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급 이상 고출력 에너지를 쏘는 ‘아이언빔’의 레이저 발사 유닛. /라파엘시스템스 제공
이스라엘은 올해 1분기 3.5%(연율 환산)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 7, 8월 산업생산은 전년 대비 각각 10.5%, 5.5% 증가했다. 컴퓨터, 전자광학장비 등 방위산업이 이끄는 하이테크 수출 호조 덕분이다. ‘아이언돔’과 ‘아이언빔’ 제조사인 라파엘어드밴스트디펜스시스템스는 이 같은 이스라엘의 기적을 이끄는 주역이다. 9월 텔아비브에서 한국 언론과의 첫 인터뷰에 응한 요아브 투르게만 라파엘시스템스 최고경영자(CEO)는 “레이저 한 발 발사 비용이
3달러에 불과한 아이언빔을 연말에 실전 배치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성공을 가능케 한 것은 ‘디펜스테크의 상업화’를 추구하는 이스라엘의 ‘듀얼 유스(dual use)’ 전략이다. 요격률 99%에 달하는 아이언돔의 알고리즘은 전력망 최적화 시스템인 ‘스마트그리드’에도 적용된다. 이스라엘은 인공지능(AI)을 실제 전쟁에 가장 먼저 적용한
나라다. 이스라엘 최대 민간 방산업체인 엘빗시스템스만 해도 엔지니어 대부분이 예비군이다. 전장 데이터를 AI 등 첨단 기술에 적용하는 데 최적의 조건을 갖춘 것이다.
투르게만 CEO는 ‘미래 전장’의 핵심 기술로 “레이저와 극초음속 방어시스템, 모든 무기를 아우르는 AI 기반 자율 무기체계”를 지목했다. 사이버전까지 포함한 ‘다영역 포화공
격’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실전서 데이터 학습한 '아이언돔'…로켓·드론·미사일 등 1만발 요격4차례 전쟁에도 경제성장 이뤄…"디펜스테크의 낙수 효과 덕분"
아이언돔’ 개발사인 라파엘어드밴스트디펜스시스템스를 방문하기 위해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도착한 건 지난 9월
16일이었다. 휴전 이전의 텔아비브 시내에서 공습 사이렌은 일상이나 다름없었다.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 최초로 응한 라파엘의 요아브 투르게만 최고경영자(CEO)는 “현대전이 로켓, 드론, 미사일뿐 아니라 사이버 등 여러 영역에서 동시다발적 공격을 가해 방어시스템을 무력화하는 ‘다영역 포화공격’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아이언돔이 지켜주는 이스라엘은
경제 활동을 정상적으로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올 1분기에 3.4%의 경제 성장률을 달성했다. 디펜스테크의 낙수 효과 덕분이다. 국영 기업인 라파엘과 이스라엘항공우주산업(IAI), 미국 나스닥 상장사 엘빗시스템스 등 ‘빅3’가 미국, 유럽과 함께 첨단 무기를 공급하면서 부를 창출하고 있다. 아이언돔만 해도 미국 레이시온과의 협업으로 미국 현지에서 제조되고 있다. 애로 미사일 방어체계의 해외 파트너 역시 미국 보잉이다.
미·유럽과 첨단 무기 공동 개발
미사일 요격 성공률 86%, 드론·로켓 요격 성공률 99.9%. 이스라엘 국방부·방위군(IDF) 공동 산하기관인 국방연구개발국(DDR&D)이 6월 이란과 분쟁을 벌인 12일간 집계한 이스라엘 방공망(애로, 다윗의 돌팔매, 아이언돔)의 성과다. 이샤이 코언 DDR&D 기획조정본부장은 “4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개발을 마치고 지금까지 드론과 로켓을 1만 건에 가까이 요격하며 방공망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꿨다”며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방공망을 통해 이스라엘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갖지 못한 막강한 전장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아이언돔의 지휘통제·전투관리(BMC) 시스템은 레이더가 감지한 모든 비행체(최대 1000기)에 대해 인공지능(AI)이 초 단위로 비행 궤도와 치명도, 예상 낙탄 지점을 분석하고 주요 시설과 주거 지역에 떨어질 로켓 등만 골라 요격 대상을 제시한다. 투르게만 CEO는 “군당국과의 소통 채널을 통해 데이터를 흡수하면서 성능을 개선하고 있다”며 “‘사용, 학습, 업그레이드’의 선순환이 아이언돔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은 방어망을 업그레이드할 게임 체인저로 ‘아이언빔’에 주목하고 있다. 이스라엘에는 값싼 로켓과 드론을 사용하는 하마스·헤즈볼라와의 ‘교환비’가 늘 고민거리다. 아이언돔의 타미르 미사일은 1기당 5만달러로 다른 요격용 미사일의 10분의 1 가격에 불과할 정도로 저렴한 편이지만, 하마스나 헤즈볼라의 로켓은 수십만원이면 조달할 수 있어서다.
‘다영역 포화공격’에 맞설 비장의 무기
이스라엘은 아이언돔을 실전에 배치했을 때부터 이 점에 주목했다. 이스라엘이 고에너지레이저(HPL) 개발에 착수한 건 2010년께다. HPL의 최대 난관은 사거리가 멀어질수록 빛이 퍼지는 현상(회절현상)이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위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국내 방산업계 관계자는 “현존하는 레이저 방어무기 대부분은 안개만 껴도 위력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이언빔의 핵심은 수백 개 레이저빔을 하나로 합쳐 안개 등 대기 간섭을 뚫고 에너지를 집중시키는 ‘적응 광학’ 기술이다. 또 빛의 왜곡을 센서로 실시간 측정하고 내부에 있는 수많은 작동기가 거울을 미세하게 조절하면서 왜곡을 상쇄하는 각도로 레이저를 발사해 위력의 감소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최근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효과적인 요격이 가능해졌다. 투르게만 CEO는 “AI를 활용해 어디를 어떻게 요격할지 결정해 ‘부수적 피해’를 최소화한다”고 밝혔다. 드론이나 로켓의 가장 취약한 지점을 노리고 파편이 도심에 떨어지지 않도록 최적의 요격 지점을 계산한다는 설명이다.
아이언빔은 기존에 공급된 세계 각국의 레이저 방어체계보다 다섯 배 먼 10㎞ 거리에서도 ‘동전’만 한 면적에 빛을 집중시켜 드론과 로켓을 2초 안에 뚫어낼 수 있다. 발사 비용도 한 발당 3달러에 불과하다. 투르게만 CEO는 “무제한 탄창을 제공해 값싼 위협에 대응하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언빔은 연말께 이스라엘 방위군이 공식적으로 실전에 배치할 예정이다. 코언 본부장은 “이미 소형 HPL 수십 대를 실전에 투입해 로켓, 무인기, 박격포탄을 요격해왔다”며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단계”라고 자신했다.
텔아비브·하이파=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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