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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이랑 . 해놓아서 하는 반갑게 내가 가진2007년 한겨레경제연구소 설립을 함께 주도했던 고인(왼쪽 둘째)과 필자(넷째). 필자 제공


새벽 꿈에 김현대 선배를 만났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대화를 나누다가 문득, 그가 이미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깨달아 소스라쳤다. 짐짓 태연하게 물었다. “하늘나라는 어떠세요?” 그는 언제나처럼 싱긋 웃으면서 말없이 뒤돌아, 천천히 저 먼 곳으로 걸어가 버렸다. 그와의 마지막 대화였다는 생각에 아침 밥상머리에서 눈물을 쏟았다.
선배는 현장에서 답을 찾는 저널리스트였고, 한겨레경제연구소(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라는 실험을 가능하게 만든 경영자였고, ‘사회연대경제’라는 혁신적이지만 외롭던 아이디어에 살을 붙이고 생기를 더해준 동지였다.
핸드폰 연체 신용 외롭던 아이디어에 생기 더해준 사회연대경제의 동지이자 뒷배
“그래도 당신이 소장 맡아야제.”
2007년 한겨레신문사 전략기획실장이던 선배는 그날도 정겨운 대구 사투리만 남기고 돌아서서 갔다. 내가 ‘한겨레경제연구소 설립추진팀장’으로 재입사한 지 한달 남짓 지난 날이었다. 한겨레 기자를 그만두고 삼성경제연구 유진투자선물 소에 가 있던 나는 ‘한국형 독립 싱크탱크’를 만들겠다는 꿈을 갖고 선배의 설득에 넘어갔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당시 대표이사가 중도 사퇴를 선언하는 바람에 그 꿈이 좌절될 위기에 처해 있던 날이었다.
선배 본인이야말로 대표이사 사퇴 선언에 가장 혼란스럽고 경황이 없는 사람 중 하나였을 텐데, 그 와중에 나를 먼저 찾아와 안심시켰다. 며칠 kb학자금대출 뒤 대표이사가 없는 상태에서 한겨레경제연구소 설립 공고가 났고 서른다섯살의 내가 소장을 맡게 됐다.
선배는 끝까지 책임지는 사람이었다.



2007년 한겨레경제연구소 설립을 함께 주도했던 필자(왼쪽 둘째)와 고인(셋째) . 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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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는 연구소 가서 협동조합 연구하고 싶데이.”
선배는 사회연대경제의 동지였다. 경영진이던 선배가 연구소에 연구원으로 오고 싶다고 말했을 때, 사실 쉬러 오는 게 아닌가 의심했다. 결과적으로 선배는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협동조합을 연구했다. 우리나라 최초로 협동조합을 집중 취재해서 기사를 쓰고 대중서를 내 네이버 아파트매매 면서 연구소를 키웠다.
뒤이어 자원해서 농촌 전문 기자가 되어 농촌 현장을 누비고 농협의 구조를 파헤치며 농업·농촌의 대안을 고민했다. ‘사회적경제언론인포럼’을 만들어 사회적경제에 대한 언론의 관심을 키우고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결국 선배는 직접 농촌에 협동조합 주택을 지어 입주하고 뒤이어 진짜 농부가 됐다.
선배는 자기가 한 말을 정말로 실천하는 사람이었다.
구제역에 돼지 사체 나뒹굴어도 현장에서 답을 찾은 저널리스트
“내가 한겨레 1호 사원이데이.”
선배는 한겨레 사람이었다. 창간 시절 구독신청서를 들고 판촉을 다니던 모습을 늘 자랑했다. 신참 기자 시절, 선배는 경찰 기록에 기대는 대신 유치장에 들어가 원양어선 선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특종기사를 써냈다. 농촌 전문 기자가 되기로 결심한 뒤에는 돼지 사체가 나뒹굴고 역한 냄새가 나는 구제역 현장을 찾아다니면서 동물복지 관점을 담은 기사를 써내기도 했다. 난민과 이주노동자들을 직접 만나며 기사를 작성해 ‘국제앰네스티 언론상’을 받기도 했다. 힘든 일로 사직서를 제출했다가도 ‘한겨레 사람이 그리워서’ 다시 돌아오곤 했다. 그렇게 한 회사를 35년 동안 지키면서 대표이사까지 지냈다.
선배는 한번 발 디딘 땅을 끝까지 지키는 사람이었다.



2007년 한겨레경제연구소 설립을 함께 주도했던 필자(왼쪽 둘째)와 고인(셋째) . 필자 제공


“내는 무대에 사람을 올리는 사람이래이.”
선배는 늘 말했다. 돈보다 사람이, 권력보다 사람이, 어쩌면 일보다도 사람이 더 중요하다고. 아무리 좋은 일도 좋은 사람이 맡아서 하지 않으면 소용없다고 했다. 선배의 사랑을 받은 ‘좋은 사람’들의 마음에 한꺼번에 구멍이 났다.
사건의 중심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사람들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깨닫는다. 선배는 모든 일의 뒤에 서 있는 사람, 그리고 모든 일의 사이에 있는 사람이었다. 사람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읽고, 그들의 마음을 연결하는 매듭을 누구보다 잘 짓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선배는 직접 무대의 중심에 서지 않았다.
함께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나면, 선배는 돌아오면서 그 사람을 한마디로 정리하곤 했다. “외교관이네.” “운동가네.” “사업가네.”
아주 가끔 선배의 가장 큰 찬사가 나오곤 했다. “그 사람 진짜데이.”
경제연구소 설립 등 실험 주도하고 ‘사회적기업 한겨레’ 선언한 경영자
선배는 세상을 바꾸는 거인이었다. 한겨레신문사를 사회적기업이라고 선언했던, 앞서가는 경영자였다. 세상을 바꾸려는 좋은 사람들에게 돈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일을 하겠다며 사회가치연대기금 이사장을 맡은 사회연대경제의 뒷배였다.
동시에 선배는 우리의 가장 좋은 친구였다. 마음 아픈 일이 있을 때 누구보다 귀기울여 들어주던 상담사였고, 후배들의 이직과 전직에 손뼉을 치며 기뻐하던 선배였다. 그리고 그는 땀흘려 일해서 수확한 귤이 맛있다는 메시지를 보내면, 아이처럼 함박웃음을 짓던 제주도 귤밭의 순박한 농부였다.



고인은 땀흘려 일해서 수확한 귤이 맛있다는 메시지를 받으면, 아이처럼 함박웃음을 짓던 제주도 귤밭의 순박한 농부였다. 필자 제공


선배, 즐거웠고 감사했습니다. 선배가 맡았던 거인과 친구의 역할, 이제 우리가 나누어 맡을게요. 마지막 길에 형수님이 불러 주신 정호승 시인의 ‘봄길’이 사무칩니다. 선배야말로 ‘진짜’였습니다.
“보라/사랑이 끝난 곳에서도/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스스로 사랑이 되어/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이원재/전 한겨레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