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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출범 전후 우익이 모두 같은 편이 아니었듯, 공산당이라고 모두 한편은 아니었다. 남한의 좌익 활동은 박헌영의 남로당이 주도했지만, 김일성의 북로당도 손을 놓고 있지만은 않았다. 김일성이 직접 서울로 파견한 공작원 중 대표적인 인물이 ‘김일성 장군님의 특사’를 자부했던 ‘거물 간첩’ 성시백이었다.
일러스트=한상엽
그는 황해도 한국석유 주식
평산 출신으로 이승만 대통령과 동향이었다. 1905년생으로 김일성보다 일곱 살 연상이었지만, 막냇동생뻘인 김일성에게 진심에서 우러나온 충성을 다했다. 성시백은 서울 중동학교 고등과를 졸업하고, 1925년 박헌영이 조직한 고려공산청년회에 가입해 좌익 활동을 시작했다. 1928년 중국 상하이로 망명했고, 1932년 중국공산당에 입당해 저우언라이(周恩來)의 신임릴게임바다이야기
을 얻었다. 정향명이라는 가명으로 국민당 후쭝난(胡宗南) 장군의 막료로 잠입해 국민당의 군사 정보를 빼내 공산당에 넘겼다.
그러는 동안 공산당 홍군(紅軍)에 체포됐다. ‘국민당에 침투한 공산당 비밀 요원’이라는 자신의 신분만 밝히면 석방될 수 있었음에도 끝까지 비밀을 함구해 5년 동안 옥살이를 했다. 성시백은 그만큼 철두철미한 간첩이었다.케이피엠테크 주식
국민당 실력자 후쭝난의 막료이면서, 공산당 2인자 저우언라이의 비밀 요원이라는 ‘2중 간첩’ 신분으로 김원봉·김두봉·엄항섭·이범석 등 임시정부의 좌우익 인사들과 폭넓게 교유했다.
1946년 초 부산을 통해 귀국한 그는 월북해 저우언라이의 추천서를 들고 김일성을 만났다. 성시백이 김일성의 관사에 머무는 동안, 김일성은 아내 김정숙에게 직접증권무료방송
밥상과 술상을 차려오게 할 만큼, 그를 극진히 대접했다. 성시백이 대남 공작을 위해 월남할 때는 담배 파이프와 자신이 쓰던 회중 금시계까지 선물했다.
그는 38선을 수시로 넘나들며 김일성의 비밀 지령을 수행했다. 막대한 공작 자금을 뿌려가며 정당·사회단체·정부·군대 등 남한 사회 곳곳에 프락치를 심고, 빼낸 정보를 김일성에게 직보했다. 투자방법
성시백이 서울에 똬리를 틀고 암약한 3년 동안, 해방 정국의 분기점이 된 굵직굵직한 사건의 배후에는 언제나 그의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서울에서 성시백은 임정 계열 독립운동가 출신 사업가로 신분을 위장했다. 팔자수염을 기르고, 중절모를 쓰고, 최고급 정장 앞섶에는 회중 금시계 줄을 늘이고 다녔다. 그는 북한이 전기 공급을 중단한 이후 수요가 급증한 카바이드와 양초를 수입해 막대한 수익을 올렸고, 북한에서 사용이 중지된 조선은행권 뭉치를 카바이드 드럼통에 감춰 남한으로 밀반입해서 그보다 몇 배나 많은 부수입을 얻었다. 그렇게 조성한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조선중앙일보’ ‘광명일보’ 등 신문사 10여 종을 직접 운영했다. 서울·인천·부산·대구·광주 등에 부동산을 매입해 여관·목욕탕·이발소 등을 차려 놓고 아지트로 사용했다.
평양 애국열사릉에 조성된 성시백의 가묘. 성시백이 처형된 다음날 인민군은 서울로 입성했고, 김일성의 지시로 서울 시내를 샅샅이 뒤져 성시백의 시신을 찾았지만, 끝내 발견하지 못했다. /주간조선
김일성의 눈에 한없이 무능하고 한심했던 남로당과 달리, 성시백의 대남 공작은 언제나 기대 이상이었다. 성시백은 여운형을 설득해 김일성과의 비밀 회담을 성사시켰고, 공산당과 거리를 뒀던 서울대 백남운 교수와 홍명희 작가를 포섭해 결국에는 월북시켰다. 반(反)이승만, 반남로당 계열의 정당 10곳, 단체 14곳을 아우르는 통일 전선을 구축했다.
김규식의 측근 권태양, 김구의 개인 비서 안우생과 측근 엄항섭을 포섭해 김규식·김구의 남북 연석회의 참석을 이끌어낸 인물도 성시백이었다. 1949년 5월 국회 프락치 사건이 일어났을 때, 당시 남한의 공안 당국은 파악하지 못했지만, 기소된 국회의원 13명 중에는 남로당에 포섭된 인물 외에 성시백이 포섭한 인물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
그는 국군 와해 공작에서도 엄청난 성과를 보였다. 성시백은 국방부, 육·해·공군, 헌병대, 사관학교, 육군 정보국 등에 광범위한 첩보망을 구축해 국군의 주요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보했다. 1949년 5월 제8연대 1대대장 강태무, 2대대장 표무원이 병력을 이끌고 월북한 사건의 배후에도 그가 있었다. 성시백은 1949년 8월 이승만과 장제스의 진해 정상회담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보했다. 정상회담의 통역 김우식이 성시백의 프락치였다.
