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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쩌둥과 스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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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페틀린 일행은 한 달 뒤 명나라 수도 베이징에 도착했지만, 제대로 된 선물을 준비하지 못해 황제를 알현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러시아인이 공무로 중국 베이징을 처음 방문한 것으로, 중국과 러시아 관계의 막이 오르던 순간이었다. 중·러 관계는 이후 400여년을 거치면서 양국 지도자들오리지날 양귀비
이 서로에게 “무제한 우정”, “굳건한 우정”, “좋은 친구” 등의 달콤한 표현을 연발할 정도로 가까워졌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역사의 풍경을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양국 관계가 늘 좋았던 것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오히려 오랜 시간 갈등과 충돌을 이어왔고, 심지어 전쟁을 벌이기까지 했다. 러시아인평화산업 주식
들은 1900년 수천 명의 중국인을 아무르강으로 몰아 죽였고, 1929년과 1969년에는 잠복해 있던 양국 갈등이 국경에서 폭발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숨지기도 했으니까.
그럼에도 중국은 모스크바로부터 공산주의 이념과 국가 체제 모델도 받아들였고, 러시아에 의해 하얼빈을 비롯해 만주의 철도망 토대가 닦였으며, 소련의 붕괴는 중국 지도부에게 하스탁마켓
나의 공포를 안겨주기도 했다.
러시아 역시 중국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러시아인들의 일상에 뿌리내린 차 문화는 중국 산간지대와 차 무역에서 시작됐고, 극동지역에선 중국인의 대규모 이주에 대한 두려움이 잠복해 있다. 지금도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중국에게서 음양의 도움을 받고 있기도 하다.
중·러 관계의 이 환경테마주
같은 특수성은 기본적으로 지정학적 위치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러시아 영토는 발트해에서 태평양까지 11개 시간대에 걸쳐 있고, 중국은 아무르강 유역의 아한대부터 하이난섬의 열대 지역까지 5개 기후대에 걸쳐 있다. 두 나라 국경선은 20세기 초까지 약 1만2000킬로에 달했고, 현재에도 4000킬로미터에 이른다.




이뿐만 아니다. 유라시아 대륙 제국으로서 구조적 유사성, 엇비슷한 통치 체제, 엇갈린 근현대사 때문에 두 나라는 서로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쳐왔다. 그리하여 오늘날 중국과 러시아는 서로간의 관계를 빼놓곤 이해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

1618년 시베리아 탐험가의 베이징을 방문을 시작으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과정에서 시진핑과 푸틴의 밀착까지 중국과 러시아간 400여년 관계를 재조명한 신간 ‘중국과 러시아’(이승구·안미라 옮김, 에코리브르)가 독일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두 명의 중·러 관계사 전문가에 의해 출간됐다.
책에 따르면, 400년에 걸친 중·러 관계의 역사는 고유한 관계 논리에 따라 크게 세 시기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즉, 17세기부터 19세기까지 영토 팽창을 중심으로 서서히 대립하기 시작하는 제국주의 시기, 소련의 우위 속에서도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를 두고 경쟁한 20세기의 사회주의 세계제국 시기, 그리고 중국의 우위 속에 반서방적 견지에서 서로 단결하는 현재의 권위주의 정권 시기가 바로 그것이다.
먼저 중국과 러시아는 17세기 영토 문제를 중심으로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 1689년 네르친스크 조약을 통해 양국 국경을 획정했고, 1858년 아이훈 조약을 맺으면서 아무르강 좌안을 러시아에 양도하면서 서서히 대립 관계로 변해갔다. 특히 19세기 말에 철도가 건설되고 하얼빈이나 블라고베센스크 같은 새 도시에서 일상적 접촉이 빈번했지만, 접경지 세력권을 둘러싸고 분쟁과 대결을 벌이기도 했다.
황제가 다스렸던 두 제국은 20세기에는 나란히 공산주의 제국이 됐지만, 이 시기 대립과 갈등, 충돌도 적지 않았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러시아는 1917년 사회주의 혁명을 통해 공산주의 종주국이 됐고, 중국 역시 1949년 내전 끝에 중화인민공화국 수립을 통해 공산화가 됐다.
그럼에도 마오쩌둥을 비롯해 중국 공산당 간부는 항일 전쟁 시기부터 소련과는 다른 독자적 사회주의 길을 걸었고, 스탈린 사망 이후에는 사회주의 진영에서 주도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공산주의를 놓고 이념적 분열이 명백해지자, 취약한 동맹관계도 금새 깨졌다. 1936년 블라디보스토크에선 마지막 중국인들이 추방됐고, 1950년대 후반에는 하얼빈에 살던 러시아인들이 대거 쫓겨났고, 1969년에는 국경에서 무력 충돌이 벌어져 두 나라 수백 명의 군인들이 숨지기도 했다.
“중소 갈등은 이해관계로 인한 충돌이 누적되면서 시작되었고, 이념적 결별을 통해 공식화된 이후, 1969년 봄 국경 전쟁으로 정점에 이르렀다.”(177쪽)
하지만 1978년 이후 덩샤오핑이 주도한 중국의 개방과 1991년 소련의 붕괴로 나타난 상이한 체제 덕분에 두 나라는 다시 가까워졌다. 이념적으로 다르지만, 엇비슷한 비민주적 정부 형태에, 정치 및 경제적 이해관계 때문에 베이징과 모스크바는 점점 하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특히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반서방적 견지에서 중국의 우위 속에 양국 관계는 결정적으로 더욱 강고해지고 있다고, 저자들은 분석한다.
“지난 4세기 동안 양국 관계가 평등했던 적은 드물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동맹 내 불균형 및 모스크바의 하위 파트너 역할을 공고히 했다. 러시아는 스스로 이러한 의존 상태로 몰아넣었다. 이 상태가 언제, 어떻게 끝날지는 지켜볼 일이다.”(267쪽)



푸틴과 시진핑



저자들은 중·러 관계의 역사적 복합성을 12개의 결정적 사건을 중심으로 다루되, ‘지금 여기’라는 오늘날 현실에 대한 시각을 놓치지 않으려 시도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건과 사고를 단순 나열하는 것이 아닌, 결정적 순간들에 초점을 맞춰 서술함으로써 두 나라 관계의 역동성을 손에 잡힐 듯이 보여주는 한편, 양국 관계의 구조적이고 본질적인 문제를 드러내는 데에도 성공한 듯하다.

큰 틀에서 보면, 최근 서방에서 유행하고 있는 반중국, 반러 정서를 반영한 책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중러 관계사의 400년을 개괄하고 관계를 미래를 조망하는 데에 매우 유용한 책이라고 평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중국과 러시아 두 나라 관계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저자들은 이념이나 가치가 아닌 구체적인 이익과 효용을 기준으로 동맹의 와해 또는 지속이라는 두 방향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관측한다.
“목적이 있는 동맹은 둘 중 한쪽의 효용가치가 사라질 경우 바로 깨진다. 반대로, 동맹 파트너들이 공동의 성공을 통해 미래에도 이익을 얻으리라고 믿는다면 결속력이 생긴다.”(278쪽)
김용출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사진=연합뉴스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