이파리는 하늘을 가렸고 나무마다 빗물을 떨어뜨린다. 바람에 나뭇가지가 흔들리니 숲속은 어두워졌다 밝아졌다 한다. 까치박달·쪽동백·생강·물푸레·피나무, 산마루에 가까울수록 풀과 나무는 여러 가지다.
정오 무렵 드디어 능선길(운주산 정상 0.7·상안국사 1·불리재 3.5km)에 닿는데 산모기, 하루살이는 여전히 일행처럼 따라온다. 능선길은 어김없이 신갈나무가 자라고 그 아래 쇠물푸레·미역줄나무 빗물에 축축 처졌다. 쪽동백처럼 잎이 크고 넓은 이파리 자세히 들여다보니 강원도 지역에서 벌나무로 부르는 산겨릅나무다. 숙취 해소에, 간기능·혈액순환 개선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차로 우려 마시거나 약주로 쓴다. 헛개나무에 비하면 효능은 훨씬 낫다. 바위 지대 산길에는 사초가 빼곡하고 안개는 산 능선으로 몰려다닌다. 지금부터 낙동정맥 구간이라 등산 리본이 많이 달렸다. 불리재, 바로 앞에 운주산을 지나 봉좌산 못미처 이리재, 도덕산으로 낙동정맥이 이어진다. 태백에서 부산 몰운대까지 대략 386km 낙동강 동쪽에 있는 산들, 과거에는 태백산맥으로 불렸다.
상안국사 계곡.
12시 20분 낙동정맥 797봉우리, 잠시 후 오래된 헬기장 근처 이정표(운주산 정상 0.2·상안국사 1.5·이리재 4km)에 선다. 첩첩산중 운주산 꼭대기와 자양댐 뒤로 팔공산이 희미하다. 잠시 앉아 쉬는데 산 아래 안개는 이리저리 흩어져간다. 앞쪽에 내려다보이는 남계저수지는 온통 흙탕물이다. 산중이라 그런지 기린초꽃은 이제 노랗게 피었고 낙동정맥 능선길은 사람들이 많이 다닌 듯 뚜렷한 길이 되었다.
만고유방萬古流芳 흘러가는 물처럼
12시 30분, 구름 머문 운주산 정상(상안국사 1.7·이리재 3.8·상신방 2.1km), 해발 806m 표지석 옆에 제천단이 있고 목을 늘여 까치발로 딛고 서서 멀리 바라보지만 조망은 모두 막혔다. 이따금 들리는 자동차 질주 소리만 요란하다. 북쪽 나뭇가지 사이로 희미한 산들 잠시 나타났다가 안개와 숲속에 갇혀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대신 수박 조각, 토마토, 물 한 잔에 위로한다. 운주산은 포항·영천 경계 낙동정맥에 있는 산, 영천 쪽으로 승마자연휴양림과 자양댐으로 불리는 영천호가 있고, 정상 아래 포항 방면으로 대구포항고속도로가 기계면의 넓은 평야를 가른다. 봉좌산(626m), 분옥정, 기계서숲이 가까이 있다.
임진왜란 때 성을 쌓고 지켰다 해서 남쪽 산 아래 수성守城마을이 있다. 구한말 의병이 활동했고 난리와 전쟁 때는 피난처였다. 산행은 보통 봉좌산 옆에 있는 이리재와 운주산 북쪽의 불리재, 포항 기계면 남계리 안국사에서, 영천 자양면 신방리, 임고면 수성리에서도 오른다. 어느 곳이든 발길이 뜸하나 낙동정맥 능선을 오르면 산길이 뚜렷하다. 정상에서 땀을 닦으며 20분 정도 머물다 일어선다. 다시 헬기장 지나 오른쪽 아래 숲길, 큰 무덤가에 잡초 우거진 석상을 바라보다 왔던 길로 뒤돌아가기로 했다. 낙동정맥 797봉우리 넘어 내려선다. 능선 분기점에서 상안국사까지 1km 남짓. 신방리 쪽에서 정상을 올라 내려가다 길을 잃고 헤매던 것이 벌써 20여 년 전의 일이다.
산겨릅나무와 피나무 고목을 두고 능선을 내려선다. 곧장 불리재·안국사 갈림길, 잠깐 사이 어두운 숲길을 걸어 풋풋한 산머루 열매를 바라보다 물소리 폭포처럼 들리는 계곡에서 잠시 얼굴을 씻고 오후 1시40분경 상안국사까지 내려왔다. 오후 2시쯤이면 하안국사에 닿을 것이다. 얼굴을 씻다 계곡물에 풍덩, 이 깊은 골짜기에 다시 올 수 있을 것인가? 발길이 뜸한 퇴락한 절집을 바라보니 괜히 측은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어둡고 축축한 산속에 갇혀 얼마나 외롭고 답답하시겠습니까? 돌부처는 대답이 없지만 마음은 물소리 너머 저절로 한가할 것이다.
