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국무총리가 1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회의 공개 범위에 대해 조율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 지시로 ‘헌법존중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 설립이 추진되자 공직사회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TF를 통해 49개 중앙행정기관을 대상으로 12·3 비상계엄에 가담한 공무원을 조사하기 시작하면 공직사회가 자칫 ‘무차별 고발장’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12일 관가에 따르면 공직사회는 벌써부터 ‘제보를 통한 조사’ 방침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 국무총리실은 이번 TF가 총리실이 총괄하는 TF와 기관별 TF 이중 구조로 운영되도록 지시했다. 총리실 총괄 TF에서 내란행위 제보센터를 운영하는 동시에 기관별 TF도 제보센터 또는 제보창구를 반드시 운영해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부부처 관계자는 “누군가가 조사를 받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밝혀져 업무에 복귀하면 그 사람 심정이 어떻겠느냐 ”며 “공직사회에 분란과 불신만 조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의 분위기는 더욱 뒤숭숭한 것으로 전해졌다. 12·3 비상계엄의 진원지 격인 군은 현재 ‘역대급’ 규모의 중장급 인사를 눈앞에 두고 있다. 국방부는 대통령실에서 인사안에 대한 재가를 받는 대로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일선 1·2·3·5·7군단장은 모두 공석이거나 임기가 대부분 만료된 상태라 신규 보직해야 한다. 수도군단장 역시 ‘갑질’ 의혹으로 직무가 정지된 상태다. 계엄에 연루된 혐의를 받아 직무정지된 합동참모본부 주요 직위자들과 국방대 총장 등도 자연스럽게 교체될 전망이다. 계엄 당시 핵심 역할을 맡았다가 직무정지됐던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과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은 물론이고 해·공군 중장급 인사 수 요 등을 고려하면 인적 쇄신 규모가 약 20명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도 군 안팎에서 나온다. 이뿐만 아니라 계엄에 동원된 부대 소속 장교들 역시 TF의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외교부에서도 이르면 이달 말부터 큰 폭의 해외 공관장 인사와 실·국장 인사가 예고돼 있다. 정부는 173개 공관장 자리 가운데 최대 40%(약 70명)를 특임공관 장으로 채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외교부는 지난 9월 내부 인원을 대상으로 재외 공관장 신청자를 받는다는 공지를 띄웠는데, 이례적으로 어느 국가가 공석인지 구체적으로 안내하지 않았다. 평소 선호도가 떨어지는 험지나 외지 공관을 희망하는 외교관이 늘었다는 소식도 들린다. 한 외교관은 “공관장 인사나 실·국장 인사 모두 계엄에 대한 문책 성격이 있다는 얘기가 나와 조심스러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집중 점검 기관에 이름을 올린 경찰, 행정안전부, 소방청도 뒤숭숭한 분위기다. 전날 김민석 총리는 이 대통령에게 TF 구성의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내란 동조’ 사례로 경찰이 지난해 12월 3일 당시 국회 출입을 통제한 행위를 콕 집었다. 비상계엄 당시 지휘부를 맡고 있던 이들뿐 아니라 현장에 출동한 일선 경찰관들에게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 불안감이 경찰 조직 내에서 확산하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대통령이 형사처벌뿐 아니라 인사 조치할 사안까지 언급한 상황인 만큼 이번 조사가 지휘부 몇 명에게 책임을 묻는 수준으로 마무리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지난여름에는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 TF가 운영되면서 내부 감사가 진행되더니 이번에 또 ‘내란 동조’ 조사까지 이어지면서 조직 전체가 위축된 분위기”라고 말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이상민 전 장관이 이미 구속된 상황이라 마음이 평화롭지 못하다”고 전했다. 소방청 관계자도 “전임 청장이 이 전 장관에게서 (단전·단수) 지시를 받았지만 실행하지 않아 관여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게 내부 분위기지만 편하게만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