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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신라호텔은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발단은 9월11일 주한 중국대사관이 신라호텔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에 호텔 전체 대관이 가능한지 여부를 문의하면서부터다. 신라호텔은 중국대사관의 대관 수주를 결정했고, 이 기간 결혼식이 예정됐던 고객들에게 예약 취소를 통보했다. 신라호텔은 "국가 행사가 결정돼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계약서 약관에 따라 국가 행사는 위약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는 점도 안내했다. 대신 갑자기 피해를 본 예비 신혼부부에게 예식비 전액을 지원한다는 방침을 전달했다.
9월27일 중국대사관은 신라호텔에 다시 연락해 대관 취소를 통보했다. 이에 신라호텔은 부랴부랴 취소 통보 고객들에게 예정대로 예 마인크래프트 통합 식을 진행할 수 있음을 다시 알렸다. 이 과정에서 신라호텔은 중국대사관으로부터 예약금을 받지 않았다. 예약금도 없이 예약이 가능했던 이유는 양측의 깊은 인연 때문이다. 한중 수교 이후 한국을 처음 방문했던 중국 국가주석은 장쩌민이다. 당시 장쩌민이 묵었던 곳이 신라호텔이다. 그 뒤 한국을 방문했던 중국 국가주석과 총리는 모두 신라호텔에서 숙박했다.
수습기간 급여2014년 7월3일 국빈방문을 했던 시진핑 주석도 마찬가지였다. 이뿐만 아니라 중국대사관은 10월1일 국경절 경축 리셉션을 2005년 이래 신라호텔에서 개최했다. 중국대사관이 신라호텔을 항상 선호했던 배경은 분명하다. 신라호텔은 서울의 대표적인 특급호텔이고 대규모 행사와 연회를 치를 수 있는 영빈관, 대연회장 등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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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13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베이징 국가회의센터에서 열린 세계 여성 지도자 회의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Xinhua 연합
중국 측의 신라호텔 전체 대관 급취소에 '술렁'
이번에 파장이 컸던 축협 데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중국대사관이 대관을 취소하면서 한국 정치권과 언론계 일각에서는 시진핑의 방한이 어려워진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 첫째, 10월 중국의 정치 및 외교 일정과 관례에 따라 시진핑이 한국을 방문해야 한다. 10월20일부터 23일까지 베이징에서 중국공산당 최고권력기구인 중앙위원회의 제4차 전 체회의(4중전회)가 개최된다. 4중전회는 공산당 최고지도부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7명과 이들을 포함한 24명의 정치국원이 반드시 참석한다.
이번 4중전회에서는 내년부터 시행할 제15차 5개년 계획이 마련된다. '중국제조 2025'를 잇는 새 제조업 발전 전략도 수립한다. 10월7일 중국 당국은 권력서열 2위인 리창 총리가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리창은 당·정부 대표단을 인솔하고 10월9일부터 2박3일 동안 북한에 머물렀다. 이는 9월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중국 전승절에 참석한 데 대한 답례 성격이다. 중국의 관례상 한국을 배려하지 않고 리창을 다시 APEC 정상회의에 참석도록 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둘째, 시진핑은 2012년 11월에 집권한 이래 개최됐던 APEC 정상회의에 모두 참석했다. 2013년 인도네시아 발리를 시작으로 2018년 파푸아뉴기니 포트모르즈비까지 꼬박꼬박 찾았다. 2019년에는 칠레의 대규모 시위 사태로 취소됐고, 2020년과 2021년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화상회의가 열렸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시진핑의 첫 해외 방문은 2022년 9월 우즈베키스탄에서 개최된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였다. 그다음이 11월에 열린 APEC 태국 방콕이었다. 시진핑은 202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2024년 페루 리마도 찾았다.
반면 주요 20개국(G20)이나 브릭스 정상회의에는 총리가 여러 차례 참석했다. 최근 사례를 보면, 2023년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G20과 올해 7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최된 브릭스 정상회의에는 리창이 참석했다.
셋째, 시진핑은 트럼프 대통령을 부끄럽게 할 수 없다. 9월19일 트럼프는 트루스 소셜에 "시진핑과 한국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서 만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시진핑과 전화통화를 한 직후였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이를 공식 확인하지 않았다. 만약 한국에서 트럼프와 시진핑이 회담한다면, 트럼프의 집권 2기 출범 이후 처음이고 2019년 일본 오사카에서 열렸던 G20 이후 6년여 만이다. 트럼프는 트루스 소셜에 가짜뉴스, 과장된 정보, 왜곡된 주장 등을 자주 올린다. 미 언론이 '세계에서 가장 큰 권력을 가진 허위 정보 생산자'라고 비판할 정도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국과 관련된 언급은 신중한 편이다. 게다가 미국은 지난 7월부터 트럼프의 10월 아시아 순방을 준비했다. 이번에 트럼프는 한국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와 일본을 방문한다.
10월26∼28일 쿠알라룸푸르에서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린다. 지난 7월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는 "트럼프가 아세안 회의 참석을 확정했다"고 일찌감치 공언했다. 9월말 일본 언론은 "트럼프가 일본을 방문하는 일정을 조율 중이다"고 보도했다. 애초 미국은 트럼프가 경제인을 대거 대동하고 중국을 방문하는 계획을 추진했으나 무산된 바 있다. 그 배경은 미·중 무역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 협상 대표인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이런 사실을 인터뷰에서 밝혔다.
베이징 국제 회의엔 서방 정상들 불참
따라서 한국 입장에서는 시진핑의 불참을 걱정하기보다 한중 정상회담을 더욱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APEC에 임하는 시진핑의 자세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9월30일 국경절 경축 리셉션에서 시진핑은 이전과 달리 공산당과 중국이 거둔 업적에 대한 자랑을 대폭 줄였다. 대신 "100년 만의 변화가 가속하는 국제 형세에서 우리는 진정한 다자주의를 실천하고 각국과 함께 인류 운명공동체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과 치열한 무역 협상을 벌이는 와중에 우군 확대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APEC은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좋은 국제 무대다. 트럼프의 2기 집권 이후 처음으로 시진핑과 서방 정상들이 함께 자리하는 다자회의이기 때문이다. 시진핑은 8월30일 톈진에서 열린 SCO 정상회의와 뒤이어 베이징에서 개최된 전승절을 통해 수많은 외국 정상을 중국으로 끌어들였다. 하지만 서방 정상은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중국은 활발한 다자외교를 통해 동맹국이 거의 없는 약점을 극복하고, 무역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서열 2위 리창을 북한에 보내 기존의 동맹도 각별히 챙기고 있다.
이를 통해 중국은 미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를 빠르게 낮추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됐던 2018년 중국 전체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9.1%에 달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14.7%로 낮아졌고, 올 상반기엔 11.9%로 급락했다. 반면 올 상반기 아세안(13.0%), 유럽(6.6%), 중남미(7.2%), 아프리카(21.6%) 등 다른 지역에서 높은 수출 성장세를 달성했다. 그렇기에 시진핑은 이번 방한을 통해 사드(THAAD) 배치 이후 한국과 껄끄러웠던 관계를 한한령의 완전한 해제라는 선물을 안겨주면서 종식시킬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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