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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잠시 여전히 이런저런 천천히 는 담당이다.[조형준 공연기획자] 연극 ‘아르카디아’(7월 27일~8월 3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가 티켓 오픈과 동시에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화제를 남겼다. 높은 기대감 뒤에는 배우들에 대한 두터운 신뢰가 한몫했다는 평이다.



연극 ‘아르카디아’ 공연 사진. (사진=스토리 포레스트, 파크컴퍼니)



무대와 스크린, TV를 넘나들며 개성 넘치고 안정적인 연기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강애심, 정승길, 김소진은 물론 정원조, 박희정, 김민하 등 실력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는 소식에 관심이 집중됐다. 7회 한정 공연이라는 희소성 역시 예매 열풍에 불을 지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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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모든 관심의 이면에는 원작자 톰 스토파드의 내공, 독특한 연출 언어와 문법을 구축해온 김연민 연출의 존재감이 자리한다. 김 연출은 이번 작품의 국내 초연 번역과 제작도 직접 맡으며 의미를 더했다.
19세기 영국 시골 대저택 ‘시들리 파크’를 배경으로 한 ‘아르카디아’는 수학과 과학에 대한 순수한ELS청약
열망을 불태우는 천재소녀 토마시나의 이야기다. 작품은 수 세기가 흐른 뒤 동일한 공간에서 후대 연구자들이 과거의 토마시나 흔적을 추적하며 숨겨진 진실에 한 발짝씩 다가가는 과정을 교차해 보여준다. 뛰어난 서사 구조와 입체적인 인물 설정으로 과학과 인간에 대한 깊은 사유를 동시에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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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아르카디아’ 공연 사진. (사진=스토리 포레스트, 파크컴퍼니)



가장 큰 미덕은 좀처럼 경험하기 어려운 ‘존재와 우주’라는 초월적이고 근원적인 질문을 관객과 함께 공유한다는 데 있다. 인간사에서 비롯된 철학, 과학, 문학, 예술, 역사, 사랑 등 다양한 게임테마
질문들을 현란하게 엮어내며, 본질에 근접하려는 인간의 욕망을 ‘미스터리’라는 접합제로 매력 있게 이어 붙인다.

결과적으로 ‘아르카디아’는 존재와 우주의 본질에 대한 거대한 질문을 자연스럽게 공유하는 특별한 예술적 경험을 제공한다. 시공의 중첩, 다양한 질문이 수식처럼 맞물리고, 특별한 사유의 길이 교차되는 이야기 흐름바다이야기 pc용
안에 천재 소녀 토마시나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반영된다. 결국 존재의 근본 질문(메멘토 모리) 위에, 그녀가 연구해 온 카오스, 엔트로피 등의 개념이 변수처럼 얽히는 방정식과도 같은 무대가 설득력 있게 구현된다.
김 연출은 안톤 체홉의 4대 장막극을 한국 현대사의 다양한 시대로 번안하며, 각 작품의 사회적 맥락과 원작의 본질을 현재에 맞게 능숙히 연결했다. 1990년대 안산을 배경으로 한 ‘능길삼촌’, 2000년대 시흥의 ‘연꽃정원’, 1930년대 식민지 종로를 담은 ‘종로 갈매기’, 1980년대 일본 오사카의 ‘쯔루하시 세자매’가 그 결과물이다.
김 연출은 고전적 질문을 각 시대·지역의 사회 현실과 교차해 관객에게 특별한 이야기를 선사했다. 교차와 중첩, 변화와 확장이 김 연출의 무대에서 두드러진 특징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자신의 희곡 ‘염전이야기’를 직접 연출하며, 염전과 산업단지가 교차·중첩하는 도시의 맥락을 무대 위에 실현하는 데 도전하고 있다. 그리고 ‘아르카디아’가 김 연출의 시공을 연결하는 감각과 그가 만들어갈 새로운 연극 세계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조형준 공연기획자.


김보영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