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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은 섬과 바다가 어우러진 천혜의 풍경을 간직한 곳이다. 연홍도와 소록도, 그리고 남해 바다의 관문인 녹동은 저마다의 이야기와 매력을 품고 여행객을 맞이한다. 지붕 없는 미술관이라 불리는 연홍도에서는 골목과 해안을 따라 예술작품이 펼쳐지고, 한센병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소록도는 치유와 희망의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예부터 바다 교통의 요지인 녹동항은 지금도 활력이 넘치고 있다. 섬마을의 정취, 역사의 숨결이 공존하는 이곳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삶의 이야기를 만나는 장소다.




거금휴게소에 설치 적금 이자 높은 은행 된 높이 20m '꿈을 품다' 조형물


◆거금도서 만난 거인의 발자국
거금도로 들어가는 거금대교를 지나면 바로 오른편에 거금휴게소가 있다. 이곳은 거금도 둘레길의 출발지이기도 하다. 자전거를 빌릴 수도 있어 거금대교 아래 자전거 도로를 달려볼 수도 있다.

안산개인회생제도휴게소 간판보다 더 눈에 띄는 것은 커다란 거인이 하늘을 향해 손을 뻗는 듯한 20m 높이의 조형물이다. 2014년 지어진 이 조형물의 이름은 '꿈을 품다'로 거인은 고흥을, 하늘을 향한 손짓은 우주를 향한 염원을 뜻한다고 한다. 거인의 주변으로는 물결이 감싸는 형태로 오르막길이 있어 위에 올라가 거금대교의 모습이 한눈에 볼 수 있다.
이자율상한



김일기념관 전시실 내부


거금휴게소에서 차로 5분 거리에는 '박치기왕'으로 유명한 프로레슬러 김일의 고향 어전리 평지마을이 있다. 이곳에는 김일기념관과 김일기념체육관이 있는데 건물 앞 광장 가운데에는 김일 신용회복위원회 개인워크아웃 동상과 김일의 생전 레슬링 경기 모습을 재현한 작은 동상 4개가 함께 세워져 있다.
기념관 안에는 김일 선수의 생전 소지품들을 전시해 그의 삶을 재구성해 놓았다. 1929년 평지마을에서 태어난 김일은 1956년 일본으로 밀항해 역도산의 문하생으로 입문한다. 1958년 서른살에 첫 데뷔전을 치른 그는 1970년대까지 3천회가 넘는 경기를 새마을중앙회 채용 치르며 20여차례나 챔피언 방어전을 치르는 등 세계 프로레슬링 역사에서도 거물로 인정받고 있다. 1968년엔 프로레슬링 팬이던 박정희 대통령이 원하는 것을 묻자, 김일이 고향에 전기와 수도시설을 놓아달라고 해 금산면에 전기가 연결된 일화도 이다.

기념관에는 흑백으로 찍힌 그의 생전 경기 모습과 역도산 친필사인, 현역 시절 입었던 시합 가운 등이 전시돼 있다. 프로레슬링 링을 구현한 포토존도 있어 김일 모형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연홍도 골목길에 새겨진 벽화들


◆지붕없는 바다 위 미술관 연홍도
거금도 서쪽에 붙은 작은 섬 연홍도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김일기념관과 차로 5분거리인 신양선착장으로 가야 한다.
선착장 정면으로는 연홍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인다. 거리는 불과 500m 정도다. 연홍도는 양쪽 끝에 야트막한 산이 있고 섬 가운데가 움푹 들어간 형상인데, 그 뒤로는 금당도의 복개산 기암절벽이 마치 하나의 섬처럼 겹쳐 보인다. 선착장에서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가까운 배천마을과 언덕의 풍경도 한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이곳 선착장에는 별도의 매표소가 없다. 연홍도로 가는 배는 하루 8번 있는데, 배에 타면서 왕복 5천원의 요금을 내고 표를 받는 방식이다. 거리가 하도 가깝다 보니 시간이 되면 연홍도에서 출발하는 배도 훤히 보인다. 물살을 가르며 신양선착장에 도착하는 시간은 2분 남짓, 손님을 태우고 다시 돌아가기까지 5분이 채 안 걸린다.
손님 대부분은 육지에 볼일 보러 나왔던 주민들이다. 배에서 내린 주민들은 익숙하게 스쿠터를 타고 선착장을 빠져나간다.
연홍도는 지붕없는 미술관으로도 불리는 섬이다. 마을 골목 곳곳에는 벽화가, 해안에는 각종 조각들이 전시돼 섬 전체를 거대한 캔버스로 만들었다.
짧게는 1시간 30분, 길게는 2시간 30분이면 섬을 여유있게 둘러볼 수 있다. 선착장에서 나와 왼쪽으로 걸으면 연홍도 커뮤니티 센터가 나오는데 그 앞 골목길을 통해 연홍도 남쪽의 '아르끝 둘레길'로 향한다. 골목길 입구에는 박치기왕 김일과 연홍도 출신 프로레슬러인 백종호와 노지심의 벽화가 그려져 있다. 백종호와 노지심 모두 김일의 문하생인데 고흥에서도 이 작은 연홍도 출신이란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백종호는 영화 '반칙왕'의 실제 모델로도 유명하다.
골목길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울창한 숲길인 '아르끝 둘레길'이 나타난다. 기껏 섬에 왔음에도 주변의 바다 풍경을 볼 수 없어 아쉬울 찰나, 마른 솔잎 사이에 솟아난 버섯과 그 옆을 지나가는 작은 벌레가 눈에 띄었다. 바닷가에서나 보던 갯강구다. 저 작은 몸으로 어떻게 여기까지 올라왔을까. 조금 더 걷다 보니 이제는 빨간 몸통의 붉은발말똥게 두 마리가 앞을 지나간다.