해방 정국을 제멋대로 주무르던 성시백의 간첩 행각은 6·25전쟁을 40여 일 앞둔 5월 15일 군·검·경 합동수사본부가 그를 전격 체포함으로써 막을 내렸다. 당시 성시백은 제2대 국회의원 선거(5·30총선거)에 출마하는 반이승만 계열의 후보들에게 선거 자금을 지원하는 공작을 펼치고 있었다. 그와 함께 체포된 인원은 112명이었고, 그중 절반 이상이 정치인이었다. ‘북로당 남반부 정치위원회 사건’으로 명명된 이 사건은 한때 이승만 정부 공안 당국이 5·30총선거에 이용하기 위해 조작한 사건이라는 음모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1997년 ‘로동신문’이 성시백의 공적을 소개한 특집 기사를 게재함으로써 대부분 사실이었음이 확인됐다.
수사가 한창 진행되던 중에 6·25전쟁이 발발했고, 성시백은 인민군이 서울에 입성하기 하루 전인 6월 27일 새벽 처형됐다. 김일성은 “박헌영 패가 밀고해 성시백이 체포됐다”며 남로당의 행태에 격분했다. “당과 수령에 대한 충성심이 가장 높았고 혁명에 커다란 공헌을 한 우리 당의 이름 없는 꽃이었다”고 그의 죽음을 추모했다.
김일성은 성시백이 처형된 지 사흘 후 ‘공화국 영웅 1호’ 칭호를 수여했고, 이듬해에는 북한의 최고 훈장인 ‘국기훈장 1급’을 수여했다. 평양 애국열사릉에는 그의 가묘가 조성됐다. 1990~93년에는 성시백을 모델로 한 역사·첩보 영화 ‘붉은 단풍잎’ 7부작이 제작됐다. 김일성이 성시백을 그처럼 아꼈다는 것은, 그가 암약한 3년 동안 대한민국에 그만큼 치명적인 해악을 끼쳤음을 방증한다.
1948년 성시백이 월북했을 때 김일성은 그의 가족을 초대했는데 갓 태어난 막내아들에게 “스스로 인생을 개척하는 사람이 되라”는 의미에서 ‘자립’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성자립은 2004~2013년 김일성종합대 총장을 지냈고, 2003년 8월에는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 북한 부단장으로 대한민국을 방문했다.
<참고 문헌>
박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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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출범 전후 우익이 모두 같은 편이 아니었듯, 공산당이라고 모두 한편은 아니었다. 남한의 좌익 활동은 박헌영의 남로당이 주도했지만, 김일성의 북로당도 손을 놓고 있지만은 않았다. 김일성이 직접 서울로 파견한 공작원 중 대표적인 인물이 ‘김일성 장군님의 특사’를 자부했던 ‘거물 간첩’ 성시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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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식의 측근 권태양, 김구의 개인 비서 안우생과 측근 엄항섭을 포섭해 김규식·김구의 남북 연석회의 참석을 이끌어낸 인물도 성시백이었다. 1949년 5월 국회 프락치 사건이 일어났을 때, 당시 남한의 공안 당국은 파악하지 못했지만, 기소된 국회의원 13명 중에는 남로당에 포섭된 인물 외에 성시백이 포섭한 인물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
그는 국군 와해 공작에서도 엄청난 성과를 보였다. 성시백은 국방부, 육·해·공군, 헌병대, 사관학교, 육군 정보국 등에 광범위한 첩보망을 구축해 국군의 주요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보했다. 1949년 5월 제8연대 1대대장 강태무, 2대대장 표무원이 병력을 이끌고 월북한 사건의 배후에도 그가 있었다. 성시백은 1949년 8월 이승만과 장제스의 진해 정상회담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보했다. 정상회담의 통역 김우식이 성시백의 프락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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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가 한창 진행되던 중에 6·25전쟁이 발발했고, 성시백은 인민군이 서울에 입성하기 하루 전인 6월 27일 새벽 처형됐다. 김일성은 “박헌영 패가 밀고해 성시백이 체포됐다”며 남로당의 행태에 격분했다. “당과 수령에 대한 충성심이 가장 높았고 혁명에 커다란 공헌을 한 우리 당의 이름 없는 꽃이었다”고 그의 죽음을 추모했다.
김일성은 성시백이 처형된 지 사흘 후 ‘공화국 영웅 1호’ 칭호를 수여했고, 이듬해에는 북한의 최고 훈장인 ‘국기훈장 1급’을 수여했다. 평양 애국열사릉에는 그의 가묘가 조성됐다. 1990~93년에는 성시백을 모델로 한 역사·첩보 영화 ‘붉은 단풍잎’ 7부작이 제작됐다. 김일성이 성시백을 그처럼 아꼈다는 것은, 그가 암약한 3년 동안 대한민국에 그만큼 치명적인 해악을 끼쳤음을 방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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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박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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