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묘 앞 세운4구역 재개발을 둘러싸고 정부와 서울시가 정면으로 충돌한 가운데 문화유산 경관 보존과 도시 정비를 둘러싼 찬반 입장이 맞붙고 있다.
종묘는 조선 왕조 역대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시는 사당으로 1995년 국내 문화재 중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돼 그 의미가 깊다.
논란은 지난 30일 서울시가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및 4구역 재정비촉진계획 결정’을 고시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따라 세운4구역의 건물 최고 높이는 종로변 55m에서 최대 101m, 청계천변 71.9m에서 최대 145m로 상향 조정돼 종묘 앞에 고층빌딩이 들어서는 게 가
능해졌다.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종묘 모습. 뉴시스
◆정부 “종묘의 역사·문화적 가치 지켜야”
지난 10일 김민석 국무총리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서울시 발상은 세계유산특별법이 정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국익적 관점에서도 근시안적 단견이 될 수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같은 날 김 총리는 허민 국가유산청장과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과 함께 종묘를 방문해 “종묘의 역사적·문화적 가
치를 재확인했고 보존 관리의 국가적 책임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이에 김 총리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국가유산청에 종묘 보존을 위해 필요한 제도적 장치와 서울시의 긴밀한 협의 등을 지시했다.
허 청장도 이에 우려를 표한 바 있다. 허 청장은 지난 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서울시가 유네스코 권고를 무시하고 건축을 강행할 경우 세계유산에서
취소될 가능성도 없지 않아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100m인가 180m인가, 혹은 그늘이 있냐 없냐가 문제가 아니라 미래 세대에게 세계유산을 물려줄 것인가 아니면 콘크리트 빌딩을 물려줄 것인가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0일 김민석 국무총리가 10일 서울 종로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종묘를 찾아 최근 서울시의 세운상가 재개발 계획에 따른 영향을 살펴보고 대책을 점검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시 “낙후된 일대 정비”·토지주 “사유재산 침해”
반면 서울시는 재개발 사업을 통해 오히려 낙후된 일대를 정비해 종묘의 가치를 돋보이게 할 것이라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0일 자신의 SNS에 ‘정부와 서울시의 입장 중 무엇이 근시안적 단견인지 공개토론을 제안한다’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오 시장은 “2023년에 세운상가 건물의 낡은 외벽이 무너져 지역 상인이 크게 다친 일도 있었다”며 “세계인이 찾는 종묘 앞에 더는 방치할 수 없는 도시의 흉물을 그대로 두는 것이 온당한 일이냐”고 되물었다.
또 재개발이 종묘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도 과도한 우려라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 7일 자신의 SNS에 “서울시의 세운지역 재개발 사업은 종묘의 가치를 더욱 돋보이게 하고 남산부터 종로까지 이어지는 녹지축 조성을 통해 종묘로 향하는 생태적 접근을 높인다”고 강조했다.
11일 열린 세운4구역주민대표회의 관계자들과 토지주들의 기자회견. 뉴시스
해당 지역 토지주들도 11일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가유산청의 우려에 반발했다. 이들은 “국가유산청이 재개발을 불가능하게 한다면 부당한 행정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직권남용 등 민형사상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2006년 서울시를 믿고 사업을 착수한 뒤 16년 전에 세입자를 다 이주시켜 월세 수입마저도 없으며 사업이 지연돼 생활비를 대출받아 연명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매년 눈 더미처럼 불어나는 금융이자 손실만 200억원을 부담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누적된 자금 차입이 7250억원에 이른다”고 호소했다.
윤성연 기자
[email protected] 기자
[email protected]