'덕불고德不孤 만고유방萬古流芳이라.'
덕은 외롭지 않으니 흘러가는 물처럼 절집의 명성은 후세에 길이 이어지리라.
산행길잡이
하안국사 ~ 계곡길 ~ 용화사 ~ 상안국사 ~ 숲속 산길 ~ 낙동정맥 합류 능선 갈림길 ~ 낙동정맥 797봉우리 ~ 헬기장 ~ 운주산 정상 ~ 헬기장 ~ 무덤 갈림길 ~ 낙동정맥 797봉우리 ~ 낙동정맥 합류 능선 갈림길 ~ 숲속 산길 ~ 상안국사 ~ 용화사 ~ 계곡길 ~ 하안국사
※ 5km 남짓 3시간 정도, 하안국사 길 근처에 주차 가능
교통
고속도로 대구포항고속도로(서포항 IC).
※ 내비게이션 → 경북 포항시 북구 기계면 가천남계길 55번길 116(하안국사)
숙식
포항·영천 시내 및 인근지역, 호텔·모텔·펜션, 다양한 식당 많음.
주변 볼거리
봉좌산, 분옥정, 봉강재, 기계서숲, 입암서원, 임고서원, 운주산승마자연휴양림, 영천호(자양댐), 보현산 천문대 등.
월간산 9월호 기사입니다.
불볕더위 가득한 안국사 입구, 구불구불 고샅을 지나 한참 올라왔다. 왼쪽으로 상수리나무 길옆의 계곡에는 물소리 폭포처럼 들린다. 며칠 동안 전국적으로 물 폭탄이 쏟아졌다. 물을 뒤집어쓴 바위마다 콸콸 소리를 낸다. 굴피·까치박달·오동·상수리·산뽕·좀작살·붉나무, 길섶으로 광대싸리 흰 꽃이 환하다. 노란 꽃 마타리를 바라보며 걷는데 이 산중의 좁은 산길에 아스팔트를 왜 깔았을까? 하루살이는 연신 눈앞에 웽웽거리며 걸음을 방해하다 결국 눈 안에까지 들어가서 눈꺼풀이 아리고 따갑다. 오전 10시 50분 모자를 벗어 흔들며 간다.
운주산雲住山은 해발 806m, 구름이 머무는 산, 경상북도 포항시 기계면과 영천시 임고면 소득자료 ·자양면 경계, 정상 쪽은 낙동정맥 능선에서 영천 방향으로 약간 틀어져 있다. 정상 제천단에서 바라보면 기룡산, 보현산, 면봉산, 베틀봉, 자초산, 침곡산, 향로봉, 비학산 등이 아스라이 보인다. 포항 쪽으로 형산강 지류 기계천, 서남쪽 영천은 금호강으로 흘러드는 임고·자호천 유역. 멀리서 보면 구름이 머물러 있어 이름값을 하는 산이다. 기계면 남계리 마을 중소기업대출금리 하下안국사에서 출발해 되돌아오는 데 5㎞ 남짓, 3시간 넘게 걸린다.
본격적인 등산길, 상안국사 입구.
구중심처 안국사 계곡의 물소리
이 산에 들어오니 잎이 넓은 활엽수림 지대다. 송림은 보이지 해드림 않는데 포항지역은 소나무재선충병 피해로 침엽수는 생존 위기에 놓여 있다. 머잖아 소나무는 천연기념물 희귀 수종이 될 것이다. 11시 5분 영일정씨 묘지를 지나 계곡 쉼터에서 천지를 진동하는 물을 바라보며 멍하니 섰는데 갑자기 길을 쓸며 비질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깜짝 놀라 당황해하는데 절집에서 내려온 처사와 보살인 듯.
"비 온 뒤에는 한국새희망네트워크 독사가 몸 말리러 나올 수 있으니 길 복판으로 다녀야 합니다."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 가는 곳마다 고수가 있다더니 오늘은 뜻밖의 스승을 만났다. 겸손하게 살아야 어딜 가든 누굴 만나든 한 수 배울 수 있는 것이 인생이다.
낙동정맥 돌탑.
