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총에서 금관을 꺼내는 건 (국립경주박물관) 큐레이터들도 생전 처음이라 얘길 하더군요. ‘아마 앞으로 수십 년은 꺼낼 일이 없을 텐데….’라고요. 그런 금관을 찍을 기회가 왔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요. 세상에 없던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 사진가의 보람이니까요. 이제까지 봤던 금관과 다르게 표현할 수 없을지 고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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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떼 살롱’이 열린 12일 서울 청파로 한국경제신문 다산홀에서 구본창 사진작가가 <사물이 보물이 될 때> 강연을 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Now or Never’. 신라금관 다섯 점을 마주한 사진가는 생각에 잠겼다. 주어진 일생일대의
릴게임바다이야기사이트 기회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 그는 금관을 둘러싼 배경을 황금빛으로 깔기로 했다. 통상 중성의 배경을 택하는 유물 촬영의 문법을 벗어나 색을 겹쳐 화려함을 더했다. 여느 작가라면 상상에 그쳤겠지만 대가는 반세기를 갈고 닦은 감(感)을 믿었다. 그렇게 찰나의 순간 옛 황금향의 찬란한 시간을 품고 있는 금관의 영원한 기억이 담겼다.
릴게임모바일 강연을 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11/13/ked/20251113153652171kcdu.jpg" data-org-width="1200" dmcf-mid="4Pp9DciPWp" dmcf-mtype="image" h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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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떼 살롱’이 열린 12일 서울 청파로 한국경제신문 다산홀에서 구본창 사진작가가 <사물이 보물이 될 때> 강연을 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지난 12일 저녁 열린 문화예술 강연 프로그램 ‘아르떼 살롱-아티스트 토크’에 연사로 나선 구본창(72) 사진작가는 대표작 중 하나인 ‘황금’ 시리즈의 탄생 뒷이야기를 이렇게 밝혔다. 서울시립미술관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연 대규모 회고전을 거쳐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계기로 국립중앙박물관 신라실에 걸려 화제를 끈 금관 사진의 미학은 이랬다. 상식을 깨고 사물의 고유한 기억을 좇아 존재의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것. 이날 강의에는 100여 명의 관객이 참여해 90여분간 작가의 강연과 대담에 귀를 기울였고, 이어 사인회에도 긴 줄이 늘어섰다.
구 작가는 지난 5월 ‘호암상 예술 부문’에 사진작가 최초로 이름을 올리는 등 탁월한 감각에 실험성을 더한 작업으로 세계적인 주목받아왔다. ‘황금’ 시리즈는 물론 전통 달항아리를 소재 삼은 ‘백자’ 시리즈로 친숙하다. 그는 이날 한국 현대사진의 거장으로 불리기까지 걸어왔던 자신의 사진 여정을 소개했다. 평범하거나 하찮다고 느껴지는 사소한 사물에 관심을 가졌던 호기심이 예술의 발단이 됐다며 80년대 사진부터 현재 작품까지를 소개했다.
강연을 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11/13/ked/20251113153653456tnhc.jpg" data-org-width="1200" dmcf-mid="8iY3nd4qC0"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13/ked/20251113153653456tnhc.jpg" width="658">
‘아르떼 살롱’이 열린 12일 서울 청파로 한국경제신문 다산홀에서 구본창 사진작가가 <사물이 보물이 될 때> 강연을 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관찰이 가장 기본적인 연습이었어요. 각자 어떤 생각을 갖고 사물을 대하는지에 따라 의미가 다르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비누’ 시리즈가 이런 그의 미학을 잘 보여준다. 구 작가는 직접 사용했던 ‘쓰다만’ 비누를 하나씩 모아 사진으로 남겼다. “비누가 오래되면 갈라지고 하찮아지는데, 어떻게 손에 쥐고 썼는지에 따라 주름이나 색깔이 바뀌어요. 오래된 하얀 비누는 마치 백자의 표면 질감과 비슷해요.” 닳고 닳은 색종이, 낡은 회중시계, 한 카페 점원이 쓴 빨간 색연필 자국이 수없이 찍힌 보관용 컵 같은 쓸모없는 사물이 그의 렌즈에서 다시 태어났다. 비누 연작은 최근 일본 오사카에서 전시와 함께 한정판 도록으로도 출시돼 화제를 모았다.
‘백자’시리즈의 촬영 비하인드 스토리에 관객들은 특히 집중했다. 구 작가의 백자 사진은 전 세계에 흩어져 있던 우리나라의 백자의 미학을 온전히 다시 보게 했다. 그뿐만 아니다. 작고 소박한 백자 도자기들을 회화처럼 표현하고, 대형 프린트를 선택해 디테일을 웅장하게 감상할 수 있게 했다. 전 세계 주요 미술관에서 전시될 수 있는 기회를 연 셈이다.
