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대목을 앞두고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부터 창작 연극까지, 규모를 막론하고 검증된 작품들이 다시 관객들을 만날 채비를 마쳤다. 중소극장 무대에서도 재연 작품의 컴백 시기가 예년보다 빨라지는 추세다. 검증된 콘텐츠의 흥행성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꾀하려는 움직임이다.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샘컴퍼니


올 연말 대극장 무대에서는 이미 관객들에게 사랑받은 바 있는 대형 라이선스 작품들이 연이어 재연된다. 유쾌한 모바일릴게임 웃음으로 온 가족을 사로잡았던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이미 지난 9월부터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해 3년 만에 관객을 만나고 있고, 화려한 볼거리와 탄탄한 서사를 갖춘 ‘물랑루즈!’는 11월 27일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3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다. 또 독특한 유머 코드가 돋보이는 ‘비틀쥬스’도 4년 만에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개막을 앞두고 있다.
사이다쿨바다이야기게임특히 눈길을 끄는 건, 중소극장 창작 무대에서도 검증을 마친 초연 작품들이 재연 무대로 대거 돌아온다는 점이다. 손평원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 ‘아몬드’(9월19일~12월14일, NOL유니플렉스 1관),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을 뮤지컬화한 ‘시지프스’(12월16~2026년 3월8일, 예스24스테이지)를 비롯해 ‘이터니티’( 오션파라다이스예시 12월27일~2026년3월15일, NOL유니플렉스1관) ‘존도우’(12월10일~2026년3월1일, NOL서경스퀘어) 등이 다시 관객을 맞이한다. 이처럼 중소극장의 재연 작품들은 잠재력 있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무대에 올려 창작 기반을 다지는 역할을 한다.
공연계가 이토록 재연에 의존하는 배경에는 현실적인 경제 논리가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바다이야기 제작비 규모가 큰 대극장 뮤지컬의 경우, ‘재연부터 수익화가 가능하다’는 말이 정설처럼 통용될 정도로 초연만으로는 제작비 회수가 극히 어려운 구조다. 높은 초기 투자 비용을 회수하고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위해서는 재연, 삼연 등 꾸준한 무대화를 통해 작품의 생명력을 연장해야만 한다.
창작 뮤지컬과 연극을 올리는 중소극장 역시 상황은 크게 체리마스터모바일 다르지 않다. 중소극장 공연은 상대적으로 제작비 부담이 적을 수는 있으나, 치열한 경쟁 속에서 관객을 꾸준히 유치하기 위해서는 ‘검증된 흥행성’이 필수적이다. 좋은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무대에 올려야만 제작사의 재정적인 안정화가 가능해지며, 이는 곧 다음 새로운 작품을 제작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 즉, 재연 작품은 제작 생태계의 지속 가능한 선순환 구조를 유지하는 핵심 동력인 셈이다.



뮤지컬 '아몬드' ⓒ라이브


특히 뮤지컬계는 재연작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는 것을 넘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확산하고 있다. 재연을 거듭하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관객 충성도를 확보하여 브랜드 가치를 극대화하려는 것이다. 이로써 해당 작품은 단순히 한 번의 흥행을 넘어, 제작사의 지속적인 수입원이자 자산으로 자리매김한다.
이미 대형 제작사들은 수많은 재연을 통해 작품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 상품성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는 향후 장기 공연이나 해외 시장 진출의 기반이 될 수 있다. 결국 재연작은 현재의 제작 안정화는 물론, 미래의 수익 창출을 위한 핵심 포트폴리오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공연계에서는 서울문화재단의 ‘재연을 부탁해’ 국립정동극장의 ‘창작ing’ 등 우수 창작 작품들의 재공연을 돕는 지원 프로그램들도 있다. 또 KT&G에서도 초연작은 물론 수정과 보완을 진행하려는 재연 작품까지 폭넓게 지원하는 ‘상상 스테이지 챌린지’를 진행하고 있다. 그만큼 재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것이다.
한 공연 관계자는 “초연, 즉 새로운 작품의 개발과 신진 창작자를 발굴하는 시스템이 중요한 것처럼 이들이 만들어낸 우수한 결과물을 지켜내는 것 또한 중요하다. 실제로 수많은 작품이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하고 사장되는 경우도 많다”면서 “재연은 단순히 한 번 올려진 작품을 다시 올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초연의 시행착오를 보완하고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기회가 되고 더 많은 관객과 소통하며 장기적 흥행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발판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