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대전 중구 인근에 조성된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 위에 차량들이 줄지어 길을 가로막고 있다. 사진=권오선 기자
10일 대전 유등천으로 이어지는 연결 구간에는 턱이 높게 조성돼 있었다. 사진=권오선 기자.
[충청투데이 권오선 기자] "지금처럼 보행자 겸용도로를 계속 쓰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건 확실합니다."
10일 오후 5시 30분경.
하천을 따라 이어진 길엔 자전거와 달리기를 하는
시민이 각자의 전용도로 위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자전거도로 인근 벤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최명호(58) 씨는 "대전은 하천을 따라서 자전거도로가 잘 조성돼 있어 정말 좋은 것 같다"며 "그렇지만 도심으로 들어가면 사람과 부딪힐 뻔하는 위험한 상황도 자주 겪어 나도 천천히 지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러나 도심 방향으로 이어지는 발길을 옮기자 분위기는 달라졌다.
연결도로를 지나자 보행자와 자전거를 구분하는 차선조차 보이지 않았다.
어떤 자전거가 빠른 속도로 인파를 가르며 지나가려 하자 한 시민은 놀란 듯 몸을 피하기도 했다.
버스정류장과 맞닿은 구간은 더욱 혼잡했다.
좁은 보도에 보
행자, 자전거, 버스 이용객이 동시에 오가며 혼선을 빚었다.
보도에서 만난 황진성(35) 씨는 "길을 걷다 자전거가 갑자기 옆을 스치면 깜짝 놀란다"며 "속도를 전혀 줄이지 않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그는 "차라리 자전거를 도로 끝으로 다니게 하거나 보행자와 자전거 공간을 확실히 나누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10일 유등천에서 용문역 1번출구까지 자전거로 주행해본 결과 평균 시속 7~8㎞로 나타나면서 전용도로(10~12㎞)에서 주행했을 보다 현저히 느렸다. 사진=권오선 기자.
대전시 전체 자
전거도로 중 약 85%가 보행자겸용도로인 만큼 도심 구간에선 속도를 내기 어려웠다.
자전거 전용도로가 조성돼 있는 유등천에서 도심지인 용문역 1번 출구까지 직접 자전거로 이동해봤다.
골목길과 횡단보도를 지날 때마다 안전을 위해 속도를 줄였고, 보행자가 보이면 멈춰섰다.
같은 구간을 다섯 차례 반복한 결과 평균적으로 시속 7~8㎞를 보였다.
반면 삼천교 인근 자전거 전용도로를 같은 방식으로 이동했을 때에는 시속 10~12㎞로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출퇴근 시 자전거를 이용한다는 민경덕(44) 씨는 "가끔 자전거를 타고 대전천과 유등천을 따라 출퇴근할 때가 있다"며 "그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확실히 전용도로냐 겸용도로냐에 따라 속도 차이가 큰 것 같아 도심에도 그런 도로가 조성됐으면 한다"고 의견을 내놨다.
10일 대전 유등천 일대에는 자전거 전용도로와 함께 하천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연결 구간이 조성돼 있었다. 사진=권오선 기자.
지하 환풍구와 변압기가 를 가로막아 자전거 주행 흐름이 자주 끊어졌다.
특히 주차된 차량이 겸용도로 가운데를 점령한 구간도 있었다.
경계가 모호한 길 위에서 자전거 이용자와 보행자는 불안한 동선을 공유하기도 했다.
일부 구간에서는 차도 가장자리에 자전거 차선이 조성돼 있었지만 몇 미터 지나지 않아 다시 보도로 이어졌다.
삼천교 앞에서 만난 A(28) 씨는 "외국 차도에는 자전거만 지나다닐 수 있는 도로가 있고 차선봉도 세워 안전성도 지키는 걸 유튜브에서 본 것 같은데 그런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고 제안했다.
권오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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