바다생물들과 뜻밖의 조우를 마치고 20여분을 걸어 아르끝 둘레길을 벗어난다. 다시 골목길을 따라 연홍도 서쪽 해변으로 나서면 작은 포구와 함께 맞은편 금당도의 복개산 절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연홍도 서쪽 해변에서 바라본 금당도 복개산


바닷길을 따라 여러 포토존을 구경하다 보면 어느 새 연홍미술관 앞에 도착한다. 미술관 맞은편 해변에는 앙상한 물고기 뼈대 모양의 구조물이 설치돼 있다. '은빛 물고기'라는 이 작품은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서 어부 산티아고가 며칠간의 사투 끝에 잡은 청새치를 표현했다.
연홍미술관은 1998년 폐교된 분교를 개조해 2006년 미술관으로 개관했다. 미술관과 함께 갤러리카페를 운영하고 있어, 섬을 찾는 방문객들에게는 소중한 휴식 공간이기도 하다. 미술관에서는 경남 김해의 원로작가인 서영화가 박영호의 19번째 개인전이 열리고 있었다.
미술관을 나선 후 섬 북쪽으로 그대로 발을 옮겨 '좀바끝 둘레길'로 향한다. 이전 둘레길보다는 조금 더 걷기 편한 길이 이어지고 중간에는 배롱나무와 백일홍나무도 잔뜩 심어져 있다. 6각 정자 모양의 해안전망대에 올라서면 금당도와 득량만 바다의 시원한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둘레길에서 되돌아온 후 섬 동쪽의 해안 둘레길을 따라 선착장으로 돌아간다. 이곳 역시 바다를 배경으로 여러 동상과 포토존들이 있어 중간중간 발을 멈추게 만든다.

들어올 때처럼 섬을 나가는 것도 금방이다. 연홍도에서 2분 만에 신양선착장에 도착해 뒤를 돌아보면, 두시간 동안 돌아다닌 연홍도 섬 곳곳이 이제는 훤히 들여다보인다.




국립소록도병원 한센병박물관 전경


◆섬에 새겨진 아픔과 치유의 흔적
다음 목적지는 거금도와 녹동 사이에 있는 소록도, 정확히는 국립소록도병원이다. 소록도는 전 지역에 걸쳐 한센병 주민들의 치료 및 생활공간이 있어 일반인들의 출입이 제한된다. 오직 한센병박물관과 중앙공원만 출입이 가능하며 주차장에서 해안의 소나무 숲길을 따라 10여분을 걸어야 한다.
더없이 조용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소록도지만 이곳에는 많은 한센인들의 아픔이 묻혀있다.
국립소록도병원은 1916년 일제강점기에 '소록도자혜의원'으로 최초 설립됐으며 이후 소록도갱생원, 중앙나요양소 등으로 명칭이 변경되다 1982년 현재의 명칭으로 불리게 됐다.
한센병은 나균에 의해 발생하는 감염성 질환으로 병이 악화되면 신체가 썩어 문드러진다. 현재는 의학의 발전으로 완치가 가능해졌으나 과거에는 불치병이라는 낙인으로 인해 한센인들은 사회로부터 격리돼 지낼 수밖에 없었다.
2009년 소록대교가 개통하며 외딴 섬이던 소록도도 이제는 육지와 연결돼 많은 이들이 오가고 있다.
소록도박물관은 병원 개원 100주년을 기념해 2016년 개관했으며 소록도 사람들의 삶의 흔적과 한센병 극복을 위한 여러 노력을 담아낸 공간이다.
개인 치료용 칼, 단추 끼우개, 국자, 냄비 등 여러 생활 유품들이 전시 중인데, 모두 소록도에 수용된 한센인들이 치료와 생활을 위해 스스로 제작한 도구들이다. 열악한 치료시설, 부족한 물자, 강제노역 등 당시의 고립되고 처절했던 상황 속에서도, 그들만의 방식으로 만들어 낸 지혜의 산물이다.
박물관을 나선 후 병원 본관 뒤쪽으로 이동하면 소록도 중앙공원이 나온다. 이곳 중앙공원은 환자들을 위한 산책지로 가꿔오던 것을 1936년 대유원지로 만들어 준공됐다. 이후 기암괴석과 나무들을 가져와 1940년 대공원으로 확장했다.