강연을 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11/13/ked/20251113153654725zpvb.jpg" data-org-width="1200" dmcf-mid="6eOW6f71W3"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13/ked/20251113153654725zpvb.jpg" width="658">
‘아르떼 살롱’이 열린 12일 서울 청파로 한국경제신문 다산홀에서 구본창 사진작가가 <사물이 보물이 될 때> 강연을 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중국 도자기에 비해 크지 않고 일본의 그것에 비해 화려하지 않아 전시 기회가 많이 없었던 조선 백자였는데, 대형 화면에 사진으로 전시할 수 있게 되면서 해외 기관에서 많은 관심을 받게 됐습니다. 오직 사진 매체만이 할 수 있는 도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강연에 이어 김보라 아르떼 매거진 편집장의 진행으로 열린 Q&A 시간에선 관객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어떤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냐는 질문부터 국보급 작품을 보유한 기관을 '설득하는 기술'에 관한 궁금증, 셀 수 없이 많은 수집품 중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이냐는 질문 등이었다.
강연을 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11/13/ked/20251113153655984xnbe.jpg" data-org-width="1200" dmcf-mid="PJbAF5vmWF"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13/ked/20251113153655984xnbe.jpg" width="658">
‘아르떼 살롱’이 열린 12일 서울 청파로 한국경제신문 다산홀에서 구본창 사진작가가 <사물이 보물이 될 때> 강연을 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국보급 작품의 촬영 허가를 전 세계에서 받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설득의 노하우가 있을까요?"오직 호기심과 관심만으로 달항아리, 천마총 금관 등 국보급 오브제를 찍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끝까지 매달리는 집요함과 받은 기회에 반드시 보답하는 신의가 중요했습니다. 길면 사나흘, 짧으면 서너 시간에 불과한 촬영 기회를 얻기 위해 수없이 편지를 쓰고 프로젝트를 설명했죠. 금관의 촬영 허가는 (박물관장님이 계속 바뀌는 등의 일이 반복돼) 7년을 기다린 끝에 받아냈습니다. 반드시 결과물을 만들어 내겠다는 약속과 그걸 지키는 마음이 중요하죠. 실력보다 신용이 있는 사람이 오래 가지 않나 싶습니다. 그 덕에 ‘백자’ 시리즈 같은 작업을 할 수 있던 게 아닐까 싶어요."
▷방대한 수집품을 갖고 계신데, 몇 점이나 되는 지 세어보셨나요? 그 중에 가장 소중한 하나를 꼽으신다면? "셀 수는 없어요. 온 사방이 다 수집품이라(웃음). 하지만 나름 구역별로 어떤 카테고리의 수집품이 있는 지는 머릿 속에 있습니다. 하나를 꼽을 수는 없는데…. 만약 불이 나서 하나만 꼭 들고 나와야 한다면, 오히려 좀 다른 답을 드리고 싶습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모든 게 수집 당시 소중했기 때문에 지금은 모두 다 소중하지 않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이미 그 물건들과 시간을 충분히 보냈고, 사진으로도 담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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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떼 살롱’이 열린 12일 서울 청파로 한국경제신문 다산홀에서 구본창 사진작가가 <사물이 보물이 될 때> 강연을 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사진작가가 되지 않았다면, 어떤 일을 하고 계실까요? 사소한 것을 다르게 보고 집중하고 기억하는 능력을 보면, 형사나 탐정도 어울렸을 것 같습니다.(웃음)"아, 정말 그렇습니다. 형사물, 추리물을 오랜 시간 정말 좋아했습니다. 하나의 단서로 다른 것을 궁금해하고 생각하는 과정이 즐겁거든요. 특히 프랑스 형사물을 즐겨 봤는데, 최근 루브르 박물관 도난 사건의 범인들이 잡힌 걸 보면서 프랑스인들이 실전에서도 그런 추리력을 발휘해서 사건을 끝까지 잘 해결할 지 지켜보고 있습니다."
▷평소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소하시나요?"저도 사람인지라 당연히 지칠 때가 있지요. 우선 가끔은 휴대폰을 꺼버립니다. 단절한 채 홀로 있는 시간을 즐기면서 소소한 일들을 하지요. 평소에 다 하지 못했던 물건 정리나 잡지, 신문 기사 스크랩 같은 것들을요."
▷앞으로 더 하고 싶은 주제나 소재가 무엇인가요?"백자, 탈, 곱돌, 황금 등의 주제에 더해 이젠 목재에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한국의 목가구와 한옥 공간 등을 어떻게 다르게 접근해볼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
유승목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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