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 이식은 3~4 시간, 신장 이식은 2시간 정도 걸린다. 오후 1시쯤 수술이 끝난 뒤 환자 회복 상태를 확인하고 환자가 중환자실로 옮겨질 때까지 기다린다. 오후 1시 반이 되면 잠시 점심을 먹고 오후 2시부터는 오후 병동 회진이 이어진다.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계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양산부산대병원 최병현 교수는 2015년 3월 '간담도 췌장 수술 및 이식 외과'에 부임했고 8년 만에 췌장이식 100례를 달성했다. 국내 최대 규모 서울아산병원에서 그의 스승이 곱절 이상 기간에 이룬 실적이다. 그는 세계 최초로 췌장 이식 때 '문맥의
대동맥 패치를 이용한 연결법'을 개발해 수술 시 혈전을 방지하고 재수술 비율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그는 인턴 동기 중 가장 먼저 외과를 택했다. 자신의 손이 외과 수술에 적합하다는 것에 멋진 외과의사가 될 확신을 일찍 가졌고 직접 자신의 손으로 환자를 살리는 외과가 좋았다고 한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수련의와 전임의 과정을 모두 마친 뒤
고향의 모교 대학병원으로 복귀했다.
그의 일과는 대개 새벽 5시에 일어나 병원 앞 공원을 달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달리기를 시작한 것은 2024년 8월 15일 황영조 선수의 영상을 우연히 보고서였다. 한 달에 150~200km 정도 달린다. 시간 날 때 마다 근육 강화 운동과 유연성 운동을 한다. 7시에는 병원에서 진료 팀 회의를 열고
8시에는 병동 회진, 30분 뒤에는 수술 전 환자 의무 기록을 확인한다. 9시에는 수술 준비를 한다.
췌장 이식은 3~4 시간, 신장 이식은 2시간 정도 걸린다. 오후 1시쯤 수술이 끝난 뒤 환자 회복 상태를 확인하고 환자가 중환자실로 옮겨질 때까지 기다린다. 오후 1시 반이 되면 잠시 점심을 먹고 오후 2시부터는 오후 병동 회진이 이어
진다. 잠시 숨 돌릴 틈조차 없다.
이식 수술을 위한 장기는 응급 정도가 높은 심장과 폐 등은 전국에서 가장 위중한 환자에게 우선 분배된다. 췌장, 신장 같이 비교적 응급 정도가 낮은 장기는 권역 별로 나뉘어진 해당 권역 내에서 우선 분배한다.
최 교수가 장기를 가지러 갈 때에는 보조 의사 혹은 간호사 등의 보조 인력
과 함께 이동한다. 적출한 장기를 담아 오는 데 필요한 물품과 아이스박스를 들고 간다. 이동 시 보통은 기차를 탄다. 그러나 추석이나 구정 등 도저히 기차표를 구할 수 없을 땐 헬기를 이용한다.
장기 적출은 상황별로 다르다. 뇌사자가 젊으면 심장과 간, 폐, 췌장, 신장을 다 적출한다. 각각의 병원이 가진 요구가 다르기 때문에 뇌사자 병원에 도착한 여러 병원 이식팀 간 조율에도 시간이 걸린다. 모든 장기를 얻을 때에는 뇌사자 수술에만 4시간 이상 걸리기도 한다.
뇌사자가 생기면 며칠이고 밤을 새우다시피 일해야 한다. 이식이 있는 날은 잠과 식사 시간을 별도로 비우기도 쉽지 않다. 필자가 그를 만나러 갔을 때에도 그는 목요일 밤, 금요일 새벽, 토요일 내내 이식 수술을 해서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최근 그는 이식할 췌장을 구하기 위해 오전 9시쯤 병원에서 구급차로 출발해 4시간 뒤 다른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오후 1시경 뇌사자의 몸에서 췌장을 적출하는 수술을 시작했다. 2시간 뒤에 적출한 장기를 들고 헬기에 올라 다시 병원에 돌아 온 것은 오후 4시. 두 병원 간의 거리는 편도로 230km, 갈 때 고속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 국도로 돌아갔다. 장기 적출 후 시간을 지체할 수 없어 119에 소방 헬기를 요청했다. 헬기를 타고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췌장 이식 수술에 들어갔다. 수술 시간은 4~5시간 걸려 저녁 9시쯤 수술을 마쳤다. 수술 후 관리까지 다 마치면 훌쩍 하루가 지나고 만다.
밤을 새워 구급차로 편도만 350여 km 거리를 4시간 동안 달리기도 했다. 갈 때도 구급차로 이동했으니 왕복 700km가 넘는 거리다. 지난 10여 년 동안 헬기는 3, 4번 탔다.
신장 이식용 장기는 뇌사자 병원에서 적출해 주고, 간호사가 가서 받아온다. 최 교수로선 췌장이식 때보다 부담이 훨씬 줄어든다. 그러나 뇌사자가 발생한 병원이 신장 이식을 하지 않는 병원이거나 자기 병원에서 뇌사자가 발생하면 최 교수가 직접 신장 적출 수술을 한다.
이식 수술과 이식할 장기를 뇌사자로부터 적출해 오는 일부터 이식하고 이식 후 치료까지 그 책임은 고스란히 최 교수 한 사람의 몫이다. 부산대병원에서 그가 유일한 췌장과 신장 이식 전문 의사이기 때문이다. 외래 진료와 수술에, 학회 참가에 병원 보직까지 맡아 눈코 뜰 새가 없다. 동료 교수가 2, 3명 정도 더 있으면 좀 더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겠지만 10년 넘게 그는 혼자다.
대학병원 교수는 연구와 진료를 동시에 해야 한다. 무엇보다 자신의 진료 경험을 나누고 앞선 수술과 치료법을 공부하는 국내외 학술 행사에 빠져서는 안된다.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점검 받는 기회이기도 하다. 최 교수는 올해 이탈리아 피사에서 열린 세계 췌장췌도이식학회에 다녀왔고 중국 우한의 학회에서 초청 특강을 했다. 한 해 3, 4회 국내 학회도 참석한다.
이식 전문의사의 서울 집중화에 설상가상으로 지난 의정 사태 때 지방 대학병원의 의사들이 대거 병원을 떠났다. 수련의들의 조력에 의존하던 일에 공백이 생겨 일이 힘들어진 데다 2차 종합병원 등에서 수요가 늘어서다. 대학병원보다 훨씬 높은 급여도 그들이 떠난 이유다.
"이식 전문의들을 몽땅 한 병원에 몰아넣으면 모든 이식이 한 병원에서 가능하다. 이식 전문의가 줄어들면 싫든 좋든 그렇게 될 것이다. 노르웨이에선 오슬로대병원 한 군데서 모든 이식을 한다. 우리도 국립장기이식전문병원을 만들어 빅 5 병원과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세종시와 같은 국토의 중앙에 두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최 교수의 전망이자 제안이다.
최 교수의 일상과 비슷한 의대 교수들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최 교수의 일상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그가 지금처럼 버티는 것이 그다지 더 오래갈 수 없고, 지금의 그의 어깨에 조금의 부담이라도 더 한다면 쓰러져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다. 그동안 살얼음판 같은 우리 의료계가 의정 사태를 겪으며 구조적으로 무너져가고 있다. 보다 근본적인 한국 의료에 대한 성찰과 현장 중심의 문제 해결책 제시가 시급하다. 탁상공론하며 허비하는 이 순간에도 주춧돌은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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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출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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