중앙공원은 현재까지도 한센인과 국립소록도병원의 임직원, 방문객들에게 생태체험과 치유의 공간으로 쓰이고 있다. 여러 기념비와 조각들은 소록도의 역사와 문화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마리안느와 마가렛 기념공원 전망대


◆바다에 담긴 역사를 내려다 보다
소록도를 지나 소록대교 오른편에는 40여년이나 한센인들을 위해 봉사한 마리안느와 마가렛을 기념하는 장소가 있다. 과거 녹동휴게소와 전망대가 있던 이곳은 2019년부터 마리안느와 마가렛 나눔연수원과 기념관, 기념공원으로 바뀌었다.
오스트리아 국적의 마리안느 스퇴거와 마가렛 피사렉은 '큰 할매'와 '작은 할매'로 불리며 40여년간 한센인들을 보살핀 인물들이다. 이곳 기념관은 두 사람의 헌신적인 삶과 봉사활동을 알리기 위해 설립됐다.
이들은 단순히 간호사로서 봉사한 것뿐만 아니라 당시 열악했던 한센인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고국으로부터 많은 지원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영아원과 결핵병동, 정신병동, 목욕탕 등 소록도의 일부 시설과 주변 병동은 오스트리아 가톨릭 부인회의 지원으로 세워진 건물들이다.

기념관 옆 오르막길을 10여분 정도 오르다 보면 마리안느와 마가렛 기념공원과 전망대가 있다. 이곳 전망대에 오르면 과거 소록도에 들어가기 위해 배를 타야 했던 녹동항의 모습부터, 소록대교, 소록도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마라안느와 마가렛 기념공원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소록대교


전망대에서 내려와 녹동항으로 이동해 본다. 남해 바다 끝자락에 위치한 녹동항은 1970년대부터 수산업을 중심으로 발전한 해양 교통의 요지다. 맛있는 장어요리를 맛볼 수 있는 장어거리와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인공섬 '바다정원'이 있고, 여객선 터미널을 통해 제주도로도 갈 수 있어 많은 이들이 녹동항에 들르고 있다.

녹동은 남쪽으로는 소록도와 거금도가, 서쪽으로 득량만이 있어 과거에도 중요한 요충지였다. 현재 녹동수협 공판장 맞은편의 낮은 야산에는 성벽이 둘러쳐져 있는데 이곳은 조선시대 군사 요새로 쓰인 '녹도진성지'다. 1490년(성종21년)에 축조됐고 객사, 동헌, 군관청, 관청, 군기고 등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녹도진성 성벽


녹도진성 안에는 녹도만호로 순절한 충렬공 이대원과 충장공 정운을 배향한 쌍충사가 있다. 서원 철폐령으로 닫혔다가 1957년 복원됐다.
이대원은 1586년 녹도만호가 됐고 이듬해 왜구들이 여수를 점령한 정해왜변에서 순절했다. 정운은 1591년 녹도만호가 되고 이듬해 임진왜란을 맞이해 이순신 휘하에서 활약한다. 옥포에서는 왜선 30척을 노량진에서는 13척을 격파하는 공을 세웠으나 부산포 해전에서 선봉에서 싸우다 적의 대표를 맞아 전사했다.
쌍충사 옆 공원에는 두 장군의 동상이 녹도진성 성벽 아래로 자신들이 지키려 했던 남해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다.
글·사진=임창균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