신한카드자동차할부금리
11시 20분 용화사, 절집을 지키는 고양이는 길을 가로막고 비켜 주지 않는다. 이 산중에 아스팔트 길이 나 있는 이유를 알겠다. 아래쪽에 하下안국사, 용화사, 제일 위쪽에 상上안국사 등 절집이 여러 곳 있다. 고추나무, 광대싸리꽃, 풋풋한 말채나무 열매를 뒤로하고 바위와 돌, 이끼에 덮인 긴 물소리, 내려오는 물결은 바위에 부딪혀 사방으로 쏟아진다. 잔 방울 물보라 흩어지는 계류의 맨 꼭대기, 어느덧 11시 30분 안국사에 닿는다. 여느 절집과 다른 깊은 산속의 으슥한 골짜기는 강호와 동떨어진 세계, 무협지에 나오는 분위기다. 슬레이트식 기와를 얹은 집에서 동자가 불쑥 나올 것 같지만 구중심처九重深處 인기척 없는 퇴락한 절집이다. 머리에 이끼를 뒤집어쓴 석불은 빛이 바랬어도 투박한 산령각 앞에 활짝 핀 나리꽃과 부처꽃은 싱그럽다.
운주산 정상.
정상 표지석.
절 아래 안국사 터 내력을 적은 사적기寺跡記를 새겨 놓았지만 길고 복잡하다. 정리하면 이렇다.
'안국사安國寺는 신라 때 지어져 서라벌 북쪽을 방어하는 역할을 한 사찰로 여겨진다. 18세기 무렵 큰불이 나서 하룻저녁에 잿더미가 되고 이듬해 다시 짓지만 잇달아 불이 난 것으로 알려졌다. 을사늑약 후 의병의 항일 근거지였으나 일본군에 의해 초토화되어 현재는 명맥만 이어진다.'
절집을 두고 오르려니 안개에 휩싸인 숲속은 음산하다. 빗줄기는 잦아들었지만 여전히 바위를 치는 물소리 적막강산을 흔들어댄다.
상안국사.
안개의 숲 낙동정맥 능선길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되는 지점, 여삭여뀌, 사초, 까치수염은 무더기로 발아래 있고 물안개와 비에 젖은 풀숲에 등산화는 벌써 다 젖었다. 누군가 매달아 둔 등산 리본에 의지하며 어렴풋한 길을 따라 오른다. 잠시 멈췄던 빗줄기 다시 우두둑거리며 나뭇잎 때리는 소리 더 커진다. 흙과 뒤엉켜 떨어진 나뭇잎 켜켜이 쌓인 곳 한 발씩 디딜 때마다 푹푹 빠진다. 숨이 가쁘고 땀과 비에 온통 젖었다. 어두운 숲속이지만 잠시 앉아 숨을 돌린다. 새파란 이끼를 뒤집어쓴 바위, 당단풍나무 이파리는 하늘을 가렸고 나무마다 빗물을 떨어뜨린다. 바람에 나뭇가지가 흔들리니 숲속은 어두워졌다 밝아졌다 한다. 까치박달·쪽동백·생강·물푸레·피나무, 산마루에 가까울수록 풀과 나무는 여러 가지다.
정오 무렵 드디어 능선길(운주산 정상 0.7·상안국사 1·불리재 3.5km)에 닿는데 산모기, 하루살이는 여전히 일행처럼 따라온다. 능선길은 어김없이 신갈나무가 자라고 그 아래 쇠물푸레·미역줄나무 빗물에 축축 처졌다. 쪽동백처럼 잎이 크고 넓은 이파리 자세히 들여다보니 강원도 지역에서 벌나무로 부르는 산겨릅나무다. 숙취 해소에, 간기능·혈액순환 개선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차로 우려 마시거나 약주로 쓴다. 헛개나무에 비하면 효능은 훨씬 낫다. 바위 지대 산길에는 사초가 빼곡하고 안개는 산 능선으로 몰려다닌다. 지금부터 낙동정맥 구간이라 등산 리본이 많이 달렸다. 불리재, 바로 앞에 운주산을 지나 봉좌산 못미처 이리재, 도덕산으로 낙동정맥이 이어진다. 태백에서 부산 몰운대까지 대략 386km 낙동강 동쪽에 있는 산들, 과거에는 태백산맥으로 불렸다.
상안국사 계곡.
