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정부가 2035년까지 태양광과 풍력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설비 150기가와트(GW) 시대를 열겠다는 구상을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산업 육성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력 믹스 내 재생에너지 확대는 국제 기후 규범에 대응하고 글로벌 공급망 전환 흐름에 맞추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설치 중심 정책으로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기반은 빠르게 붕괴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재생에너지 확대와 더불어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의 점유율을 키울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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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패널. 연합뉴스




태양광 제조기반 사실상 붕괴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 재생에너지 산업에서 가장 먼저 경고음이 울리고 있는 분야는 태양광이다. 겉으로는 한국 모바일야마토 의 태양광 설치량이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태양광 공급망은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모듈(패널)로 이어지는 가치사슬에서 국내 기업의 역할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국내 공급망은 웨이퍼 이전 단계가 무너진 상태다. 2010년대까지는 웅진에너지, 한화솔루션 등 국내 기업이 태양광 초기 공급망을 담당했지만 중국산과의 경쟁 바다이야기게임 에서 밀려 사업을 철수했다.
태양광 셀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국내 셀 점유율은 2019년까지만 해도 약 50%에 달했으나, 중국산 저가 공세와 국내 투자 위축, 기술 고도화 지연 등이 겹치며 2023년에는 25% 수준으로 떨어졌다. 최근에는 4% 수준까지 내려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국가 에너지전환의 핵심인 태양광 산업의 ‘심장부’ 오션파라다이스예시 가 사실상 붕괴 직전이라는 뜻이다.
모듈 시장도 사정은 낙관적이지 않다. 2024년 기준 국내 태양광 모듈 시장에서 중국산 비중은 58%, 국산은 40% 초반에 머물렀다. 모듈은 셀을 조립해 일정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장치 형태로 만드는 산업인데, 이 단계에서도 중국산이 절반 이상을 점유했다는 것은 국내 공급망의 상당 부분이 해외기업 바다이야기고래출현 중심으로 전환됐음을 뜻한다.
더 큰 문제는 한국이 태양광 설치량은 OECD 상위권인데, 정작 설비의 상당 부분이 해외 수입품이라는 점이다. 이는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취약성을 키운다. 전력 공급의 핵심 인프라가 특정 국가 공급망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가 고착되면서, 장기적 리스크가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경고가 나온다.



봉화 석포 오미산 풍력발전단지. 뉴시스




국산 터빈 점유율 10%대로 추락

풍력산업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해상풍력이 세계적으로 급성장하는 가운데, 한국도 2030년대까지 해상풍력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강조하지만 정작 핵심 장비인 풍력 터빈 국산 점유율은 2019년 53%에서 최근 13%대로 추락했다.

국내 풍력 시장이 성장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풍력 설치는 완만하지만 꾸준히 늘고 있으며, 특히 해상풍력 확대 정책이 발표되면서 향후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그러나 국내 제조사는 규모의 경제·실증 기반 부족·경쟁력 저하로 인해 대형 프로젝트에서 배제되고 있다. 지멘스가메사, 베스타스 등 유럽 기업이 국내 해상풍력 초기 프로젝트를 대부분 차지하면서 국내 기업은 입찰조차 어렵거나 의미 있는 실적을 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제조사가 없는 성장 구조는 결국 향후 해상풍력의 핵심 설비, 유지보수, 부품 공급까지 사실상 외국 기업에 의존하게 되는 방향으로 이어진다. 이는 단순한 시장 점유율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전력 시스템 핵심 요소가 외국 기업의 기술·부품·가격 정책에 좌우되는 구조로 굳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풍력 산업은 ‘설치 중심·수입 중심’ 구조로 고착되고 있으며, 대규모 프로젝트 수혜는 해외 제조사로 집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제조 기반 없는 재생에너지 확장 우려

정부는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2035년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확정했다. 전력 부문은 2018년 대비 68.8~75.3%의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보급에 한층 속도를 낼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난해 말 기준 34GW였던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을 2030년까지 100GW, 2035년에는 150GW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10년 안에 재생에너지 비율이 3배이상 높아지는 셈이다.
설치량 100GW는 한국 전력믹스의 역사적 전환점이 될 수준이지만, 문제는 앞선 사례와 같이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국내 제조업이 중심이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와 같은 중국·유럽 중심의 수입 구조가 지속될 경우, 100GW 확대는 곧 ‘100GW 해외 의존’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태양광 셀과 풍력 터빈처럼 공급망의 핵심치를 이루는 산업이 무너지면, 한국의 에너지 전환은 기술·산업 경쟁력 측면에서 지속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태양광 고효율 셀 기술, 대형 해상풍력 터빈, 전력 변환 시스템 등 향후 에너지 시장을 주도할 기술경쟁력 확보는 제조 생태계와 R&D 기반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에너지 안보에도 위협이다. 재생에너지가 전력의 30~40% 이상을 담당하는 시대에 들어가면, 재생에너지 공급망은 곧 국가 전력 시스템의 핵심이 된다. 따라서 재생에너지 산업의 몰락은 에너지 안보 위험이 된다.
전력 인프라의 핵심 부품이 해외 공급망에 종속되면, 가격, 유지보수, 기술 업데이트, 부품 수급 모든 요소가 외부 리스크에 따라 흔들릴 수 있다. 이는 미래의 에너지 위기에서 한국이 심각한 취약성을 드러낼 수 있음을 의미한다.



제주시 한경면에 위치한 탐라해상풍력발전.뉴스1




에너지공기업 중심으로 국내 산업 육성 필요성

전문가들은 당장 중국·유럽산 재생에너지 기자재를 국산으로 전환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유럽산 풍력설비외에 중국산 태양광 설비 역시 가격이 저렴한 것은 물론 성능도 뒤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수익성이 우선인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에게 애국심만으로 외국산 제품을 배제하고 국산 제품을 사용하라고 강요하기도 어렵다. 또 단순히 국산제품 사용을 의무화할 경우 세계무역기구(WTO)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정교한 정책적 설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예를 들어 장기 유지보수·부품 수급 안정성을 평가기준에 넣을 경우 국산 제품의 가점이 높아질 수 있고, 태양광·풍력 산업을 전략제조업 지정하고,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와 같은 인센티브를 도입하는 방식 등이다.
에너지공기업 등 공공부문의 역할 확대 필요성도 제기된다. 한전을 비롯한 공기업이 재생에너지 보급 사업의 주도권 및 국내 장비 사용을 의무화하는 방식이다. 발전공기업 개편안에 논의되고 있는 재생에너지공기업이 주도하는 방식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단순히 국산 장비 우대 제도 및 기술 기준을 강화하면 WTO 규범 위반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정교한 정책설계가 필요하다"며 "부족한 해상풍력 실증시험장을 비롯해 국내 에너지공기업이 국산 장비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육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기후·환경과 에너지는 '동전의 양면' 같은 관계입니다. 에너지의 생산 방식에 따라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하거나, 반대로 기후나 환경의 변화가 에너지 수요와 공급에 영향을 줍니다. [이유범의 에코&에너지]는 서로 뗄 수 없는 관계인 기후·환경 및 에너지 이슈를 들고 매주 토요일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시면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mail protected] 이유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