12시 20분 낙동정맥 797봉우리, 잠시 후 오래된 헬기장 근처 이정표(운주산 정상 0.2·상안국사 1.5·이리재 4km)에 선다. 첩첩산중 운주산 꼭대기와 자양댐 뒤로 팔공산이 희미하다. 잠시 앉아 쉬는데 산 아래 안개는 이리저리 흩어져간다. 앞쪽에 내려다보이는 남계저수지는 온통 흙탕물이다. 산중이라 그런지 기린초꽃은 이제 노랗게 피었고 낙동정맥 능선길은 사람들이 많이 다닌 듯 뚜렷한 길이 되었다.
만고유방萬古流芳 흘러가는 물처럼
12시 30분, 구름 머문 운주산 정상(상안국사 1.7·이리재 3.8·상신방 2.1km), 해발 806m 표지석 옆에 제천단이 있고 목을 늘여 까치발로 딛고 서서 멀리 바라보지만 조망은 모두 막혔다. 이따금 들리는 자동차 질주 소리만 요란하다. 북쪽 나뭇가지 사이로 희미한 산들 잠시 나타났다가 안개와 숲속에 갇혀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대신 수박 조각, 토마토, 물 한 잔에 위로한다. 운주산은 포항·영천 경계 낙동정맥에 있는 산, 영천 쪽으로 승마자연휴양림과 자양댐으로 불리는 영천호가 있고, 정상 아래 포항 방면으로 대구포항고속도로가 기계면의 넓은 평야를 가른다. 봉좌산(626m), 분옥정, 기계서숲이 가까이 있다.
임진왜란 때 성을 쌓고 지켰다 해서 남쪽 산 아래 수성守城마을이 있다. 구한말 의병이 활동했고 난리와 전쟁 때는 피난처였다. 산행은 보통 봉좌산 옆에 있는 이리재와 운주산 북쪽의 불리재, 포항 기계면 남계리 안국사에서, 영천 자양면 신방리, 임고면 수성리에서도 오른다. 어느 곳이든 발길이 뜸하나 낙동정맥 능선을 오르면 산길이 뚜렷하다. 정상에서 땀을 닦으며 20분 정도 머물다 일어선다. 다시 헬기장 지나 오른쪽 아래 숲길, 큰 무덤가에 잡초 우거진 석상을 바라보다 왔던 길로 뒤돌아가기로 했다. 낙동정맥 797봉우리 넘어 내려선다. 능선 분기점에서 상안국사까지 1km 남짓. 신방리 쪽에서 정상을 올라 내려가다 길을 잃고 헤매던 것이 벌써 20여 년 전의 일이다.
산겨릅나무와 피나무 고목을 두고 능선을 내려선다. 곧장 불리재·안국사 갈림길, 잠깐 사이 어두운 숲길을 걸어 풋풋한 산머루 열매를 바라보다 물소리 폭포처럼 들리는 계곡에서 잠시 얼굴을 씻고 오후 1시40분경 상안국사까지 내려왔다. 오후 2시쯤이면 하안국사에 닿을 것이다. 얼굴을 씻다 계곡물에 풍덩, 이 깊은 골짜기에 다시 올 수 있을 것인가? 발길이 뜸한 퇴락한 절집을 바라보니 괜히 측은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어둡고 축축한 산속에 갇혀 얼마나 외롭고 답답하시겠습니까? 돌부처는 대답이 없지만 마음은 물소리 너머 저절로 한가할 것이다.
'덕불고德不孤 만고유방萬古流芳이라.'
덕은 외롭지 않으니 흘러가는 물처럼 절집의 명성은 후세에 길이 이어지리라.
산행길잡이
하안국사 ~ 계곡길 ~ 용화사 ~ 상안국사 ~ 숲속 산길 ~ 낙동정맥 합류 능선 갈림길 ~ 낙동정맥 797봉우리 ~ 헬기장 ~ 운주산 정상 ~ 헬기장 ~ 무덤 갈림길 ~ 낙동정맥 797봉우리 ~ 낙동정맥 합류 능선 갈림길 ~ 숲속 산길 ~ 상안국사 ~ 용화사 ~ 계곡길 ~ 하안국사
※ 5km 남짓 3시간 정도, 하안국사 길 근처에 주차 가능
교통
고속도로 대구포항고속도로(서포항 IC).
※ 내비게이션 → 경북 포항시 북구 기계면 가천남계길 55번길 116(하안국사)
숙식
포항·영천 시내 및 인근지역, 호텔·모텔·펜션, 다양한 식당 많음.
주변 볼거리
봉좌산, 분옥정, 봉강재, 기계서숲, 입암서원, 임고서원, 운주산승마자연휴양림, 영천호(자양댐), 보현산 천문대 등.
월간산 9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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